서사와 감정
며칠 전, 이번 학기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이 나의 성장과정이 궁금하다며 이야기해달라고 했을 때, 내가 별 머뭇거림 없이, 그리고 별 감정의 동요없이, 어린시절 여자아이로서 차별받은 경험과 가난의 상처들과 엄마의 교육열을 술술술술 얘기하는 걸 보고, 좀 놀랐다. 예전엔 어린 시절의 어떤 것들을 떠올리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괴롭고 우울하고 슬펐는데. 십년 전, 어떤 글에서 나의 성장과정과 대학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제법 구체적으로 써본 적이 있고, 학생들 앞에서 몇 번 내가 왜 이런 저런 것들에 관심을 두고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어린시절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의 대상이 아닌 사회과학적 분석의 대상이 된 것 같다. 나라는 인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분석의 결과물로서..
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2011. 1. 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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