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깜악귀,라는 학내 밴드가 있었는데, 그들의 '빈집'이라는 곡, 진짜 죽인다. 기형도의 '빈집'에 곡을 붙인 건데, 심지어 시보다 더 좋다는 느낌이 들 정도. 원작 소설보다 영화나 드라마가 더 좋기는 어려운 것처럼, 시에 붙인 노래도 마찬가지인데, 요건 완전 예외. 볼륨을 크게 올려놓고 이 노래를 들으면 사랑을 잃는다는 것, 그 마음이 아프면서도 서늘해진다. 좋다. 2. 조금 외롭다고 느낀다. 혼자 연구실에 앉아있거나 추운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누군가 따뜻하고 다정하게 내게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의 뒤를 잇는 건, 역시 해야할 일들의 리스트나 냉장고 속에 뭐 먹을 것이 없나, 같은 것들이다. 생각해보면, 외로움이나 그리움이라는 감정도 그렇게 오래 나에게 머무는 ..
토론토 생활 팔십삼일째 _ 2010년 2월 9일 화요일 한국에서 날라온 편지를 받았다,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편지. 내겐 너무 친숙한 글씨와 말투(구어와 문어를 거의 일치시킨 문체랄까ㅋ) 덕분에 읽으면서 많이 웃었다. 고마워, ㅇㅊ, 역시! 종일 흐리더니 저녁에는 눈발이 날린다. 일기예보엔 내일부터 눈 내린다고 한다. 서울엔 '가른비', 겨울과 봄을 가르는 비가 내린다는데, 여긴 아직 겨울이 조금 더 남은 모양이다. 그래도 날짜는 어느새 2월 중순에 가까워지고, 점점 시간 지나가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주였나, 학교 근처에서 늦게까지 술마시고 귀가하는데, 취한 기분에 눈 쌓인 길을 걸으니 흥이 막 올라와 깔깔거렸던 순간에 찍은 것. 밤도 늦었고 다음날 할일이 많은데도 마음..
토론토 생활 육십이일째 _ 2010년 1월 19일 화요일 요즘 토론토 날씨가 별로 안춥다. 영상의 날씨였다가 오늘 살짝 추워져서 영하 이도 정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내려서 지상으로 나오니 눈발이 히끗히끗 날린다. 가로등에 비치는 눈송이가 반짝 반짝 빛나는 게 예쁘다. 밤사이 요 눈송이들이 땅에 얼어붙어 내일 아침 등교길엔 미끈거리겠다 싶지만, 지금 이 순간은 좋다. 논문 작업 진도가 느려서, 거기다 청강하는 수업 준비까지 하느라 조바심이 났던 며칠 후로, 이젠 그냥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인터뷰해 온 내용 들으며 전사(transcription) 중인데, 인터뷰 하면서 그리고 녹음된 것으로도 몇 번 들었던 이야긴데도, 나도 모르게 어떤 부분에선 가슴 졸이고 어떨 땐 박..
감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음에도, 저녁 약속에 나갔다, 이번 학기 수강생들과의 수업 뒷풀이. 나 때문에 이리저리 날을 피해 잡은 약속이라 와병 중이라고 안나가는 건 너무 미안한 일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보고싶었다, 이번 학기 학생들에겐 이상하게 애착이 간다. 오늘은 왠일인지 술이 홀짝홀짝 잘도 넘어가고 안주도 맛났다. 대화의 주제가 여기저기로 넘어가면서... 수다를 한참 떨었더니 자정이 넘은 시각이 되었다. 술값을 치르고 지하 술집에서 거리로 나오니 온통 눈에 덮힌 거리, 가로등에 반짝이는 함박눈이 막 날린다. 히히, 눈오니 좋다, 했더니, 선생님 아직 어리시군요!...하는 학생들. 눈 한번 흘겨주고, 안녕~ 했다. 집으로 오는 택시 안에서 눈 위를 구르는 자동차 바퀴의 조심스러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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