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지 두달 좀 넘었을 뿐인데, 그 곳에서 보냈던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까마득하게 멀다. 너무 추워서 몇 겹의 옷을 입고도 오들오들 떨기 십상이었던 겨울 날씨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 그러니 여행 사진을 꺼내 볼 때마다 새삼스럽다. 아, 그 때 이런 곳을 다녔구나, 그 때 기분은 그랬었지, 날씨는 또 어떻고... 기억 속 깊은 저장고에서 온갖 감각들을 되살려내는 과정. 2월 중순, 한창 추울 때 나섰던 몬트리올. 퀘벡까지 가볼 껄, 차비도 그렇고 숙박비도 그렇고... 하면서 여기서 이틀을 묵는 걸로 만족했다. 사진 속의 거리는 구 몬트리올이다, 프랑스인들과 영국인들이 처음으로 정착했던 곳. 유럽식 건물과 거리들이 관광 포인트라고들 하던데, 한 마디로 꼬질꼬질하다. 흐린 겨울 날씨라 더 그랬는지도..
토론토 생활 구십일일째 _ 2010년 2월 17일 수요일 아침에, 아직 여독이 안풀린 몸으로, 늦잠 자고 일어나니, 마음이 편하다. 그냥 편한 게 아니라, 편안하다. 집에 왔다,는 기분. 아침 지어 먹고 학교 갔다 귀가하니 다시 시작하는 일상의 싸이클이 반갑다. 이제 겨우 구십여일 지났는데, 어느새 여기가 '집'이 되었구나, 싶다. 학교에 앉아있는데 피곤해서인지 몸에서 열이 막 났다. 후딱 집에 들어와 쉬고 싶었는데, 그래도 견뎠다, 그러다보니 보려고 했던 아티클 한 편 다보고, 저녁도 먹고 장도 봐서 집에 오니 조금 멀쩡해졌다. 불교에선 집을 갖지 말고 유행(遊行)하라,고 한다. 내가 해석하기론 목숨이나 음식, 잠, 관계에 대한 욕망 만큼이나 질기고 강한 게 내가 사는 '집'에 대한 욕망인 것 같다. ..
토론토 생활 팔십팔일째 _ 2010년 2월 14일 일요일 6시간 반쯤 버스를 타고 왔다, 몬트리올. 흩날리는 눈송이가 나를 반긴다, 나도 반가워! 토론토에도 여행 와있으면서, 짐싸고 집을 나서는데, 여행 간다는 생각에 조금, 들뜬다.ㅎ 여긴 토론토랑 분위기 완전 다르다. 무엇보다, 수퍼에 가면 맥주를 살 수 있다! 건물도 집도 지하철역도 파리를 닮았다. 사람들은 모두 불어만 쓴다. 재밌다! YWCA 호스텔에 왔는데 숙소도 괜찮구먼. 내일은 구 몬트리올 지역을 슬슬 돌아다녀볼 예정. 월요일은 박물관이 모두 휴관이라 시내 구경만 해야겠다. 버스 안에선 논문이며 수업 준비며 걱정걱정 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휴가 모드 발동, 히히 좋고나. 오늘도 아침기도만.
토론토 생활 팔십일일째 _ 2010년 2월 7일 일요일 켄싱턴 마켓의 브런치 식당에서 발견한 빨간 목도리 아저씨. 여기선, 가끔 사십대 이상의 사람들에게서 깜짝 놀랄 감각을 엿보곤 한다.ㅎ 일요일 낮 햇살 안에, 하얀 머리와 빨간 목도리, 소라색 풀오버가 서로 참 잘 어울린다. 표정까지 살아있어서 도촬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 센스쟁이 아저씨. 다음주 몬트리올 여행을 이 식당에서 의논했다, 케빈이랑 양이랑. 케빈이랑은 의도치않게 토론토 절친 되겠다, 꽤 자주 만나고 어울리게 되네. 아침에 법회 갔다가 이렇게 점심을 길게 먹고 도서관에 갔더니 피로와 졸음이.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앉으니 좀 낫다. 머릿속은 논문 생각으로 뒤죽박죽이지만 마음은 가볍고 단순하다. 잘 안되면 될 때까지 하고, 하다 지치면 쉬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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