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처음 만나 몇 달을 못보다가 최근 격주에 한 번씩 만나는 어떤 분과의 첫 점심.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나 주고받는 이야기들 사이의 어색함. 그래도 좋았다. 드문드문 대화의 조각들이 자꾸 생각나는. 미학을 전공하는 그 분께 문득, 고등학교 때 민화를 무지 좋아했던 이야기를 하다가 앙리 루소 이야기까지 나왔다. 민화의 그 선명하고 강한 색감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무렵, 오르세에서 루소의 작품 앞에 섰을 때, 난 좀 놀라서 한참을 그 주변을 서성였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선뜻 발을 떼서 다른 작품으로 가지 못했다. 그 분 왈, 루소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독특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거란다. 찾아봤더니 마흔 아홉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네. 그의 그림과 별개..
토론토 생활 구십이일째 _ 2010년 2월 18일 목요일 지난 여름, 넓디 넓은 오르세 미술관을 슬렁슬렁 걸어다니다, 이 그림 앞에서 딱, 얼어붙었다. 불어 까막눈이라 제목 봐도 무슨 의민지 전혀 모르겠는데,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한참 서있었다. 사람들은 벌거벗은 채로 죽어있고 하늘엔 벌건 구름이 떠다니고 멀리 산너머도 화염에 휩싸여있는데 날으는 말을 타고 있는 저 여자는 손에 칼을 쥐고 횃불을 높이 든 채로 일말의 두려움이나 연민의 감정없이 전진하고 있었다. 아. 나중에 찾아보니 저 그림의 제목은 (앙리 루소). 이 그림 속 여자의 이미지는, 전쟁 중 여자는 극악한 폭력의 피해자로 시체들 사이에 누워있거나, 백의의 천사가 되어 사람들 보살피는 일에 헌신한다,는 내 고정관념이랑 너무 다르다. 머리를 한 ..
- Total
- Today
- Yesterday
- 영어
- 졸업
- 박완서
- 논문
- 교육대학교
- 일기
- 맥주
- 일다
- 토론토의 겨울
- 열등감
- 봄비
- 가을
- 인터뷰
- 감기
- 인도
- Kensington Market
- 토론토
- 교육사회학
- 선련사
- UofT
- OISE
- 아침
- 일상
- 기억
- 여행
- 켄싱턴 마켓
- 봄
- CWSE
- Toronto
- 엄마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