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는 시간.
내가 어릴 때, 엄마는 여러 번, 당신은 해지는 시간이 싫다고 말하곤 했다. 해지는 시간의 노을과 낮은 해그림자가 서럽고 슬퍼서 싫다고. 그 말을 할 때의 엄마 표정이 너무 처연해서, 나는 엄마가 그런 말을 하는 게 두려웠다. 어느 초저녁, 그 서럽고 슬픈 감정에 이끌려 엄마가 멀리 가버릴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해지는 시간에 엄마랑 같이 있으면 초조한 기분이 들곤 했다. 스무 살 때부터 엄마랑 떨어져 살면서도 해지는 시간이 되면 가끔 엄마의 그 말이 생각났다. 물끄러미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의 그 두려움을 반추하던 시간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해지는 시간을 느긋하게 느끼게 되었다. 해질 무렵의 빛과 바람은 영어 단어 soothe를 떠올리게 한다. 낮동안 치열하게 뛰어 놀다지쳐 이제 ..
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2008. 9. 1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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