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생각
할매를 생각하면, 시장에서 신선한 것으로 사와서 생으로 먹었던 미더덕과 미역, 밭에서 따다가 쓱쓱 닦아 뚝 분질러 먹었던 가지, 할매네 마루에 있던, 크고 작은, 참 잘자라던 화초들, 늘 입고 계시던 알록달록 꽃무늬 몸뻬, 뽀글뽀글하고 얇았던 할매 머리카락, 손수 만들어주신 상 보자기, 드르륵 드르륵 발로 굴려서 돌리던 재봉틀,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서른 셋에 과부돼서 딸 다섯을 혼자 기른 여자. 그 할매가 나에게 남긴 기억들은 먹는 것, 기르는 것, 입던 것, 만들어 주셧던 것들. 이런 오밀조밀 마음 꽉차게 그득한 것들 뿐이다.
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2010. 7. 27. 11:31
돌아온 자리,
일주일 하고 이틀이 흘렀네요, 쏜살같이, 시간이 지나갑니다. 까먹고 있었던 것들이 막막 기억나고 깨달아지는 순간들입니다. 거기서 내가 기억하곤 했던 서울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하면서요. 기억은 언제나 선택적인 것이라 거기선 애써 부정적인 것들은 기억해내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소음, 습한 날씨, 붐비는 지하철과 버스와 거리, 오염된 공기 같은 것들이 새삼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인간 관계들과 예의 차리며 연락해야하는 몇 어른들, 마주쳐도 반갑지 않은 몇 사람들의 리스트가 좌라락 새로 새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가장 낯설게 느껴지는 건, 사실 나 자신입니다. 내가 이런 걸 싫어했지, 내가 이런 걸 못견뎌하곤 했지, 내가 이런 상황에선 도망치려고 했지, 내가 이런 것에 ..
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2010. 7. 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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