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간은 참 더디가는데, 또 어떤 시간은 참 빠르다. 4월이 어느새 반이나 흘러가버렸나, 오늘 문득 망연자실. 어제 오후엔 동네를 좀 걸었다. 요가를 하지 않는 요일엔 산책을! 벚꽃이 핀 길을 걸어 약국에 가서 철분제 한 통 사고, 건너편 빵집에서 바게트 한 개를 산 후, 제법 떨어져있는 동네 화원까지 가서 흙을 한 봉지 샀다. 늦은 오후, 바람이 조금 차가워졌지만 마루 창을 열어두고 신문지를 넓게 깐 다음, 한 시간 남짓 분갈이를 했다. 좁은 화분에 뿌리가 엉킨 채 겨우 살아있었던 스타티필룸을 두 개의 화분에 옮겨심고, 얼마 전 ㅈㅇ가 선물한 작은 꽃화분을 좀더 넓은 화분에 옮겼다. 겨우내 잘 자라지 않던 군자란에 흙을 좀 더 덮어주고 나니, 8리터 짜리 흙 한 봉지가 바닥 났다. 다음 봄엔 이 식..
1. 지난 밤엔 간만에 늦게까지 깨어있었어요. 자정 쯤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잘안되더라구요. 한참 뒤척이다 벌떡 일어나 작은방에 책 들고 가서 좀 읽었어요. 영문판을 좀 보다가, 간만에 박완서가 읽고싶어져서 을 다시 봤습니다. '시'와 '사치'로 전쟁을 견디고, 서로에 대한 몰두의 힘으로 궁벽을 견뎠던 젊은 연인의 시간들. 오십년이나 지난 뒤 그걸 다시 돌아보는 노인의 시선이 서늘하고도 뜨거웠어요. 박완서 특유의 냉정한 성찰의 말들은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더군요. 그래도 사랑이야기라 그런지 마음이 노골노골해져서, 이내 긴장이 풀리고 졸음도 밀려왔답니다. 2. 어제 저녁엔 용산참사 2주기 추모 문화제에 갔어요. 서울역 광장에 모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고 날씨는 무지 추웠습니다. 참사가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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