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일찍 집에 들어와 8시 뉴스를 보다가 얼핏 잠이 들었다. 잠깐 잤는데 꿈 속에서 엄마랑 두런 두런 이야기를. 그러다 잠이 깨는 순간, 아, 엄마가 더이상 내 곁에 없지, 하는 걸 알았다. 일어나 앉았는데, 아직도 이런 착각 하는구나, 내가, 하면서 눈물이 주루룩. 그 다음엔, 꿈 속에서 만난 엄마가 그리워져서, 오랫만에 한참을 울었다. 부재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이 섞여서 눈물이 되었다. 그리곤 눈에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채로 수업 게시판에 들어갔는데, 수강생 둘이서 게시판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아웅다웅. 그걸 보는데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는다. 눈에 눈물을 달고서, 흐흐흐. 이렇게 그리워하며 앉아있다는 거, 내가 죽는 날까지 엄마를 만날 수 없다는 거, 슬프지만, 난 또 이렇게 웃는..
가끔, "아, 이 대화를 몽땅 녹음해서 기록해두고 싶다" 하는 그런 대화가 있다. 내 마음과 생각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주는 키워드를 던져주는 대화, 서로가 서로에게 공명해서 마음이 뜨거워지는 대화, 간질간질 웃음과 말하는 재치가 넘치는 재미있는 대화, 내가 원하는 바로 그 부분을 어루만져주는 위로와 위안의 대화. 오늘, 마주앉아 밥을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서로의 이야기가 식탁 위에서 자주 쨍- 하고 부딪히는 바람에 내 엉덩이가 들썩들썩 했다. 이야기 말미에 얻은 어떤 통찰은 머리를 환화게 만들었다. 아, 시간이 있다면 더 길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하며 돌아서는데, 마음이 따끈해졌다.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지혜를 얻었고, 위로를 덤으로 받았다. 고맙다, 그리고, "인간을 그리워할 수 있단 건 대..
벤쿠버엔 한 삼일쯤 머무를 작정이었다. 이미 한달 가까이 여행 중이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집이 그리웠다. 게다가 도착했던 날만 빼고 내내 흐렸던 벤쿠버에선 뭔가 즐거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비행기 좌석을 구할 수 없었다. 예정과 달리 2주 넘게 그냥 여기 머물러야겠다, 하고 어쩔 수 없이 마음 먹을 땐 벤쿠버에서의 시간이 참 편하고 좋을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아침에 문을 열어 날씨를 확인하고, 벤쿠버에서도 귀한, 맑은 날이면 어딜 나갈까 궁리했다. ㅅㅌ의 친절한 안내와 배려 덕분에 좋은 곳에서 재미있는 시간들을 마음껏 보낼 수 있었다. 벤쿠버는 노숙인과 마약, 성매매와 인종 차별 등 심각한 문제들을 많이 가진 도시이기도 하지만, 넓은 공원과 큰 나무들이 많고, ..
토론토 생활 백삼십일일째 _ 2010년 3월 29일 월요일 대학 다닐 때, 봄여름가을겨울, 엠티를 많이 다녔다. 구질구질하고 싼 방을 잡고 버너와 코펠로 삼겹살을 구워 흙을 덜 씻어낸 상추에 싸서 먹었다, 물론 소주를 곁들여서. 술 먹고 노래하고 얘기하다가 울다가 정신 못차리고 어두운 물가에 나가 놀다가 늦게서야 잠이 들면 깨어날 때쯤 그렇게 추울 수가 없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다시 버너와 코펠로 라면을 끓여먹고 서울로 오곤 하던, 그런 쑥쑥한 여행들. 삼학년 때쯤, 엠티에도 이골이 날 때쯤, 어느 아침에 이런 생각 했던 것 같다, 아, 지겹다, 이런 빈한함! 그런데 우습게도, 토론토 와서 제일 그립다 생각되는 장면 중 하나가 저런 엠티다. 그 때 멤버들 다시 모아서 그 때 그 장소로 다시 가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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