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센, 독일, 2010년 6월 1. 연구실 책상에 앉으면 등 뒤엔 창이 있고 앞엔 문이 있다. 문과 창을 다 열어두면 그 사이에 앉아있는 나를 바람이 슝슝 지나간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진다 :-) 바람 속에 앉아있는 바.람. 2. 아침 저녁으로 틈날 때마다 을 읽고 있다. 아아, 재밌다. 은 11화까지 보다 말았다. 생일선물로 받은 는 오늘 읽기 시작했는데 넘넘 귀여워서 웃음이 절로 나고. 쓰다 만 마지막 수업일지는 어디선가 멈춰있고, 공중파에는 볼만한 드라마가 없다. 빼고는 예능도 시들하고. 아 맞다, 네이버 웹툰 꽤 재밌다, 그로테스크한 쓴 웃음이 풀풀 나는. 요즘 나의 일상엔 이런 서사들이 얽혀있는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나날들이 못내 우울하다. 3. 가까운 사람들의 아이들이 쑥쑥 자라..
며칠 전, 이번 학기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이 나의 성장과정이 궁금하다며 이야기해달라고 했을 때, 내가 별 머뭇거림 없이, 그리고 별 감정의 동요없이, 어린시절 여자아이로서 차별받은 경험과 가난의 상처들과 엄마의 교육열을 술술술술 얘기하는 걸 보고, 좀 놀랐다. 예전엔 어린 시절의 어떤 것들을 떠올리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괴롭고 우울하고 슬펐는데. 십년 전, 어떤 글에서 나의 성장과정과 대학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제법 구체적으로 써본 적이 있고, 학생들 앞에서 몇 번 내가 왜 이런 저런 것들에 관심을 두고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어린시절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의 대상이 아닌 사회과학적 분석의 대상이 된 것 같다. 나라는 인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분석의 결과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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