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음이 요동친다. 잘될 땐 하이하이 올라갔다가 속도가 느려지거나 부족하게 느껴지면 곤두박질. 담대하게, 안되도 괜찮다, 부족해도 좋다, 하는 마음이 잘 안된다. 2. '세계의 자장가'라는 씨디를 찾아듣고 있다. 생각보다 좋다. 생각해보면, 자장가라는 건 얼마나 부드럽고 달콤한 노래인지. 졸리운 아가야 편히 자, 잠의 세계로 갈 때까지 내가 이렇게 옆에 있어줄께, 하는 거잖아. 엄마의 마음,이 담긴 노래. 그래선지 날섰던 마음이 보들보들해진다. 3.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먹었더니 체했다. 아이스크림도 커피도 조금씩 먹고, 갑자기 너무 먹고싶어져서, 햄버거도 먹었다. 모두 최근 육개월 간 먹지 않았던 음식들. 어제밤부터 두통이 심하고, 속이 거북해서, 오늘은 아침을 건너뛰고 점심은 간단히 먹었다. 그나..
"텍스트의 이해는 자기 이해다." 해석의 과정이라는 것은 결국, 연구자가 나에게 익숙한 세계와 언어가 아닌 타자의 세계를 환대함으로써 나의 세계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내 세계의 지평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타자의 세계를 환대할 뿐만 아니라 내 세계를 제대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해석의 과정을 통해 나의 세계의 어떤 부분이 기울어지거나 넓어지거나 색깔이 달라자기 때문에. - , 이희영 강의 중. _ 너의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왜 그런 세계를 구성했는지, 호기심과 환희심으로 그걸 열심히 듣고 있던 그 순간, 이미 나의 세계는 기울어지고 넓어지고 색깔이 바뀌었다. 그래서 너를 이해했던 그 순간은 결국 나를 이해했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너에게 고맙다. _ 이 압축적인 시간들 속에서 나는 얼..
1. 비내리는 월요일 아침. 샤워하고 나오는데 기력이 뚝, 떨어졌다. 등교길 핫쵸코 한 잔 사서 연구실 도착. 애잔하고 드라마틱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1악장 들으며 오늘 할일들 리스팅. 창밖엔 비내리고, 기분은 차분해지고, 당분 섭취했더니 떨어진 기력도 업. 2. 아직 논문 롸이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아닌데, 이러다 이번 학기도 심사 물먹을 가능성도 농후한데, 막상 심사료를 내고 나니, 은행문을 나서는데, Ph.D가 된다는 사실에, 약간 짓눌린 기분이 들었다. 왠지 인생이 너무 heavy해져 버릴 것 같아서, 겁이 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감정이라, 당황. 3. 참 기다릴 줄 모른다. 나 자신도 지각 대장이면서 약속 시간에 누가 늦으면 불같이 화가 나곤 한다. 음식점에서도 주문 후 기다리는 시..
출처: stereomood.com 1. 오늘은 기념비적인 날이다. 앞으로 한 달 안에 초고를 완성해야한다니. 실은 이 사실을 화들짝 깨달은 어제부터 심한 짜증과 두려움과 초조함, 논문 거부증이 동반되고 있다. 수요일 오후~목요일 종일, 갑자기 몸에 열이 팔팔 나서 좀 쉬었다. 그러고 나니 초조함이 더 커졌달까. 좀 징징댔더니, 눈물나게도, 응원과 격려가 답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심리적인 위축감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논문 쓰고 나서 흰머리가 백개 넘게 나고, 기력이 쇠하는구나. 2. 날씨 작렬 좋은 토요일. 오전에 인터뷰를 하고, 오후에 어디 잠시 갔다가, 학교 들어오는데, 심한 짜증으로 지하철에서 울 뻔 했다. 다행히 피로감 덕분에 자리를 찾아 앉자마자 꾸벅꾸벅 졸았고, 깨고 ..
1. 하늘은 흐리고 실내는 춥다. 점심을 많이 먹어서인지 몸이 쳐지고 졸린다. 봄낮이 흐른다. 2. 연구실을 옮겼다, 정확히 말하면 두 집 살림 시작. 수업이 있는 요일은 사범대로, 다른 날은 여기로 와서 논문 작업할 작정. 여긴 집에서 자전거로 오기에 편하고,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바로 옆 테니스 코트의 공치는 소리 이외에는 아무 소리 들리지 않아서 참 조용하고, 창이 크고, 넓은 방에 혼자 있으니 좋다. 이젠 집중할 일만 남았는데, 실은, 어제 오후부터 그게 잘 안된다, 그게 문제. 3. 새 헤어스타일 덕분에 즐겁다. 머리 감고 거울을 보면 딱 검은 라면발을 뒤집어 쓴 모양인데, 머리카락이 마르면서 부피가 점점점점 커지는 게 재미있다. 머리카락 사이로 생기는 공간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면 따뜻하다...
1. 왠일로 늦게까지 깨어있다, 오늘밤. 간만에 야밤 치킨을 먹었더니 배불러서 잠을 잘 못자겠다. 내일 별 일 없으면, 이런 날 영화 한 편 보고 자면 좋은데. 오전에 태극권, 오후엔 논문 스터디 발표, 저녁엔 종교활동. 내일, 완전 분주한 하룬데, 아직 깨어있다니. 발표문 덜 썼는데, 졸리고 배 부르고 두뇌활동은 둔해졌다(고 변명하며 논다). 2. 이제까지 논문 작업 해놓은 걸 다시 보고 있다. 흩어져있는 자료들, 그것들만큼이나 흩어져있는 내 문제의식들. 공들여 선행연구와 방법론을 리뷰하고 꼼꼼하게 정리해둔 흔적들을 보면서, 이걸 다 내가 해둔 건가 새삼스럽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마음 내키는대로 그러나 제법 열심히 이것저것 건드려왔다면 이젠 그것들을 한 곳에 모아서 범주화하고 집필의 틀 속으로 집어넣야..
1. 뒤늦은 이해의 순간 인터뷰 녹취 파일 다시 들으면, 당시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인터뷰이의 감정이나 맥락들이 그제사 아, 하고 이해 되곤 한다. 뒤늦은 것이기는 하지만, 이렇게라도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오는 것이 다행스럽다. 이 깨달음의 순간들이 바로 논문을 쓰는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런데, 대부분의 대화는 녹음이나 기록을 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이해가 뒤늦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별 효용이 없다. 그 장면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 때 나는 그렇게 너를 이해하지 못했노라고 고백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그럴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아니 영영 만날 수 없는 사람과의 대화였다면, 뒤늦은 깨달음은 그저 후회하는 마음으로 이어질 뿐. 요즘은, 남의..
1. 깜악귀,라는 학내 밴드가 있었는데, 그들의 '빈집'이라는 곡, 진짜 죽인다. 기형도의 '빈집'에 곡을 붙인 건데, 심지어 시보다 더 좋다는 느낌이 들 정도. 원작 소설보다 영화나 드라마가 더 좋기는 어려운 것처럼, 시에 붙인 노래도 마찬가지인데, 요건 완전 예외. 볼륨을 크게 올려놓고 이 노래를 들으면 사랑을 잃는다는 것, 그 마음이 아프면서도 서늘해진다. 좋다. 2. 조금 외롭다고 느낀다. 혼자 연구실에 앉아있거나 추운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누군가 따뜻하고 다정하게 내게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의 뒤를 잇는 건, 역시 해야할 일들의 리스트나 냉장고 속에 뭐 먹을 것이 없나, 같은 것들이다. 생각해보면, 외로움이나 그리움이라는 감정도 그렇게 오래 나에게 머무는 ..
1. 가까운 두 사람이 데드라인이 내일인, 짧지 않은 글을 쓰고 있다. 둘 다 잘 쓰고 싶고, 잘 써야 하는 글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두고 글을 쓰는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어디 멀리 안가고 주변에 머물러 있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든 나 이용 쿠폰'을 발급. 잘들 이용해주시길. 2. 덕분에 이소라의 노래들을 다시 찾아듣고 있다. 유튜브에 있는 동영상들을 보면, 이소라의 노래 부르는 모습은, 특히나 슬픈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은 정말 압권. 슬픔과 서글픔을 꾹꾹 누르면서 고조시키는 몰입력이 감탄스럽다. 텐 아시아 기사를 보니, 어릴 적부터 사람들을 위로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단다. 그가 부르는 노래들이, 적어도 오늘, 나를 위로 하고 있으니 이소라씨, 당신은 소원 충분히 이루셨소. 부럽소..
1. 종일 편두통. 진통제를 먹지 않고 하루가 갔네. 견뎠던 건 아니고, 약 먹는 걸 까먹었다. 어떤 고통은 처치할 겨를도 없이 지내다 어느새 흘러가버리곤 한다. 2. 가끔, 상대방에게 대단한 걸 바라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 나이 때의 나는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건 기본이고, 내 경험과 생각이 거의 맞다고 생각했으며,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예외없이 다 꼰대로 여겼는데(쓰고보니 진짜 ㅋ.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를 봐오고도 절교하지 않은 내 친구들, 그리고 선배들에게 갑자기 고맙), 그랬던 내가 지금의 이십대들에게 내가 바라는 건, 남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 그리고 인생에 대한 성찰의 태도라니. 오마이갓. 3. 넘어지면 일어나면 된다. 스스로를 지켜보는 힘이 있는 사람들은, 넘어진 줄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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