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이 완료되어 도서관으로 넘어가지 않는 이상, 여기서 놓여난다는 건 불가능한 거로구나. 초심을 받고 나면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내 마음은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 쉬지 않고. 마음의 전원을 껐다-켰다 하는 일에 능해야지 길고 긴 이 과정을 제대로 마칠 수 있을 것. 앞으로의 삼 주간은 그걸 연습해보자. 2. 심사 전 삼일간은 장례식장에서 보냈고, 심사하던 날은 새벽부터 일어나 자정까지 자지 않고 버텼다. 심사 다음날이었던 지난 금요일엔 간만에 태극권을 하고 저녁엔 소주+맥주로 달렸다. 권할 때 마다 다 받아먹은 결과, 다음 날 오후 여섯시가 넘어서야 제정신이 돌아옴. 어제 하룬 밀린 빨래와 청소. 정말 미친 듯이 바쁘게 몸을 혹사시킨 한 주가 지나갔다. 그 사이 서른 다섯번째 ..
아침8시부터 2시간여 동안 논문 심사를 받았다. 전혀 떨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 긴장돼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내가 쓴 논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신랄한 비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신기하게도 그 신랄함에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그동안 맷집이 좋아져서 그런가, 아니면, 그 비판들 속에 묻어나는 애정이 느껴졌기 때문일까. 심사 결과는, 한 달 후 再審. 그 때 수정 정도를 보고 통과 여부를 결정하신단다. 최악의 상황은 한 학기 더 논문을 쓰는 건데, 뭐 그것도 나쁘지 않다. 논문에 들인 시간과 에너지에 비례하여 논문의 질이 결정되는 법. 그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한 거다, 아직. 귀한 시간과 관심으로 논문의 허점을 지적해주신 선생님들께 너무 고맙다. 내가 잘나서 학위를 받는 게 아니..
1. http://hook.hani.co.kr/archives/7955 뜬금없이 쏘울 푸드 이야기라니. 요즘 난,고기국물 쌀국수. 2. 축제 기간이다. 나에겐 먼나라 이야기려니 했는데, 해가 길어진 늦은 오후, 장터에서 막걸리 두어잔 했다, 수업 듣는 학생들 덕분에. 3. 외롭다. 그래서 트위터도 기웃, 페이스북도 기웃, 미니홈피도 기웃. 곧 끝날 일이지만, 나 혼자, 내가 다 책임지고, 오직 나의 성과로 돌아올 일이라 외롭다, 괴롭다. 4. 몇년 간 전혀 안하시던 논문 지도를 갑자기 해주신 지도교수님의 짧은 코멘트. 그거에 맞는 수정 작업을 하려면 앞으로 사흘간 밤을 계속 꼬박꼬박 새도 불가능할 듯. 5. 징징징징, 대고 싶은데, 막상 그럴 사람이 없고나. (그동안 너무 징징대서?ㅋ) 그래서 여기 이렇..
1. (남들 다 노는데 나만 공부하는 것 같아 억울한 심정으로) 이를 브득브득 갈며 논문 초고를 쓰던 어느 날,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는 콘서트가 있길래 대뜸 예매. 오늘 다녀왔다, 너무 좋았음 @.@ 난 2악장만 애정하는 편식주의자였는데(그래서 CD에서도 2악장만 골라서 들었음), 전악장을 이어 들으니 2악장이 왜 빛나는 부분인지 더 알게됐다. 베토벤이 그랬단다, "나의 음악을 듣는 사람은 누구나 운명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이 말이 무슨 말인지도 알겠더라. 그가 교향곡 속에 꼼꼼히 넣어둔 에너지를 나의 오감으로 흡수하는 듯한 기분! 2. 저녁을 굶었다. 점심 때 먹은 잡채밥+아메리카노,가 딱 위에 걸려있는 기분이라서. 그러고보니, 체질식 물 건너간지 오래. 처음에 무너진..
1. 피로가 잘 안풀린다. 한달 정도 달렸고, 그런 만큼 하루쯤, 지혜롭게 쉬었으면 좋았겠지만, 월-고량주, 화-칵테일소주, 수-막걸리,로 삼일 내내 늦게 귀가. 술을 많이 마신 건 아닌데, 저녁+술자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늦게 잠들고 운동도 거의 못한 채 2주 넘게 이렇게 견디고 있는. 오늘도 내내 찌부등. 오전엔 거의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겠더라는. 2. 초고를 써서 제출하고, 리듬이 뚝, 끊겼다. 심사 일정을 잡고 원고를 수정하고 제출 전까지 또 수정하고... 이런 과정들에 지레 겁먹기도 했고. 더 깊은 곳에선 박사(혹은 백수)가 된 이후의 삶에 대한 어떤 막연한 불안 같은 게 있었던 듯. 점심 때 이 불안에 관해 이야기를 좀 하고 나니 나아졌다, 물론 말끔해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실체 없는 어떤..
1-1. 0501 메모: 누군가 버린 쓰레기를 보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는데, 연구실 쓰레기통에 온통 간식 포장지와 껍데기들. 요즘 내 삶, 무지 먹는 거, 로구나.ㅋ 1-2. (드디어) 체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체할 만 했다. 체하니깐 정신이 번쩍 난다. 위가 아프고 열이 나고 몸에 힘이 빠져서 푸욱 잤더니 좀 낫다. 몸이 아프니 먹는 것에 대한 욕심이 뚝, 끊어진다. 고통만한 가르침이 없구나, 슬픔만한 거름이 없듯이. 2. 0507 메모: 산길을 걸어 등교. 땀이 나는 워킹은 참말 오랫만. 간밤 비로 습기 머금은 숲에 어제의 피로와 오늘의 근심을 다 내려놓고 왔음. 늦잠 자고도 조금 피곤한 하루의 시작. 집중해서 다시 논문으로 고고씽- 3. 0508 메모: 내 인생에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어서 웃음만..
1. 어린이날 낮에 듣는 Mondschein-Sonate. 언뜻, 안어울릴 것 같지만, 좋고나! 마음이 노골노골- 2. 지난 주말, 내가 좋아하는 ㄱㅎ 법우님이 문경에서 뜯은 쑥을 보내왔다. 그걸로 된장국을 끓여 봄 기운을 흠뻑 섭취했다. 쑥만 온 게 아니라 따신 마음까지 같이 와서 국을 후루룩 먹는 내 마음도 덮혀졌다. 갑작 방문한 ㅅㄴ언니는 분갈이까지 이쁘게 한 로즈마리 화분을 가지고 왔다. 아침마다 눈 뜨자마자 그 잎들에게로 가서 향기를 맡는다. 밤사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두통과 피로가 가시는 느낌. 3. 지금이 구술자들의 말과 이야기들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때다. 왜냐면 가장 몰입해있으니까. 불행한 건, 이 순간을 느긋하게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 그래도 좋다. 이 여자들의 이야기들..
1. 임재범의 고해,를 듣고있다. 이 남자 왤케 거친 거야. 나 거친 남자 싫어하는데, 이 목소리는 좀 좋다. 달콤한 성시경 목소리만큼이나. 2. 아, 피곤해. 수업이 있는 날은 늘 이렇게 감기가 올 듯, 체할 듯, 몸살이 날 듯한 느낌으로 저녁 시간을 보낸다. 수업 시간의 90프로는 학생들끼리의 토론인데, 마치고 나서 내가 이렇게 완전 피곤해지는 건, (젊은 것들이 나의 기운을 앗아가기 때문일까ㅋ) 토론수업이 오히려, 선생의 왕집중을 요구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근데, 피곤하지만, 수업 있는 날이 좋다, 내 일상의 활력소가 되거등. 3. 저녁을 좀 일찍 먹어서 그런가. 고기 먹고싶다, 이 시간에. 지글지글 구운 소갈비 세 점. 양꼬치 딱 한 개. 닭다리 바베큐. 혹은 훈제 오리 다섯 점. 뭐 이런 것들이..
1. 혼자 학교 식당에서 먹고싶지 않은 날이 있다, 가끔. 오늘이 그런 날. 점심으로 김밥이랑 아침햇살, 비요뜨를 사다가 연구실서 먹었다. 비요뜨는 혼자 살 때, 하루에 한 개씩 꼭 사먹었는데, 요즘은 만들어먹는 요쿠르트에 입맛이 길들여졌는지, 맛이 예전같지 않았다. 김밥+아침햇살 셋트는 수영 처음 다닐 때, 아침 먹고 수영하고 매점으로 직행해서 먹었던, '참' 같은 거였다. 그 때 사진보면 얼굴이 오동통, 엉덩이가 동글, 가슴도 좀 컸던 거 같은데, 쩝. 2. 태극권 갔는데 사람이 거의 안왔다. 그래서인지 사범님이 꼼꼼하게 자세도 봐주시고 반복해서 가르쳐주시니 좋더라. 근데 내가 하는 동작을 사범님이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부끄러워서 잘 못하겠다.(사범님은 딴 생각하며 서있는 것일텐데, 괜히 혼자 부끄러..
1. 도시락을 싸왔다. 냉동실에 있던 찰밥을 데운 것과 구워서 자른 김 몇 장과 김치, 짱아치 조금씩. 정오가 되자 뱃속이 꼬로록 거려, 창을 열어두고 도시락을 꺼내 밥을 먹는다. 공양게송을 읊고 한 숟갈씩 정직하게 꼭꼭 씹어 혼자 먹는 점심. 사람 많고 시끄러운 학교 식당 밥은 과식도 하고 빨리 먹게도 되는데, 조용히 앉아 도시락 까먹으니 천천히 양만큼만 먹게 돼서 좋다. 2. 논문 초고 작성이 일단락되면, 좋은 선생님에게서 배드민턴을 배우고 싶다. 처음엔 정말 어리버리하다가, 지금은 빛의 속도로 실력이 향상되고 있긴 하지만,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배우면 더 재미있게 배드민턴을 칠 수 있을 것 같다. 필라테스 처음 시작했을 때, 운 좋게도 실력있는 선생님을 만나서 운동하는 재미와 기본기를 제대로 배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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