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문득, 2010년 봄, 이십여일쯤, 벤쿠버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시장에 가서 연어와 아스파라거스, 새우를 사와서 오븐에 굽고, 싼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먹었던 소박한 저녁 시간. 저녁을 먹고 나면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한 두 편씩 보던 영화들. 늦은 아침을 먹고 천천히 시작하던 하루하루들. 때로 하릴 없이 보내던 오후 시간 그리고 종종 거닐었던 그 한가롭던 길들. 나름 바빴던 7개월의 토론토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돌아가기 전, 막간과도 같았던 벤쿠버에서의 시간은, 지금 서울에서 보내고 있는 이 시간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구나. 기억해보니, 그 때의 나는 어디에서 살든 내가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동안 논문과..
벤쿠버엔 한 삼일쯤 머무를 작정이었다. 이미 한달 가까이 여행 중이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집이 그리웠다. 게다가 도착했던 날만 빼고 내내 흐렸던 벤쿠버에선 뭔가 즐거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비행기 좌석을 구할 수 없었다. 예정과 달리 2주 넘게 그냥 여기 머물러야겠다, 하고 어쩔 수 없이 마음 먹을 땐 벤쿠버에서의 시간이 참 편하고 좋을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아침에 문을 열어 날씨를 확인하고, 벤쿠버에서도 귀한, 맑은 날이면 어딜 나갈까 궁리했다. ㅅㅌ의 친절한 안내와 배려 덕분에 좋은 곳에서 재미있는 시간들을 마음껏 보낼 수 있었다. 벤쿠버는 노숙인과 마약, 성매매와 인종 차별 등 심각한 문제들을 많이 가진 도시이기도 하지만, 넓은 공원과 큰 나무들이 많고, ..
여기, 알렉스네 집은 반지하에요. 그래서 아침 볕이 잘 안들어옵니다. 맑은 날에도 그렇고, 오늘처럼 흐린 날엔 더욱 그렇고요. 어젠 피곤한 몸으로 자정 쯤 잠자리에 누웠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오전 열시가 훌쩍 넘었어요. 간만에 열시간을 내리 자고 일어나니 조금 가뿐합니다. 반지하 방에서만 가능한 숙면을 간밤에 누릴 수 있었네요, 기분이 좋아요. 알렉스와 함께 사는 네이튼은 종일 집에서 일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네이튼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피콩을 갈아서 메이커에 넣고 커피를 내리는 거예요. 신선한 커피향이 부엌과 거실에 퍼지고 있을 즈음, 네이튼이 "커피 한 잔 마실래?"라고 수줍으면서도 친절한 대사를 한 마디 합니다. 지금 바로 그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어요. 음,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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