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꽤 길었던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다. 머리카락이 잘려나갈 때, 마음이 조금 이상했다. 다시는 긴 머리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다 자르고 나니 웃음이 나왔다. 짧은 헤어스타일이 어울리는, 나에게 익숙한 내 모습. 나는 이런 모습의 나를 좋아하는구나. 머리를 자르는 내내 내가 왜 한동안 긴 머리 스타일을 유지했을까 생각했다. 이직한 후로 계속 길렀으니... 여기서 적응하고 살아남으려는 노력과 무관하진 않을 것 같다. 그럼 지금은 왜 헤어컷을 하고있지? 적응이 끝나가는 건가. 다시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으로 돌아가서 좋다, 다행이다.
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2024. 2. 29. 08:26
겨울 낮산책
오래 된 동네와 논밭이 있는 동네. 올겨울 새로이 발견한 산책길엔 낡고 오래 된 것들이 많이 있다. 이제는 동물도 사람도 살지 않는 목장, 더이상 누구도 어떤 버스도 오지 않는 버스 정류장, 사람도 차도 다니지 않는 작은 차도... 오래 된 것들에 깃든 낡은 기운에는 쓸쓸함과 함께 나름의 멋이 있다. 나는 그 낡은 멋과 빛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빛나는 장면들에 눈길을 주며 오래오래 걸었다. 다리는 노곤하게 피로해지고 머릿 속은 개운하게 맑아지는 시간. 이런 산책의 순간들이 참 좋다. 어쩌면 제도 안에 자리잡고 있는 내 삶을 안정이나 안전이라는 키워드로만 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을 하면 이렇게 새롭고 이상한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신기하게도.
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2024. 2. 1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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