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연휴 내내 두통이 잔잔히 있었다. 6과목 채점을 끝내야했고 냉장고 속은 빈약했고 성탄을 맞아 뭔가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채점은 거의 다 했고 특별한 시간은 별로 못 보냈고 외식만 잔뜩 해서 속이 별로 안좋았다. 간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는데 맘에 드는 사진도 한 장 못찍었네. 무엇보다, 해야하는 내 일(채점)과 가족 안 노동(식사 준비, 특별한 연휴 보내기)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남편이라면 이런 상황 어떻게 지냈을까. 아마 하루 이틀쯤 집을 나가 일을 우선 끝냈을 거 같다. 나는 내내 집에 붙어있으면서 집안 일과 채점 노동을 찔끔찔끔, 그것도 남편 눈치를 보며 했던 거 같다. 남편은 무슨 이유인지 연휴 이틀째부터 기분이 안좋았는데 그것 때문에 아이도 안절부절, 둘의 모습에 나..
나는 돈을 잘 못쓰는 사람이다. 비싼 거, 좋은 거 살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쓸 만한 물건은 오래 되어도 버리지 않고 쓰고, 디자인을 위해 쓰던 물건을 바꾸는 일은 거의 없다. 아이를 낳은 후엔 아이 옷이나 물건에도 이런 소비 습관이 적용되었다. 금새 자라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옷, 비싼 옷은 사입히는 일이 드물었다. 물려받은 옷만으로도 이쁘다 하며 입힌 시절도 꽤 길다. 그런데 아이가 크니까 그게 잘 안될 때가 있다. 이젠 제법 유행도 따지고 디자인이나 스타일 면에서 다른 아이들 옷과 비교하기도 한다. 아이 옷 중에는 겨울 외투가 제일 비싸다. 방한용 패딩 점퍼는 이삽십 만원 가량도 한다. 그동안은 저가 브랜드 아동복 세일 때 십만원 미만으로 외투를 사입혔다. 재작년에 넉넉한 사이즈로 샀던 외투가 올..
아직도 해야할 일들이 주루룩 남아있지만 어제 종강을 했다. 한 학기동안 학생들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뭘 배우고 어떤 연습을 했는지 이야기해주고 고마운 마음, 대견한 마음을 전했다. 학생들의 수업 소감도 들었다. 이번 학기도 배우고 가르치며 괴로웠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마무리하는 순간은 좋았다. 학교에 와서 다섯 번째 학기, 전체로 치면 서른번째 학기 정도 될까. 그동안의 가르치는 몸이 하나의 매듭을 짓는 일에도 익숙해져있다는 걸 느낀다. 그런 나의 몸에게도 수고했다, 고맙다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밤에 깨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학생들은 내가 의도한 대로 변하지 않는다. 내가 준 틀과 경계를 넘나들며 배운다. 나의 프레임이 기준이 되지만 그걸 언제나 초과하고 흔드는 것은 학생들이다. 나는 결과를 알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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