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칠 듯이 힘든 와중에 오래 전에 쓰였지만 또 회자되고 있는 정희진 선생님의 칼럼을 읽고 정신이 조금 차려지네. http://m.hani.co.kr/column/588955.html?_fr=fb#cb "일상의 소소한 좌절" 선생님의 이 표현이 나에게 위안과 깨달음을 준다. 나 지금 왜 힘들어? 묻게 된다. 특권을 당연시 하는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 배워가는 과정. 내가 독점하고 싶은 것, 얻고싶은 환타지는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과정. 아름다운 걸 보고 좋은 일들을 해야겠다. 나에게 해가 되는 게 뭔지 똑바로 봐야해.
출장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태권도 학원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를 내가 맞았다.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여서 (티는 안내지만) 좋아하는 아이. 바로 집으로 들어가기엔 아까운 날씨라서 아파트 정문 밖까지 아이는 퀵보드를 타고 나는 걸어가서 줄넘기도 사고 화분도 두 개 사왔다. 보라색 꽃 화분은 내가, 분홍색 꽃 화분은 아이가 골라서 사이좋게 나눠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가방에 챙겨간 바나나 꺼내 까먹고 중간에 놀이터 들러 줄넘기랑 철봉을 하고 쵸코우유도 한 모금 하고. 벚꽃은 만개 후 꽃비를 내리고 튜울립은 고개 들어 피는 중이고 라일락은 몽오리가 맺혔다. 바람도 볕도 적당한 봄의 낮. 그 안에 머물렀던 아이와 나. 집에 와서 각자 책 보고 화분 갈이하고 간식 조금 더 먹고 낮잠 자고 일어나 저녁 지어먹고 목욕하..
엄마가 쉰 아홉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나에게 육십대 여성의 삶은 잘 모르는 영역이다. 마흔 즈음의 엄마는 여전히 예뻤고 멋을 부렸고 매일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오십대의 엄마도 늘 멋을 추구했지. 몸의 노화를 속상해했지만 내가 본 엄마는 언제나 더 멋진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사람이었어. 외롭고 우울하고 힘들 수록 더 근사한 중년이 되고싶다. 건강한 몸, 내 매력에 자신있는 눈빛, (나를 포함한)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 삶이 매일 더 좋은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끈질긴 기도. 어쩌면 능력이나 돈은 부차적인 것인지도.
육아휴직은 끝났고 어제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하교 후 퇴근까지 세 시간. 아이를 혼자 두고 떠나는 것 같아서, 어제 새벽엔 마음이 짠했다. 피곤한 몸으로 퇴근하고 만난 아이도 피곤해보이더라. 둘이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푹 잤다. 자고 일어나니 또 새 아침이네. 나는 평생 엄마를 그리워하고만 살아서, 아이에게 더 애틋한가 싶다. 엄마를 필요로 하고 그리워하는 순간에 곁에 있어주지 못할까봐 늘 마음이 쓰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도 늘 나를 필요로 하고 그리워한다. 나와 다른 건, 나는 엄마가 필요해, 보고싶어, 라고 이야기하고 요구한다는 것. 그래서 다행이다. 부족할까봐 걱정하는 나에게 괜찮다 말해주는 신호인 것 같다. 문득 궁금하다. 엄마는 어땠을까. 아이 나이 정도의 나와 동생에게 엄마의 애틋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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