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보인다. 해야할 일들의 쓰나미 속에서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머릿 속에 떠오르니까. 나는 조용한 사람. 사람들 틈에 있을 땐 웃고 떠들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작은 사람. - 커피를 마시면 속이 안좋고 잠이 안오는데 자꾸 마시는구나. 다음 일주일은 마시지 않으며 보내보는 연습을. - 나를 지배하는 가장 많은 생각은 "이제 뭘 해야하지?"이다. 그간 내 일상이 그랬구나, 싶다. 해야할 일들을 클리어하며 보내온 숱한 시간들. -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며 엄마 노릇에 대한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좋은 엄마'에서 '좋은'을 떼는 연습도 하게 되고. 내가 얼마나 아이를 좋아하는지, 내가 얼마나 엄마 노릇을 어려워하는지, 그럼에도 꽤 적응했는지..
아이를 재우려고 토닥이는데 내 품을 파고들며 말한다, 엄마가 좋아. 너무 라거나 참 같은 수식어를 붙이지 않았지만 다섯 글자가 깊이 나에게 와서 스며든다. 엄마가 좋아. 응, 나도 니가 좋아, 하고 답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엄마가 좋았다.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그립고 반갑고 편안하고 좋았지. 나도 그런 엄마가 되었네. 그러나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에게 뭔가 요구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존재와 같이 있는 게 편치않은 건 당연한 일이지. 더 좋은 엄마가 되려 할 수록 그 시간이 어려워지는 것도 당연하다.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게 되니까. 어젠 그래서 힘들었고 좋은, 을 내려놓으려 했던 오늘은 그래서 좀 덜 힘들었다. 애쓰지 않고 공..
육아휴직 이일차. 삼십일일 중 이틀이 지나간다. 오늘은 조금 우울해진 나를 만난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의 세계에서 비켜나있다는 게 뒤쳐질 것 같은 불안을 가져다준다는 걸 새삼 알았고. 내 마음과 생각은 오래된 습관에 따라 자꾸만 해야할 일들을 떠올린다. 나도 모르게 좋은 엄마 노릇, 질 높은 집안일을 추구하고 있다. 모두 나를 괴롭히는 나의 습관. 브레네 브라운의 테드를 들었고 나에게 내 몸은 무엇인지 고민을 시작했고 더 느리게 지내보기로 마음을 환기시킨다. 읽고 싶은 책이 생겼고 쓰고 싶은 글도 떠오른다. 뛰지 말고 걸어보자. 저속의 생활. 요게 이번 휴직의 모토. 잊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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