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기일을 보내고 난 아침. 어느새 15년이 흘렀다. 나는 최근에서야 엄마 생전에 나에게 준 심리적 고통을 꺼내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러고나서야 15년 전 세상을 떠난 엄마와의 인연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엄마의 여러 면을 돌아보는 것은 엄마와의 관계또한 여러 면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엄마는 나에게 말로 할 수 없는 사랑을 준 사람이면서 동시에 나에게 괴로움과 부담감을 오랜 시간 안겨준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 엄마에게는 그것이 최선의 삶의 방편이었을 거다. 여전히 엄마가 보고싶다. 세상 누구도 나에게 줄 수 없는 평안과 따뜻함이 그립다. 엄마의 쾌활함과 천진함이 그립다. 말로는 표현 못하는 유대와 연결감이 엄마와 나 사이에 있다. 그렇지만 엄마로 인해 내게 주어졌던 부담과 고통도..
오랫만에 주말 연구실 출근을 했는데 긴 기간 비워뒀던 공동연구실에 쥐가 살고 있는 듯한 흔적들이 발견되었다. (마주칠까) 무섭고 (세균이 득실댈 거라 추정되는 쥐의 흔적이) 더럽게 느껴졌지만, 써야할 원고는 있는데 작업할 곳이 마땅찮았기 때문에 눌러앉아 서너 시간 혼자 일을 했다. 중간에 점심 먹고 들어오는 길, 연구실 옆 벌판에 가서 꽃을 꺾어와 종이컵에 꽂았다. 쥐가 들락거리는 연구실이지만 예쁜 건 좋은 거니까. 가을 꽃 빛깔과 늦은 오후의 볕이 잘 어울린다. 꽃은 언제나 위안을 준다. 명절 연휴부터 이번 연휴까지 내내, 어쩌면 개강 후 내내, 쉬지 않고 달리기만 했던 걸 원고를 중간쯤 쓰고 일단은 보내고 난 지금에야 알겠다. 숨 차게 뛰는 동안에도 알아채줄 걸.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는 시간이 되..
할 일이 많았지만 아침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걸었다. 날이 흐리고 비가 흩뿌려 더 좋았던 가을날. 걷기에 좋은 신발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단 걷자, 하고 걸었다. 아침 산책 중엔 마음이 차분하고 조용해지는 걸 보았다. 숲 속 나무들 사이에 놓인 내 마음이 가라앉아 편안해졌다. 오후엔 호수 저 너머 하늘과 물에 비친 하늘이 좋아서, 가을 풀과 꽃들이 좋아서 내내 웃었다. 발걸음이 가벼워져서 종종 걸었다. 산책 다녀와 할 일 해내느라 조금 쫓겼지만 그래도 걷길 잘했다. 계절이 지나가고 나도 매일 달리는 기분이다. 걷기는 달리고 있던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게 한다. 지나가는 계절을 정지 화면으로 보게 한다. 걸으면서야 숨을 깊게 들이 쉬고 내 쉰다. 걷다보면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고 그들에게 인정받으려 애쓰는..
작년 가을 상담을 받으면서 나에 관해 새로운 것들을 알게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내가 스스로를 칭찬하는 데에 인색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나의 성과들 앞에서 나는 늘 다른 사람들 덕분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게 겸손만은 아니었던 거다. 스스로 열심히 유능하게 일하고 공부했기 때문에 얻은 성과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나에게 상담 선생님이 물었다. 그걸 인정하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려운 거냐고. 울먹이며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잘난 척하는 사람, 교만한 사람이라고 비난할까봐 두렵다고. 그 뒤론 스스로를 부러 칭찬하려고 연습하곤 한다. 내가 노력해서 이룬 것들의 내 몫도 인정해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여름방학 때 하려고 했던 공부와 논문은 거의 진척을 못시켰는데 내일 개강이다. 비현실적이지만 진짜 ..
이전 직장을 다닐 때, 나는 어떤 면에서 외톨이였다. 회사 사람들이 나누고 옮기는 말들이 싫었고 사내 정치에 휘말리기보다는 본업에 충실하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혼자 점심을 먹는 날이 많았고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김밥을 먹고 나면 시간에 남기 때문에 점심 산책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 산책길 중 하나, 회사 정문 길 건너편 작은 골목에는 오래된 작은 집들이 줄지어있었고, 나는 그 중에서도 파란 대문집을 좋아했다. 담장도 높고 언제나 대문이 꽁 닫혀있어 그 집 안을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빛 바랜 파란 대문과 담장을 오르던 담쟁이가 예뻐서 그 집 대문을 찍어둔 사진이 여러 장이다. 어제 문득 그 파란 대문집이 그리웠다. 이제사 돌아보면 나는 그 시절 외톨이로 지내며 나다운 나를 지키려고 애썼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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