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30일, 바람의 수업 일지(1): 교육현실과 사회학적 상상력 본격적인 수업 첫 시간, 제 마음은 조금 설레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쓰신 에세이를 읽고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여겨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선생님들은 과연 어떤 교육 현실을 한국 교육의 시급한 문제로 여기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한국의 가장 시급한 교육 문제는?” 이라는 제목의 3분 발표가 끝났을 때, 동그랗게 앉은 수업 분위기는 좀 무겁게 느껴졌어요. 발표를 마친 선생님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더군요. 물론, 김명선 선생님 말씀처럼, 같은 교사로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형규 선생님의 소감대로 좀 슬프기도, 화가 나기도 하는 교..
지난 한 학기 동안 [교육사회학]이라는 이름의 세 강좌에서 공부했던 학생들이 연합 학술대회를 합니다. 모두 13개의 주제로 팀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교육과 성취, 교육과 문화, 교육과 평등 이라는 큰 주제 세션으로 진행됩니다. 한국 교육에 관심 있으신 분들, 사범대생들이 어떤 공부를 하나 궁금하신 분들, 교육과 평등 문제를 연구하시는 분들, 이전에 교육사회학 수업을 들으셨던 분들, 모두에게 열려있는 학술대회입니다. 6월 18일 토요일 오전 10시~1시 교육정보관(10-1동)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내 인간성은 아직도 얄팍하지만, 또 아직 내 마음 속 어린아이가 인정과 애정을 끊임없이 원하고 있지만. 수업에서 만나는 학생들이 언제라도 와서 기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힘들 때, 외로울 때, 뭔가 질문이 생길 때, 어떻든누군가 필요해지는 순간, 고민하지 않고 가볍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 뭐 만나서 뾰족한 수를 얘기해줄 수 없을 수도 있고, 돈이 별로 없어서 그럴 듯 한 걸 사먹일 수 없을 수도 있고, 좋은 곳에 데려가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냥 같이 있어줄 수 있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으니까. 가끔은 빈정대기도 하고 쏘아대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너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라고. 너에게 있는 그런 사람들 중 마침 불러낼 사람이 없을 때, 히든 카드처럼..
2011년 5월 17일 화요일 오늘 점심 시간은 좀 특별하다. 도서관 계단 아래 쪽, 사범대 노래패 '길'의 공연 모습을 멀찌감치서 본다. 점심을 먹고 자하연 앞으로 와서 문화 인큐베이터와 아름다운 가게의 바자회 구경을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오월 십팔일. 천구백팔십년 오늘,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과방의 작은 티브이로 끔찍한 영상을 보았던 게 언제쯤이었을까. 일학년 봄이었으니 그것도 벌써 십오년 전 일이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대학생들은 더이상 데모를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열심히 동아리 공연을 준비하고, 세미나 커리큘럼이 수업 텍스트보다 더 중요하고,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있는 선배를 면회가고, 혁명의 역사를 읽으며 가슴 두근거리던 대학생이 시간강사가 되어 교육과 불평등과 계급..
수업은 6주차, 수업일지는 5번째. 4주차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는 이유로 수업일지 패쓰, 5주차 수업은 일지를 쓰지 못한 채로 6주차 수업에 들어갔다. 애초에 수업일지는 빼먹을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HJ이 자신들의 토론이 마음에 안들어 수업일지를 쓰지 않는 거냐고 물어오니, 왜 안쓰고 있었는지 새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분명하진 않지만, 어떤 무거운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무거움은 차차 풀어갈 수 있을 거라 믿고. 너무 화창한 봄날 오후, 오히려 바깥보다 더 차가운 기운의, 오래된 건물 교실. 6주차 수업 주제는 [젠더]였다. EBS 다큐 프라임 , 버틀러의 1부 중 일부, 에 기고한 루이스의 글이 이번 수업의 교재. '젠더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쓴 논평문들 속에는 다양한 이야..
수업 끝나고, 떡볶이 먹으며 한 시간 쯤 수다를 떨고, 연구실에 걸어와 거울을 봤는데, 오앗. 닼흐써클이 스모키 화장한 것마냥 짙고 선명하고나. 소파에 잠깐 앉아있다가 공부 시작하자 했는데, 한 시간 가까이 곯아떨어졌다. 세시간 수업이 끝나면 마음은 늘 조금 아쉬운데, 몸은 배터리가 거의 다 닳아서 다운될 지경이었구나. 잠깐의 낮잠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수업 내용 정리하고 수업일지도 쓰려는 참.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캠퍼스엔 움트는 꽃들과 잎들이 저마다 안간힘이다. 학생들 데리고 야외에서 실컷 놀고 싶다 싶을 정도로, 예쁜 봄날. 그래서 도종환의 시를 가져가 읽어주었다. 그래봤자, 수업 끝나고 다들 도서관으로 학원으로 다른 수업으로 갔을 것 같지만.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지 말고 코스모스 갸웃갸..
2011년 3월 22일 화요일. 수업 3주차. 교실이 조금 데워진 느낌이 든다. 수업하러 가면서 느껴지는 내 마음도 긴장보다는 기대와 흥분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오늘은 지난 수업에 비하여 말과 말 사이의 침묵이 좀 짧아졌는데, 이 추세로 가면, 얼음이 녹아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교실이 점점 더 시끌벅적 해지겠지, 싶다. 보울즈와 진티스의 논문 [교육과 인간발달]을 읽고 학생들이 올린 논평문을 피드백하고 채점해서 가져갔는데, 역시 점수를 명시해서 나눠주니 교실에 긴장감이 흐른다. 1점 차이에 희비가 엇갈리는 경험이 너무 많아서, 어떤 점수라도 그것이 곧 능력의 척도인양 여겨지는 것,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냥 거기에 좀 둔감해지는 것. 이것이 점수를 명시해서 주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 ..
2011년 3월 15일 화요일 솔직히, 토론식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에 좀 자부심이 있었다. 근데 오늘 수업을 해보니, 그동안 진행했던 수업들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되도록 토론의 조직자(facilitator) 역할에 충실해보자 마음 먹은 이번 학기, 오늘은 그 시도의 첫 날. 동그랗게 둘러앉아 세미나식으로, 수업의 대부분을 학생들의 이야기로 채워가는 건 여러가지 면에서 도전이었다. 교실의 침묵에 대한 어색함을 포함하여 선생이 이렇게 듣고만 있어도 되나 하는 의구심, 무엇보다 학생들의 이야기만으로 충실한 수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학생들과 같은 높이의 의자에 앉았음에도 자꾸 내 의자가 특히 더 낮은 게 아닌가 느꼈다는 거다. 아, 강단에 서서 학생들의 주목을 받으며 이야기하..
2011년 3월 8일 화요일 출석부에는 스물 네명의 수강생이 있었는데 교실에 들어가니 열 명도 안되는 학생들이 띄엄띄엄 앉아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내가 올린 강의계획서가 너무 '빡세 보여서' 많이들 포기 했단다. 내 딴엔 최대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명시해서 수업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한 것이었는데, 학생들 입장에선 '이 수업 이렇게 할 거 많고 복잡하다' 이렇게 보였나보다. 어떻든 포기도 선택의 하나이니, 강의계획서를 작성해서 게시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강의계획서 소개를 하고 수업에 대해 의논하고 책상을 둥글게 배치한 뒤 자기 소개 시간을 가졌다. 자유롭게 자기 소개를 해보라고 했는데 대부분은 학과-학번-이름 순으로 소개를 하더라. 정해진 순서 없이 자기가 원하는 타이밍에 소개해도 된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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