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하고 이틀이 흘렀네요, 쏜살같이, 시간이 지나갑니다. 까먹고 있었던 것들이 막막 기억나고 깨달아지는 순간들입니다. 거기서 내가 기억하곤 했던 서울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하면서요. 기억은 언제나 선택적인 것이라 거기선 애써 부정적인 것들은 기억해내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소음, 습한 날씨, 붐비는 지하철과 버스와 거리, 오염된 공기 같은 것들이 새삼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인간 관계들과 예의 차리며 연락해야하는 몇 어른들, 마주쳐도 반갑지 않은 몇 사람들의 리스트가 좌라락 새로 새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가장 낯설게 느껴지는 건, 사실 나 자신입니다. 내가 이런 걸 싫어했지, 내가 이런 걸 못견뎌하곤 했지, 내가 이런 상황에선 도망치려고 했지, 내가 이런 것에 ..
토론토 생활 구십일일째 _ 2010년 2월 17일 수요일 아침에, 아직 여독이 안풀린 몸으로, 늦잠 자고 일어나니, 마음이 편하다. 그냥 편한 게 아니라, 편안하다. 집에 왔다,는 기분. 아침 지어 먹고 학교 갔다 귀가하니 다시 시작하는 일상의 싸이클이 반갑다. 이제 겨우 구십여일 지났는데, 어느새 여기가 '집'이 되었구나, 싶다. 학교에 앉아있는데 피곤해서인지 몸에서 열이 막 났다. 후딱 집에 들어와 쉬고 싶었는데, 그래도 견뎠다, 그러다보니 보려고 했던 아티클 한 편 다보고, 저녁도 먹고 장도 봐서 집에 오니 조금 멀쩡해졌다. 불교에선 집을 갖지 말고 유행(遊行)하라,고 한다. 내가 해석하기론 목숨이나 음식, 잠, 관계에 대한 욕망 만큼이나 질기고 강한 게 내가 사는 '집'에 대한 욕망인 것 같다. ..
내가 베고 자던 베개와 내 책들이 꽂힌 책장이 있다는 거. 그리고, 집에서 맥주 마시다가도, 아, 맛있는 안주가 먹고싶다, 하면 십오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다양한 메뉴의 술집들이 밤에도 새벽에도 있다는 거! 저녁 9시부터 지금까지... 캐나다 맥주 한 캔+호가든 작은 거 한 병 반 마신... 나 지금 먹고 싶은 거... 대구 지리, 복 지리... 제법 큰 생선을 미나리 넣고 끓인 맑은 국물. 그거 한 숟가락만 먹을 수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그저 줄 수 있을 것 같아...ㅋ 이참에 먹고 싶는 거 몇 가지만 써보자면, 1. 순대국: 그 진하고 걸죽한 국물에 풋고추 쌈장에 찍어 아작. 2. 복지리: 술을 아무리 심하게 먹어도 복지리 한 그릇만 먹으면 재생 가능. 3. 마켓오 순수감자 프로마즈: 한국과자 거..
토론토 생활 육십칠일째 _ 2010년 1월 24일 일요일 _ 몸이 안좋아 종일 집에 있었다. 일요일, 날씨는 흐리고, 양은 책 읽으러 도서관 가고,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좋더라. ㄴ선생님 인터뷰 전사하고 미뤄뒀던 '토론토 일기' 쓰고, 낮잠도 자고, 아보카도랑 쵸쿄바도 먹고 레몬차도 한 잔 했다. 느리게 혹은 빠르게 시간이 지나가고 지금은 일요일밤. _ 일월 초 운동을 시작해서 이틀에 한 번 요가와 필라테스 수업을 들었는데, 그 덕분인지 심하던 생리통이 나아졌다. 오십분 정도 수업 듣고 샤워하고 사우나 하는 게 전부인데,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몸의 순환과 균형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금방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도 꾸준히 해서 뭔가 얻는 것, 이런 게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인 듯.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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