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이면 이 집을 떠난다. 2년 반을 거의 꽉 채워 살았다, 봄에 와서 가을에 떠나는. 이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바로 부엌. 요리 시간을 즐겨서라기보다는 식탁 의자에 앉아서 보는 뷰가 꽤 괜찮았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식탁에 혼자 앉아 책을 보거나 밥을 먹거나 음악을 듣거나 차를 마시는 시간도 좋았고, 특히 비오는 날엔 부옇게 습기가 찬 베란다 창 너머로 녹색이 보여서 좋았다. 이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오후 늦게 창을 열어두고 가만히 바깥의 소음을 듣고 있던 네 다섯시 즈음의 시각들. 서향인 큰 방 안으로 해가 길게 들어오고, 방은 밝은 기운으로 가득한데 양 쪽으로 열어둔 창으로는 오후의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곤 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이 담뿍 든 이 집, 이 동네, 이..
_ 딱 한달 후면 출국합니다, 만약 비자 등등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요.흐흐. _ 와야할 이메일은 오지 않고, 하루에 처리할 일들은 대여섯가지를 훌쩍 넘고, 치과도 다녀와야겠고, 논문 인터뷰 스케쥴은 삐걱거리고, 급기야 생리통까지 겹쳐서...으으으으... 이러고 있습니다. _ 그렇지만, 이 시간또한 지나가겠지요, 아마 한 달즘 후엔 이 시간 돌아보며 웃음이 좀 나올 것 같아요. 이렇게, 마음 먹으면서도 가슴 깊은 곳에는 뭔가 꿈틀대고 있는지, 연일 엄마 꿈을 꿉니다. 그래도, 그 순간의 마음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냥, 툭, 털고 일어나 봅니다. _ 접속사들이 늘어나는 계절. 안절부절 하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 나를 가만히 보는 시간.
이천 육년 이월, 어느 추운 날. 그 때 나는 씨스터들로부터 뭔가 에너지를 얻고 싶었던 거 같다. 주변의 몇몇 여자들에게 '떠나자' 제안했더니 딱 두명이 낚였다. 그래서 그 여자들이랑 히히덕 거리면서 떠났다, 돈 몇 푼이랑 바다를 보고싶다는 마음, 그리고 목적지에 대한 알량한 정보 내지는 환상 같은 걸 가지고서. 서울에서 동해가는 버스를 타고 강릉에 도착 - 예약해둔 렌트카를 몰고 바람부는 동해 바다와 경포대 구경을 하고, 차를 달려 묵호항에 도착 - 저녁이 내리는 항구에서 오징어, 쥐포 등등 사고, 회도 한 접시 먹은 후 추암으로 이동 - 화장실도 없는, 미닫이 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에서 파도소리 밤새 들으며 수다 떨다 자는 듯 마는 듯 밤을 보내고, 아침에 망상으로 이동 - 망상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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