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다섯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해남에 가서 하룻밤 자고 휙, 돌아왓던 지난 이월의 어느날. 일요일 아침 동네 작은 교회에 가서 몇 분의 촌부와 예배를 보았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흙으로 지은 아담한 예배당 온돌방에 앉아 소박한 나무 십자가 아래에서 찬송가를 부르니 좋았다. 천국에 가야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곳이 바로 행복의 장소요 시간이라는, 젊은 목사님의 설교도 좋았다. 돌이켜보면, 잠도 잘 못자고 밥도 잘 못먹고 눈을 떠도 감아도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리던 지난 겨울이었다. 겨울만 지나면 봄날만 오면 나아질거야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던 계절. 그 땐 절대 예상하지 못했겠지, 지금 제법 나아진 내 모습을 말야. 그러니, 언젠간, 돌아보고 그리워하는 일이 괴로움만은 아닐 수 있겠구나.
부르키나 파소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완전히 지친 몸을 실었던 빠리행 비행기에서 가장 흥분하며 기대했던 장소는 몽마르뜨 언덕이었다. 빠리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작은 언덕, 바람은 가만히 불고 하늘은 푸르고, 그 잔디밭이나 계단에 앉아서 잠시 땀을 식혀도 좋을 것 같았다. 그 런데 내 상상 속 몽마르뜨는 지하철역에서 나오면서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언덕에 오르는 길은 싸구려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했고, 아이스크림이며 크레뻬 가게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다. 특히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국말, 어딜 돌아봐도 보이는 한국인들. 언덕길을 올라가니 몽마르뜨 언덕 잔디밭과 계단에는 더위에 지쳐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거리 공연을 하는 팀 몇이 엠프 볼륨을 가득 올리고 있었고 관광객 대상의 잡상인들도..
올여름에도 제모할 때마다 이걸 깎아?, 말아?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그러셨다, 항상 접혀있어서 살들이 부대끼는 곳에는 털이 나기 마련이라고. 그래야지 땀과 같은 분비물이 나와도 살이 짓무르지 않고 냄새도 적게 나는 거라고. 그러니 쓸데없이 면도하지 말고 당당히 털 드러내고 다니라고. 내 친구 ㅅㅌ은 겨드랑이 털을 깎지 않은 채로 끈나시 티셔츠를 입고 지하철을 탔다가 미친* 취급을 받은 적이 있다. 그래도 그녀는 웃었다, "내가 털을 깎든지 말든지 지네가 무슨 상관이야!" 하고 호탕하게 외치며. 미시적인 부분까지 감독하고 규율하는 권력일 수록 나 자신에게 깊이 내면화되어 있는 법. "필요하니 나 있는 털을 깎으면서까지 남의 눈치 보고 살아야하는 거야?" 라고 묻는 자아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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