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칠일째 _ 2009년 11월 25일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 학교 가기 싫다, 였다. 잇몸은 어제보다 더 부어서 아프고 두통도 약간 있는 것이 생리가 곧 시작될 것 같은 컨디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뜩 껴입고 집을 나섰다.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더니 비가 온다. 순식간에 온 도시가 우중충하다. 비단 몸이 안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학교에 가려니 싫은 마음이 딱 생긴다. 낯선 사람들, 낯선 공간에, 낯선 존재로 가 있는 것 자체가 좀 싫었다. 오래 다녀서 익숙해진, 그래서 편하고 때로는 지겨워지기도 했던 내 학교 내 연구실을 두고 내가 왜 이렇게 낯설고 어색한 곳으로 가야할까, 스스로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다. 막상 학교에 가보니 정말로 어색하더라, 허허. 그래도 그 어색..
토론토 생활 육일째 _ 2009년 11월 24일 화요일 아침기도 할 때 읽는 보왕삼매론의 첫째 구는 이렇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하셨느니라." 아침마다 이 구절을 읽지만, 이 구절이 가슴에 가장 와닿을 때는 아플 때다. 몸이 건강하고 가벼워 마구 탐욕이 생길 때는 저 구절을 생각치도 않다가 막상 아프면 저 구절이 딱 떠오른다. 오늘이 바로 그 때다. 어젯밤부터 열이 조금 나더니, 왼쪽 위아래 잇몸이 아프고 그 가까이 임파선이 부었다. 오전에 몸이 가라앉아서 조금 쉬었고, 학교 가기를 포기하고 내내 집에만 있었는데 급기야 좀전부턴 목도 아프고 머리고 아프다. 앗,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과 앗, 어쩌지, 병원비 비싼데....
토론토 생활 오일째 _ 2009년 11월 23일 월요일 학교에 다녀왔다. 여성교육연구센터(CWSE)의 센터장 록산나(Roxana) 교수를 만나고, 센터 조교 제이미(Jamie)로부터 사무실과 컴퓨터, 도서관 등의 사용 관련하여 안내를 받았다. 록산나 교수는 친절했고 제이미는 귀여웠으며 센터 분위기는 자유로왔다. 내 사무실과 책상, 컴퓨터가 있기는 하지만 이 센터와 관련하여 내가 의무적으로 해야할 일은 없(어보였)고, 얼마나 자주 센터에 나가 공부를 할 것인가 하는 것도 전적으로 내 자유에 맡겨져 있다. 센터 안밖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행사들(세미나, 워크샵, 전시회, 영화상영회, 출판기념회 등)에 대한 참여도 자유롭게 선택하면 될 것 같다. 록산나 교수를 만나러 가기 전, 그 약속을 취소하고 싶을 정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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