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미나가 끝나고 를 보고 매운 닭갈비와 맥주 한병을 둘이 나눠먹고 신촌서 합정까지 걸었다 밤은 깊어가고 한강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낮내내 달궈진 도시의 길을 식히는데 깔깔대고 떠들고 헌책방에 들렀다 함께 걷느라 시간이 금새 지나갔다 - 집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다가 미뤄둔일을 해치우는 심정으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침울한 목소리의 그는 함께 살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 며느리가 마음에 안들어 이런저런 푸념을 쏟아낸다 그러게 엄마만한 여자는 없다니깐 같이 있을 땐 왜 그리 고마운 것 모르고 싸우기만 했수,라고 마음 속 목소리는 한껏 커졌지만 나는 그를 위로하고 있었다 나이든 그가 가여웠을까 - 지난 월요일 낮에 본 는 다음으로 나를 꺼이꺼이 울게 만든 영화였다 illiteracy라는 벽 안에 갖힌..
지난 3월에 새마음 새뜻으로 시작한 영어 학원 다니기,가 한달을 넘어서고 있다. (오늘 아침엔, 지금까지 꼬박꼬박 다니고 있는 내가 새삼 놀라웠음!) 캠퍼스 안에 있는 영어 학원의 오전은, 온통 종달새들로 가득 차 있다. 아침부터 저렇게 맨질맨질한 얼굴로 또롱또롱한 눈빛으로 이야기하고 웃고 걷다니. 난 아침 영어가 있는 날이면 언제나 꼬질꼬질 피곤피곤 힘이 없는데...허허. 오늘은 그 종달새 기운 좀 받으려고 학원 안에 있는 까페에 앉았다, 커피랑 샌드위치 사갔고. 창밖엔 개나리 진달래 만개하고, 벚꽃도 봉오리를 틔우고 있다, 바람도 살랑살랑. 머리도 안감고 피곤하고 조금 힘이 없는 아침이지만, 재빨리,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오는 봄이, 내 겨드랑이에 양 손을 끼워서 나를 일으킨다, 툭툭 털고 일어나, ..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것, 주의 사람을 독려해서 함께 일을 성취하는 것, 더 큰 자아를 만드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유형. 건강한 단계에서는 도전해서 성취하는 자신을 내려놓고 즐기면서 일을 하고, 독립심과 열정, 직선적인 스스로에 대한 긍정이 있으며, 결단력과 전략적 판단이 잘 작동. 보통의 단계에서는 사무적이거나, 도전이 성취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존경이나 인정을 못받는 것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 건강하지 못한 단계에서는 적대적이고 위협적인 성격이 드러난다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배신당했다는 비통, 냉담, 고립감, 폭력, 분노, 복수심, 반사회적 범죄, 우울증, 강박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으니, 이런 증상이 일주일 이상 나타나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렬하게 그러나 비밀스럽게 늘, 사람들에게 다가..
어제 사랑니를 뽑았어요. 삼년전에 하나 뽑고 나머지 하나를 어제 마저 뽑은 거지요. 내 사랑니들은 좁은 아랫턱을 비집고 나느라 서있질 못하고 누워있어서 이로써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그것 때문에 잇몸에 염증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얼른 뽑지 않으면 이와 잇몸이 더 상하겠다는 생각에, 치과에 너무 가기 싫었지만 마음 먹고 갔답니다. 사랑니가 누워서 나있기 때문에 잇몸을 찢어내고 이를 네 토막으로 부숴뜨려서 뽑아냈습니다. 발치 수술 내내 애써 다른 생각들을 하려고 했지만 온 신경이 사랑니로 가있더군요. 그 때문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부터 지금까지 내내 오른쪽 머리가 아픕니다. 어젠 마취가 깨면서부터 발치한 근처의 잇몸이 너무 쓰라려 진통제를 좀 먹었구요, 계속 자고 누워있었어요. 오늘은 어제보다 통증이 좀 나..
간밤엔 어제 수술한 ㅅㄴ 언니의 병실에서 간병인 자격으로 곁에 있었어요. 물론, 환자가 무척 건강해서 나도 옆에서 쿨쿨 잘 잤어요. 잠자리가 바뀌면 잠 못 들던 고약한 습관이 어느새 고쳐졌는지, 가로로 50-60센티 정도의 좁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피곤한 몸에 잠은 달디달더군요. 물론 간병인답게 간간히 눈을 뜨고 환자의 안녕을 확인하곤 했어요. 언니가 숨을 고르게 쉬고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잠이 들기를 몇 번 하고 나자 새벽이 되었습니다. 병원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칫솔질을 하고 휴게실 창으로 멀리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보았어요. 간단히 맨손 체조를 하고 병실로 돌아오는 길, 지금 이 순간, 이 병원에서도 삶과 죽음이 오락가락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는 죽어가고 누군가는 그 죽음에 통곡하고..
설 연휴 때, 대구 가서 이모들을 만났는데, 우리들은 부엌 바닥에 앉아 한 목소리로 이런 넋두리를 했었다. "아, 일년은 지난 것 같이 길어. 이번 가을, 겨울은 너무 길어." 그 긴긴 시간들 동안 내가 제일 많이 했던 건, 돌아보니, 나를 혐오하는 일이었다. 자책과 후회, 뼈아픈 후회. 내가 그동안 자기 혐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걸, 인도에서 깨달았다, 걷고 절하고 명상하고 잘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순간순간들 덕분에. 인도에서 나는 잘 씻지도 않고 거울도 안보고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잤다, 그러면서도 많이 웃었다. 환하게 웃기,를 몇 달만에 다시 해봤다, 그리고 죄책감도 덜고 후회의 마음도 많이 버려두고 왔다. 자기 혐오의 다른 면은 타인의 인정을 구하는 욕망이다. 어리석고 못났고..
돌이켜보면, 결혼 준비를 하고, 결혼식을 '해내고', 신혼여행을 갔던, 이천육년 겨울에서 이천칠년 봄까지의 기간동안 나는 무척 우울했던 것 같다. 그 기간의 일기들, 사진들을 보면 결혼을 둘러싼 고민들 속에 파묻혀서, 그러나 어찌됐든 결혼이라는 걸 수행하고 있는 내가 발견된다. 그 기간의 우울에는 많은 설명들이 붙어야하겠지만, 커다란 괴로움 중 하나는, 나에게 의미있는 타자들이었던 페미니스트 친구들이 모두들 내 결혼을 '배신' 내지는 '전향'으로 여기고, '난 그 결혼에 반대요!' 혹은 '니가 왜 결혼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시간이 지나고 내 결혼을 반대하던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만나게 된 지금에도, 그 친구들이 건네는 어떤 대사들, 예컨대 "넌 결..
1. 동거인과 나의 고향을 각각 2박 3일씩, 명절 여행을 다녀오니, 집은 꽁꽁 얼어있다, 보일러를 켜고 이불을 펴고 그 안에 누워도 한참동안 발이 차가워 꼬물대는. 명절 내내 박완서의 을 읽었다, 밑줄을 긋고 싶은 구절이 몇 군데. 일상으로 돌아와 해야할 일들을 적은 수첩의 한 페이지는 to do list로 가득한데 오전 내내 인터넷만 하고 있다. 간밤엔 인도로 떠난다는 ㅇㄴ와 통화했고, 좀전엔 내달 초에 수술을 한다는 ㅅㄴ과 통화를 했다, 그러면서 그녀들과 이어진 가늘고 질긴 인연에 새삼스럽고 이상한 감사함을 느낀다. 깔끔하게 정리돼있던 책상이 어지럽혀지고, 방학은 한달 남았고, 시간은 간다. 2. 인도에 다녀와서 식탐이 늘었다, 이런 내가 재미있어서 내내 지켜보았다, 늘어난 식탐으로 살이 찌거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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