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낯설기만 했는데 여행의 마지막 즈음엔 이들 속에서 편안해졌다. 바라보고 눈 맞추어도 좋고 다른 곳을 바라봐도 좋고 서로 웃어줘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은. 올망졸망 앉은키를 맞추어 모여있는 이 사진이 편안한 것은 모두 같은 곳을 쳐다보지도 모두 같은 표정을 지어서도 아닐 것이다. 이즈음의 나는 혹은 우리는 혼자 있어도, 사람들이 꼭 나를 인정해주거나 사랑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하는 마음의 힘이 생겼기 때문일 거다. 최근에 들은 어떤 문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자주 봐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은 겁니다. 내가 그를 사랑한다면 이 세상 어딘가에 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습니까. 그냥 그를 떠올리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마음, 그게 소유하지 않고 좋아하는 마음입니다." 예전 같았음, 그런 사랑은..
지난 미쿡 여행 사진 몇 개. 내 머릿 속 샌프란시스코는 언제나 태양이 비추는, 소매없는 옷을 입은 사람이 사시사철 거리를 누비는 뭐 그런 이미지였다. 그런데 샌프란에 머물렀던 이틀동안 내내 흐렸고 (떠나는 날 반짝 해가 나더군) 특히 버클리 대학에 있었던 날엔 비도 주룩주룩 내렸다. 미쿡 대학 다니는 애들은 캠퍼스 풀밭에 누워 일광욕 한다길래 나도 그래볼까 내심 기대했었는데 우산도 없이 비맞으며 우중충한 캠퍼스 구경 좀 하다가 말았다. 캠퍼스 돌아다니면서 발견한 것 하나는 이 학교 여학생들은 절대 높은 굽 구두를 신지 않는다는 것. 다리 짧고 뚱뚱한 여자애들도 다들 청바지에 운동화 아니면 플랫 슈즈 신고 다닌다. 팔십프로 이상이 맨투맨 티에 가방도 거의 백팩에 화장한 여학생은 찾아보기 힘들다. camp..
지도 교수님 '모시고' 다닌 길이라, 여행의 자유를 만끽하진 못했지만 몇 순간은 기억에 남는다. 큰 나무 숲 물가에서 불 피워 고기 구워먹었던 조용한 저녁. 하얀 포말이 빗물 처럼 온몸에 튀는데도 계속 웃음만 나던 폭포 앞의 낮. 차가운 기온과 뜨끈한 수온 사이를 오가던 노천 스파에서의 밤. 너무너무 큰 나무 앞에서 그 삶을 막연히 가늠하던 그 오후. 산꼭대기 눈이 녹아 거칠게 흐르는 강물 앞에 가만히 앉아있던 낮. 그 순간들의 공기, 하늘, 햇살, 빗물, 그리고 내 마음을 담아둔다. 폭포 앞, 소낙비처럼 물방울이 튀는데, 그래도, 좋다고 웃는다,
- 세미나가 끝나고 를 보고 매운 닭갈비와 맥주 한병을 둘이 나눠먹고 신촌서 합정까지 걸었다 밤은 깊어가고 한강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낮내내 달궈진 도시의 길을 식히는데 깔깔대고 떠들고 헌책방에 들렀다 함께 걷느라 시간이 금새 지나갔다 - 집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다가 미뤄둔일을 해치우는 심정으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침울한 목소리의 그는 함께 살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 며느리가 마음에 안들어 이런저런 푸념을 쏟아낸다 그러게 엄마만한 여자는 없다니깐 같이 있을 땐 왜 그리 고마운 것 모르고 싸우기만 했수,라고 마음 속 목소리는 한껏 커졌지만 나는 그를 위로하고 있었다 나이든 그가 가여웠을까 - 지난 월요일 낮에 본 는 다음으로 나를 꺼이꺼이 울게 만든 영화였다 illiteracy라는 벽 안에 갖힌..
지난 3월에 새마음 새뜻으로 시작한 영어 학원 다니기,가 한달을 넘어서고 있다. (오늘 아침엔, 지금까지 꼬박꼬박 다니고 있는 내가 새삼 놀라웠음!) 캠퍼스 안에 있는 영어 학원의 오전은, 온통 종달새들로 가득 차 있다. 아침부터 저렇게 맨질맨질한 얼굴로 또롱또롱한 눈빛으로 이야기하고 웃고 걷다니. 난 아침 영어가 있는 날이면 언제나 꼬질꼬질 피곤피곤 힘이 없는데...허허. 오늘은 그 종달새 기운 좀 받으려고 학원 안에 있는 까페에 앉았다, 커피랑 샌드위치 사갔고. 창밖엔 개나리 진달래 만개하고, 벚꽃도 봉오리를 틔우고 있다, 바람도 살랑살랑. 머리도 안감고 피곤하고 조금 힘이 없는 아침이지만, 재빨리,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오는 봄이, 내 겨드랑이에 양 손을 끼워서 나를 일으킨다, 툭툭 털고 일어나, ..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것, 주의 사람을 독려해서 함께 일을 성취하는 것, 더 큰 자아를 만드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유형. 건강한 단계에서는 도전해서 성취하는 자신을 내려놓고 즐기면서 일을 하고, 독립심과 열정, 직선적인 스스로에 대한 긍정이 있으며, 결단력과 전략적 판단이 잘 작동. 보통의 단계에서는 사무적이거나, 도전이 성취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존경이나 인정을 못받는 것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 건강하지 못한 단계에서는 적대적이고 위협적인 성격이 드러난다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배신당했다는 비통, 냉담, 고립감, 폭력, 분노, 복수심, 반사회적 범죄, 우울증, 강박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으니, 이런 증상이 일주일 이상 나타나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렬하게 그러나 비밀스럽게 늘, 사람들에게 다가..
어제 사랑니를 뽑았어요. 삼년전에 하나 뽑고 나머지 하나를 어제 마저 뽑은 거지요. 내 사랑니들은 좁은 아랫턱을 비집고 나느라 서있질 못하고 누워있어서 이로써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그것 때문에 잇몸에 염증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얼른 뽑지 않으면 이와 잇몸이 더 상하겠다는 생각에, 치과에 너무 가기 싫었지만 마음 먹고 갔답니다. 사랑니가 누워서 나있기 때문에 잇몸을 찢어내고 이를 네 토막으로 부숴뜨려서 뽑아냈습니다. 발치 수술 내내 애써 다른 생각들을 하려고 했지만 온 신경이 사랑니로 가있더군요. 그 때문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부터 지금까지 내내 오른쪽 머리가 아픕니다. 어젠 마취가 깨면서부터 발치한 근처의 잇몸이 너무 쓰라려 진통제를 좀 먹었구요, 계속 자고 누워있었어요. 오늘은 어제보다 통증이 좀 나..
간밤엔 어제 수술한 ㅅㄴ 언니의 병실에서 간병인 자격으로 곁에 있었어요. 물론, 환자가 무척 건강해서 나도 옆에서 쿨쿨 잘 잤어요. 잠자리가 바뀌면 잠 못 들던 고약한 습관이 어느새 고쳐졌는지, 가로로 50-60센티 정도의 좁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피곤한 몸에 잠은 달디달더군요. 물론 간병인답게 간간히 눈을 뜨고 환자의 안녕을 확인하곤 했어요. 언니가 숨을 고르게 쉬고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잠이 들기를 몇 번 하고 나자 새벽이 되었습니다. 병원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칫솔질을 하고 휴게실 창으로 멀리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보았어요. 간단히 맨손 체조를 하고 병실로 돌아오는 길, 지금 이 순간, 이 병원에서도 삶과 죽음이 오락가락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는 죽어가고 누군가는 그 죽음에 통곡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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