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심포지엄을 준비하는데 기조강연자 섭외가 난항을 겪고 있다. 상황따라 마음이 오락가락이다. 기대를 품었다가 실망하고 반복. 마음이 어렵다. 곧 떠나기로 마음 먹은 일터인데 가벼워지지 않는다. 이 일터에 내 마음 깊은 어떤 곳이 묶여있다. 그게 뭔가 싶다 요즘은. 연구자로 살아가는 일과 회사에 취직하는 일은 별개이면서도 엮여있다. 내 명함에 찍힌 회사 이름이 연기자로서의 내 자존심과 딱 연결돼있다. 쌈마이 같은 원장이 마음에 걸리고 강연자 섭외가 어려운 게 이렇게 절망스러운 것은 내 자존심과 이 회사을 단단히 묶어서 연결된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일 떠나도 집중하는 것. 나와 회사가 별개라는 걸 아는 것. 그래서 가벼워지는 것. 말은 쉬운데.
격달에 한 번 만나는 사람들과도 반년 이상 지나니 친분이라는 게 생긴다. 회의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에프터를 하고 그 덕에 이렇게 멋진 풍경을 봤다. 사람들 사이에서 늘 부끄러움과 멋적음 속에 있었던 나에게는 신기하고 유쾌한 순간들. 눈 앞에 펼쳐진 덕수궁 그리고 멀리 인왕산. 따뜻하고 부드러운 까페라떼 한 잔. 슬쩍 물러가던 피로. 사람들과 나누던 아직은 낯설지만 그래도 괜찮은 눈빛들. 불쑥 고개드는 위축감. 잘 못할까봐 두려운 마음.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그냥.
이승욱의 팟캐스트를 처음 들었다. 최신 에피소드는 7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져있다. 거기서 이렇게 묻는다. 지난 한주 동안 가장 힘들었던 일은? 내가 의지했던 사람은? 내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사람은? 등등 이걸 듣고 있다가 나의 일주일을 떠올려봤다. 오늘 뭘 하며 보냈는지 요며칠 내 삶은 어떤지 돌아보지 않고 사는구나 싶었다. 지난 한주 동안 여주와 서울로 두번 출장을 다녀왔고 내가 무능력한 사람이구나 과로워한 시간들이 있었고 세 차례 회의를 주재했고 새로운 팀 멤버와 조율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 와중에 달팽이 이사회 참석도 하고. 기침과 비염 때문에 밤에 잠을 잘 못잤고 피로 때문에 월요일 저녁엔 쓰러져 잤고 목요일엔 회사에서 낮잠을 잤는데도 계속 멍했다. 아침은 늘 대충 먹었고 점심은 약속과 출장..
저녁 먹은 게 소화가 잘 안되는지, 아이가 자다가 많이 칭얼댔다. 여러 번 일어났다 잤다를 반복하다가, 문득 일어나 앉은 아이가 물이 먹고싶다, 했다. 어두운 방을 지나 부엌 싱크대까지 둘이 손을 잡고 갔다. 밝지 않아 어둠 속을 더듬으며. 컵에 담긴 물을 벌컥이며 마신 아이를 양팔 벌려 안으니 내 품에 쏙 안긴다. 내 어깨에 기대어 안긴 아이와 마루를 몇 걸음 서성였다. 그리고 곧 방으로 가자, 하는 아이. 잠자리에 눕히니 다시 새근 잠이 든다. 손을 잡고 어둠을 더듬어 부엌까지 가던 그 길, 나에게 쏙 안겨서 어깨에 고개를 기댄 그 느낌. 내 마음 어딘가에 이 장면들이 새겨진 것 같다. 아이가 주는 선물 같은 순간들. 새삼, 고맙네. 내 천사.
정말 오랫만에 여기 들어왔다. 심지어 휴면계정이라 인증 절차도 복잡. 여기저기에 이런저런 기록들을 남겼는데, 그동안 내가 어찌 살았는지 잘 모르겠다. 기록이라는 건, 나중에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라는 효용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으로서의 역할인 것 같다. 기록할 시간을 갖는다는 건, 잠시 멈춰선다는 의미이니까. 2017년 상반기는 여러가지 의미로 참 고통스러웠는데, 정말 제대로 멈춰서본 적이 없었다. (그놈의) 해야할 일들이 일상의 시간들을 맘대로 채워간 것 같은.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시간, 잠시 멈출 수 있는 시간, 나를 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 기록을 해야겠다, 좀더 부지런히.
나는 이상주의자다. 더 좋은 공동체, 더 좋은 사회를 꿈꾼다.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길, 우리 사이에 감동이 흐르길 바란다. 그런 것들을 부여잡고서라도 나아가고 싶어서. 조합일을 하고 있는 건 그것 때문인 것 같다고 오늘 아침 생각한다. 수없이 이게 내가 바라는 삶이냐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매일 내가 하고 있는 어떤 것들이 나를 만들어간다. 그림 제목은 "Rising Moon." Kazuyuki Ohtsu이라는 일본 작가의 판화다. 달이 뜨고 있는 봄밤 그림을 보니, 봄이 기다려진다.
, Aoki Shigeru(1882~1911) 1899년 구루메 중학명선교[久留米中學明善校]를 중퇴한 후 상경해 서양화가 오야마 쇼타로[小山正太郞]가 지도하는 후도샤[不同舍]에 입문했다. 1900년 도쿄[東京] 미술학교에 입학해 구로다 세이키[黑田淸輝], 후지시마 다케지[藤島武二] 등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역사·문학·철학 등을 독학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린 신화화고(神話畵稿) 연작은 제8회 하쿠바카이 전[白馬會展]에 출품되어 하쿠바상을 수상했다. 1904년 미술학교를 졸업한 후 메라 해안[布良海岸]에서 그린 〈바다의 풍요 海の幸〉(브리지스턴 미술관)는 커다란 상어를 짊어지고 바다에서 걸어나오는 구릿빛 벌거숭이 어부들을 그린 걸작으로 당시의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그림을 비롯해 메라 해안을 묘사한..
간밤에 잠을 설치고 늦잠. 아이 등원 지각 나는 출근 지각. 출근 후 4번의 회의. 종일 종종 댔지만 결국 할 일 한 가지는 남겨놓고 퇴근. 아이 저녁 먹이고 어린이집 조합 이사회. 마치고 나니 새벽 2시. 아침 8시에 일어났으니 18시간 노동한 셈이다 오늘. 아침 회의 때. 일의 질서는 몸으로 배우는 것, 마음의 습관 문제라는 걸 배웠다. 그러니 관행을 바꾸는 건 엄청 어려운 일. (나 자신도 바꾸기 어렵잖아) 점심 먹으며 나눈 팀 동료들과의 대화. 내가 마음을 열면 상대방도 한 걸음 걸어들어오는구나. 오후엔 몸 담았던 조직에서 마음을 떠나보냈다. 가벼워졌다. 퇴근길 버스에서 마주친 동료의 손을 꼭 잡아줬는데 다시 생각해도 잘한 일이다. 섣불리 내가 옳은 편에 서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지. 언제나 잠정적..
피곤한데 자다가 깨서 잠 못 드는 날이 있다. 부정적인 어떤 감정에 머물러 있을 때 그런 것 같다. 오늘은 낮에 일터에서 내가 했던 실수에 대한 자책, 저녁에 동생이랑 통화하면서 느꼈던 불안이 아직 나에게 머물러 있어서. 자책과 불안.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게는 단골 감정들이네.ㅎ 그래도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아봐서 다행. 그래도 그게 불안인지 알아서 다행. 흐흐. 이제 하루 지났는데 이번주는 참 할일로 가득차 있다. 그것들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워한다. 자책과 불안이 손잡고 있구나. 그리고 동생과 나누어야할 불안의 감정들, 그 맥락들이 제법 쌓여있는 것도 알겠다. 우리가 공유한 것들을 같이 돌아보는 것. 이게 앞으로 우리들에게 놓인 숙제겠지. 이 부정적인 감정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고 그래서 맹렬하..
오늘 낮은 날이 풀렸고 맑았고 게다가 미세먼지도 없었다. M선생님과 동네 까페에 가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점심 시간 그렇게 여유있게 밥 먹고 걸을 수 있는 게 오랫만이라 참 좋았다. 일터로 돌아오기 직전 나무가 많은 집 마당에서 새들이 엄청 울어댔는데 그 소리를 좇아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던 그 낮의 시간이 포근했다. 통통한 참새들이 어딘가 한 방향을 향해 앉아서 지독히도 울었는데 소리가 경쾌해서 심각하지 않고 웃겨보였다. 덕분에 내 마음도 가벼워지고. 아이가 매일 자란다. 표정이 다양해지고 말도 너무 잘 한다. 많이 까불고 마음도 깊어졌다.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엄마를 제일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 아이.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고 싶다. 그게 나의 평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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