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농도가 며칠 높더니 목이 아프다. 간밤에 목이 아파 잠이 깨어 티셔츠를 하나 더 입고 프로폴리스를 뿌리고 양말을 신고 다시 잠들었다. 출근 걱정 않고 일단은 푹 자자 하며 잠드는 순간이 좋았다. 토요일에 아파서 다행이라는 안도감. 지난주 청재설헌 정원에서 (몰래) 주워온 유자 5개를 잘라 유자청을 만들었다. 베란다에 있는 제라늄은 몇주 전부터 계속 꽃을 피운다. 추워서 집안에 들여놓은 러브체인은 초록잎이 자꾸 돋고 자라는 중이다. 아기 구피들도 잘 자라고. 올해 여덟살이 된 아이에게는 여전히 달고 고소한 냄새가 난다. 제주에 귀농해서 재배한 당근을 한 박스 주문했는데 참 달아서 하루 한 개는 꼭 먹게 된다. 자연에서 온 순하고 어리고 여린 것들이 나에게 위로가 된다. 이런 것들에 의지하며 살게 ..
마음과 머릿속이 시끄럽고 부대끼는 가운데 아이와 단둘이 보내는 주말. 하루 세끼를 모두 만들어 먹이고 낮잠도 재우고 목욕까지 끝내고 나니 종일 힘들었던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다. 이제 아이 재우고 고치다 만 논문 좀 고치다 자면 좋겠는데 쉬이 잠들어주지 않겠지, 아마. 예전엔 아이에게 집중 못하고 머리와 마음이 시끄러운 내 상태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봐 불안하고 죄스러웠는데 오늘은 이런 나도 이런 나에게 종일 징징대는 아이도 그저 바라봐진다. (물론 짜증은 몇 번 냈지만;;;) 시간이 지나면 복잡하던 일도 조금 명확해지고 나도 어느쯤은 나아져있지 싶다. 그런 날엔 아이랑 실컷 놀아주면 되지. 오늘은 이 정도 엄마 노릇한 것만으로도 잘했다, 하고 셀프 칭찬을.
오랫만에 시험치는 꿈을 꿨다. 1교시가 기본 과목이었는데 문제는 다 풀고 답안지를 안써서 제출했다는 걸 2교시 시험 치면서 알게 됐다. 게다가 2교시 과목은 영어와 수학. 아 수학은 정말 모르겠다... 이번 시험 망쳤네... 하다가 잠에서 깬 것 같다. 간만에 게재불가 통보를 받고, 내년도 과제 세팅 논의를 하면서 느낀 어떤 절망감이나 위기감 같은 것. 이런 마음들이 꿈으로 나타난 것 같다. 아아. 올 한 해, 연구자로서의 자신감이 생기는 시기라고 느꼈다. 연구과제 하면서 느끼는 불안감히 현저하게 줄었고 학회 발표도 두 번이나 했고 생산성도 남다른 한 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좋은 연구자라는 평가를 많이 들은 한 해이기도 하다. 그런데 연말, 게재불가 판정을 받자 이 모든 자신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
겉으로 보면 그들이 나에게 패악을 부리고 나를 괴롭힌 거지만, 실제로 나는 그들에 비하면 힘이 있는 사람이다. 그걸 오늘 새벽에 문득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나에게 그것도 일종의 협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렇다면, 강자인 나는 그들의 요구와 태도와 폭력적인 언행을 참아야하나. 다 받아줘야 하나. 그 방식을 문제 삼는 것은 비윤리적인 것인가. 잘 모르겠다. ------------------------------------------------------------------------ 푸른 들판에 살고 있는 푸른 작은 벌레 바지에 묻어온 벌레를 털어내었다 언젠가 누군가를 이렇게 털어낸 적이 있었다 털리면서도 나의 바짓단을 누간가는 무작정 붙잡았다 나는 더 모질게 털어내었다 서늘하고..
오늘 아침에 아이를 깨우다 발견한 초록 가득한 안방 창문과 햇살 비친 나무 서랍장. 이렇게 날씨 좋은 아침엔 조용히 빈둥대며 보내는 게 최고지만. 아이를 깨우고 밥 차리고 장난치고 농담하며 출근+등원 준비하고 잽싸게 자전거 타고 낑낑대며 페달을 밟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출근하는 아침은 늘 힘들고 싫고 괴로웠는데 왠일인지 오늘 아침은 꽤 괜찮은 기분이었다. 간밤에 아파서 (강제로) 일찍 많이 자서 그런가.ㅎ 암튼 지금 참 좋은 인생의 한 때라는 기분이 들었던.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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