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 4박 5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를 맞으려고 기차역에 나가 기다리다가 문득 엄마 생각. 고등학교 졸업 후 집 떠나 살며, 기차 타고 엄마집에 갈 때마다 엄마는 이렇게 기차역에서 나를 기다렸다. 기차에서 내려 계단을 걸어 출구로 나가면 목을 빼고 기다리다 나와 눈을 맞추고 씩 웃으며 내게 다가오던 엄마. 밤이든 낮이든 새벽이든 내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거기 그렇게 서있었던 엄마 마음이 어땠을지. 그걸 한 번도 생각 해보지 못했다는 걸 오늘 알았다. 아이가 타고 온다는 기차 도착시간이 살짝 지나니 사람들이 출구로 나오기 시작하고 나는 들뜬 마음으로, 그리고 약간 초조해진 채, 나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이를 찾는다. 사람들 사이로 아이가 내 눈에 보이던 순간 나도 엄마처럼 씩 웃고 아이..
해 지는 걸 보고싶어서 저녁상 대충 치워놓고 나왔는데 오늘 저녁 하늘은 구름이 가득. 서쪽 하늘이 오렌지 빛으로 조금 물들고 구름이 천천히 흘러간다. 아파트 단지 안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고 스탠드 계단에 앉으니 아직 낮의 열기가 남아있네. 아버지가 가시고 나서 아쉬운 것은 한 번도 그의 마음을 찬찬히 물어본 적이 없다는 거. 둘이 마주 앉아 조용히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그보다 난 두려웠던 것 같다. 그가 이야기할 그의 마음이 나를 아프게 할까봐. 내가 바라던 사랑과 관심이 그의 마음에 한 톨도 없을까봐. 이제 그는 없고 난 영원히 그로부터 상처조차 받을 수 없다. 이젠 나에게 소중한 사람의 마음은 용기 내어 들어보려고 한다. 설사 그게 상처를 줄 말이라 해도 그걸 소화시켜 내 마음에..
오랫동안 내가 너무 보잘 것 없이 여겨져서 타인이 나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때, 혹은 보잘 것 없는 나도 괜찮다고 수용해줄 때, 비로소 안심이 되곤 했다. 나는 연구를 잘 못해도 괜찮은 나인가요. 나는 집안일을 잘 못해도 괜찮은 나인가요. 나는 성격이 모나도 괜찮은 나인가요. 그런데 저 질문에 대한 답이 부정형이 될까봐 두려워서 질문 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완전히 무너질 순간이 되어서야 묻곤 했던 저 문장들에 대해 다행히도 긍정 답을 많이 얻었다. 그게 힘이 되었을까. 이젠 조금은 거울처럼 나를 비춰주는 답이 없어도 많이 불안하지 않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가 아니라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되어서랄까. 그러고보면 나의 저 이상한 질문들에 예스,를 외쳐준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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