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시작된 감기가 토요일인 오늘까지도 이어진다. 처음엔 코와 목이 아팠다가 콧물이 줄줄 나오고 목이 다시 아팠다가 노곤하게 몸이 까라지던 증상들을 지나 이제 회복기인 것 같긴 하지만. 감기 와중에도 수업 하고 밥 해먹고 출퇴근하고 회의도 했다. 그제 저녁 수업이 넘넘 힘들어서 고비이긴 했지만 무사히 퇴근해서 잘 자고 어젠 휴일이라 잘 쉬고 오늘도 쉬멍놀멍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몸이 아플 때 마음도 괴롭다. 아프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괴롭힌다. 목요일 저녁 수업 끝나고 도무지 퇴근할 기운이 안나 등나무 벤치에서 잠시 쉬다가, 덜렁 그 벤치 위에 누워서 등나무 꽃과 잎과 가지 그리고 흐린 하늘을 보았다. 아프도 괴로워도 이건 내 삶이지, 도망칠 수가 없네, 하고 다시 힘을 냈던 그 순간. 아프고 괴..
오늘 아침 호수 산책을 하다 만난 풍경들. 간밤에 막걸리 딱 세 잔 마셨는데 몸도 마음도 가라앉길래 아침부터 긴 산책을 했다. 볕은 찬란히 빛나고 하늘은 맑고 물빛은 묘하게 푸르고 벚꽃은 만개하고 여린 연두잎들은 바람에 살랑거리는 연한 봄. 온 몸으로 그 봄 기운을 마셨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숙취가 나아졌다. 누군가 페북에 1분기 결산 기록을 올렸던데, 나에게 1월, 2월, 3월은... 기운을 찾아가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소진되어 도무지 회복될 거 같지 않던 체력과 마음의 힘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는 시간. 십여년 동안 나에게 거의 없던 시간적 여유와 긴 기간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드디어 조금 생겨난 것 같고, 새로운 욕구들이 슬몃 고개를 들고 있다. 연한 봄처럼 다시 살아나고 살아내고. 그렇게 ..
좀전에 세수하고 나오다가 욕실에 쌓인 먼지들이 눈에 들어와 갑자기 청소를. 세면기와 욕실 바닥 때와 먼지를 닦고 씻으며 올겨울 내내 욕실 청소를 한 번도 안 했다는 걸 깨닫는다. 중간에 계절학기 때문에 분주하긴 했지만 이번 겨울방학은 거의 집에만 붙어있었는데. 지난 두어달 간 내 상태가 바닥이었다는 걸 욕실에 쌓인 먼지를 보고 알아챈다. 내가 어떤 상태였나 돌이켜본다는 건 조금 나아졌다는 의미일까. 한동안은 더 오래 가라앉아있어야 나아지는 것일까. 어쩌면 나아지는 때는 영영 오지 않는 걸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열심히 청소를 했다. 일단은 마음이 좀 후련해졌다.
2022년 올해의 영화: 헤어질 결심 올해의 드라마: 작은 아씨들 올해의 커피: 이화에 월백하고에서 마신 드립 커피 올해의 음료: 투썸 아이스 애플민트쥬스 올해의 여행: 양양 강릉 일박이일 여행 올해의 슬픔: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신 것 올해의 만남: 정준 선생님 올해의 학생: ㅇㅊㅎ과 ㅇㅊㅎ 올해의 책: 므레모사 올해의 잘한 일: 거의 매일 요가한 것 올해의 연구: 초등돌봄 연구들 올해의 수업: 평생교육원 젠더 수업, 여름학기 교육과 젠더 올해의 힘들었던 일: 코로나 앓고 난 후부터 휘몰아친 일일일 2023년 하고싶은 것 첼로 레슨 근력 운동 참지 않기 여자들과 도모하는 일들을 제일 앞에 더 많이 뜨겁게 사랑하기
하필 엄청 추워진 날, 이사 중. 구년 전 늦가을 이 동네로 이사 오던 때가 떠오른다. 낯이 설은 동네에서 새 직장으로 출근을 시작했던 그 가을과 겨울의 날들. 이제 돌아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네. 살면서 제일 열심히 일하고 가장 많이 울고 제일 뜨겁게 사랑했던 날들이 이 동네 구석구석에 묻어있다. 세무대 운동장과 풀밭과 나무들, 정자 주변의 숲과 벤치와 내리막길, 광교산 호수와 둘렛길과 플라타너스 공원, 파장동 골목 구석구석, 위트러스트 까페와 목욕탕과 놀이터, 조원동에서 파장동까지 이어지는 언덕길, 광교산 산길과 산 아래 식당들... 걷고 자전거 타고 때로 뛰어다니며 누볐던 이 동네의 내 장소들. 아이가 돌을 갓 넘겼을 때 와서 이제 열 한 살 소년이 되는 시간동안 무탈하게 자랄 수 있는 품..
말도 안되게 빡빡한 일정들이 폭풍처럼 지나가고 집에 가서 쉬어야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쇼핑몰에 왔다. 사야할 물건들을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후다닥 구입했다. 근데 집에 가는 게 괜히 망설여져서 쇼핑몰 안 까페에서 미숫가루 한 잔 시켜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졸음이 몰려온다. 입장과 관점이 다른 동료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다거나 얼마나 비싼 물건은 마음 편히 사도 되는지 헷갈린다거나 사이사이 주어진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알 수 없다거나 하는, 아직도 이런 것들을 모르고 있구나 싶어 스스로 한심하지만 여전히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들에 관해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고 싶다. 더 정확하게는 이런 걸 모르는 나를 판단하거나 타박하지 않고, 이런 사소한 건 별 문제 아니라는 식으로 대하지 않는 누군가와 ..
쎄게 아프다. 심하게 체해서 며칠 째 골골. 죽 먹고 약 먹고 자고 일어나는 걸 반복하며 속상하고 우울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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