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11218140003440?did=NA&s=09 '자유로운 집이여 오라'… 힘없는 이들에 던지는 희망의 몽상 가스통 바슐라르(1884-1962)의 '공간의 시학'은 집에 관한 책이다. 제목만 보면 저자가 건축가이거나 시인이라고 추측할지도 모르지만, 바슐라르는 프랑스의 저명한 과학철학자이자 과학사가다. m.hankookilbo.com 진은영 작가님이 쓴 저 칼럼을 보고 나에게 집은 어디에 있나, 생각하는 저녁.
오늘부터 계절학기 수업이 시작되고, 이번 주와 다음 주 내로 몇 개의 실적보고서를 내야한다. 모두 처음 해보는 일. 그리고 일정이 엄청 팍팍한 일. 이런 일들 앞에서 내가 많이 긴장하는 사람이라는 걸, 최근에서야 발견한다. 미리 서둘러 준비를 끝내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지난 연말까지 쉼없이 달렸고, 연초에도 방학 중 아이와 집에서 지내는 시간동안 일을 많이 못했다. 그러고보면, 미리 서둘러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는 것도 시간 빈곤을 만성적으로 겪고 있는 나에게는 언제나 자책하게 되는 원인이 될 뿐. 조금 더 지혜롭게. 지금의 조건 속에서 살 수밖에 없으니까. 스스로를 몰아치지 말고.
지난 해 내내, 훌륭한 사람, 괜찮은 사람 말고 행복한 사람, 충만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했는데, 훌륭한 사람이 된 것 같진 않고,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행복하고 충만한 사람이 되고싶었는데, 하고싶은 일보다 해야할 일이 언제나 나를 압도했네. 일을 진짜 많이 했던 2021년, 이라고 쓰려니, 실은 취업 이후 나는 내내 일을 진짜 많이 하는 매 해를 보냈다. 지난 가을엔 약간의 비상 사이렌 같은 게 내 마음과 몸에 울렸는데, 그걸 잊지 말고 정말 속도를 조금 늦춰야할 것 같아. 조급함과 초조함이 항상 내 밑에 깔려있다. 그것만 조금 더 들여다보아도, 지금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지 않을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정도로만 일하기. 일 말고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 집중하기..
바쁘고 바쁜 날들 가운데 요며칠은 이게 모두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이렇게 써내는 보고서는 어디에서 어떤 데에 닿을 것이며 나를 둘러싼 이 관계들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집에 돌아와 열심히 먹고 반찬을 만들고 부엌 정리를 하고 아이를 씻기고 재우며 손에 잡히는 일상으로도 돌아온다. 잊지 말아야지,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을 때 먹을 걸 만들고 내일 아침을 준비해두고 아이와 눈을 맞추어야지. 지금 이 순간의 나와 너에게 집중해야지.
저녁을 먹고 아이와 둘이 동네 뒷산을 잠시 걸었다. 소화를 좀 시켜야겠다 싶어 나섰던 길인데 해 지기 전 여름 저녁 풍경이 참 이쁘다. 우린 늘 그렇듯 손 잡고 신나게 걷다가 탐험이라며 가보지 못한 길로 향했고 신기한 것들을 보며 사진도 찍고 위험한 구간도 낄낄대며 지나고 들꽃도 꺾었다. 물론 모기에 몇 방 물리고 집에 와서도 간지러워 긁었고.ㅋ 샤워하며 아이가 이랬다, 엄마가 갑자기 너무 좋아, 엄마 죽으면 제삿날에 묘지에 예쁜 꽃들로 장식해줄께. 그 마음이 뭔지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우리의 저녁 산책이 우리 마음을 순하게 하고 서로 기쁜 채로 만나게 해주었구나 싶다. 숲으로 들로 틈 날 때마다 자주 같이 가자. 그 시간들 속에서 너도나도 참 기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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