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무엇인가에 쫓기고 불편했는데, 그래서 먼 길 회의 참석을 위해 가야하는 오후 출장이 달갑지 않았는데, 회의 참석하고 집에 가는 길, 왜인지 마음도 몸도 가벼워졌다. 봄부터 지금까지 매달, 버스와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가야하는 이 회의가 항상 부담스러웠다. 거리도 거리지만,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의견을 내고 논의를 해야하는 게 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렇지만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임해야겠다고 마음 다잡으며 회의에 다녀갔고 지금은 그런 내가 자랑스러워. 잘했다 애썼다 칭찬해주고 싶다. 오늘 회의가 마지막이라 기념촬영하고 회의장소를 나오는데 안녕- 다음에 또 만나요, 인사하는 서로의 사이에 쌓인 시간들이 어떤 관계를 만들어내었구나 이제사 깨닫는다. 눈에..
창밖 바람 소리가 들린다, 우우. 숙소의 이불과 베개에선 세제 냄새가 나지만 왠지 깨끗하지 않을 거 같아서 아늑한 느낌으로 덥지 못하겠네. 너그럽고 다정한 사람이 나를 지켜줄 거라 믿었던 거 같다. 그게 당연한 상태인 줄 알았다. 그런 부모에게서 자라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결핍이 컴플렉스였고 그 열등감을 벗은 이후에도 그런 사람을 찾아헤매었다. 이제 그런 사람은 없다는 걸 안다. 내 인생 내내 다정하고 너그러운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 만약 그런 사람이 등장한다면 그건 그 자체로 선물이라는 것. 감사하며 지내면 된다는 것. 또 하나 더 알게된 건, 나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면 된다는 것. 그 태도와 언행 때문에 상처받으며 살 필요는 없으니까. 조금 더 단순해지..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빵을 사왔다. 어제까지 쉼없이 일정들이 있었고 내일도 다음주도 해야할 일들이 있지만 사람 없고 차도 없고 날은 선선한 아침 공기와 한 번씩 밟을 때마다 정직하게 나아가는 자전거가 좋았다. 적당히 피곤한 내 몸도, 마음의 속도를 늦추려고 앴는 나도 오랫만에 마음에 들었다. 위태로움 불안 불만족 피로감 두려움 ... 같은 감정들이 나를 지배할 때 그걸 지켜보고 비켜서는 연습을 조금 더 해봐야겠다. 뭔가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순간의 나를 위해서. 애쓰지 않아도 들꽃은 피고 나는 지금 이대로 참 괜찮아. 사십대의 한 중간을 통과하는 지금. 고마운 것들을 매일 새기며 한 발짝씩 그냥 디뎌보는 거.
1박 2일짜리 캠핑인데도 오랫만이라 그런지 많이 피곤하다. 아이는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지고 난 피곤한 몸 달래며 저녁을 차리고 치우고 빨래를 하고 널고 세탁물 정리를 하고 내일 출근 준비, 내일부터 공부해야할 것들 정리, 아이 가방까지 대충 준비해두고 이제 잠자리에 든다. 몸은 피곤해도 이상하게 에너지가 충전이 된다, 캠핑을 다녀오면. 내일부터의 일상이 살아질 만한 것으로 여겨지고 나쁘지만은 않은 일들이 내 앞에 놓인 것 같다. 비록 금요일날 자른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안들고 얼굴은 볕과 바람에 그을려 따갑고 빨갛지만, 내일 그래도 웃으며 출근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ㅎ 몇 가지 발견들 - 숲속 깊이에도 볕이 들고 내가 훈련해야할 것은 일을 잘하는 게 아니고 일과 거리를 두는 일이라는 것 - 을 까먹지 ..
미칠 듯이 힘든 와중에 오래 전에 쓰였지만 또 회자되고 있는 정희진 선생님의 칼럼을 읽고 정신이 조금 차려지네. http://m.hani.co.kr/column/588955.html?_fr=fb#cb "일상의 소소한 좌절" 선생님의 이 표현이 나에게 위안과 깨달음을 준다. 나 지금 왜 힘들어? 묻게 된다. 특권을 당연시 하는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 배워가는 과정. 내가 독점하고 싶은 것, 얻고싶은 환타지는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과정. 아름다운 걸 보고 좋은 일들을 해야겠다. 나에게 해가 되는 게 뭔지 똑바로 봐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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