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지글 불타던 불판 위의 온도가 사그라들고 있는 것 같은,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날들이다. 금요일 밤, 맥주 딱 두 잔에 취해서 느즈막히 집에 들어와 씻고 잤는데, 에어컨을 안켜고 잘 수 있었다! 우리집 마루에 바람이 드나드는 길목이 있는데, 거기서 자다가 새벽엔 추워서 소파로 기어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더위가 언제까지 가는 건지,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괴로웠는데, 결국은 계절은 바뀐다. 이 진리를 왜 늘 모를까. 아님 모른 척 하면서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는 게 인간의 숙명인가. 금요일 저녁에 "독특한" 나를 친구로 삼고 싶었던, 마찬가지로 "독특한" 그가 길거리에서 사준 도자기 풍경을 잠 자는 방 창틀에 걸어뒀더니, 계절이 바뀌느라 열심히 부는 바람에 종소리를 낸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에 ..
학회 발표하러 제주도 출장+여행을 다녀왔다. 이박삼일, 짧은 꿈 같은. 혼자 몸으로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고 작고 예쁜 숙소에서 잠을 자고 아침을 먹고 바람 맞으며 멍하니 앉아있고 바다색에 감탄하고 밤의 제주를 즐길 수 있었다. 베스트는 깜깜한 밤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검은 나무 실루엣과 밤하늘 그리고 밤바람을 실컷 느낀 것. 머리가 지끈거리고 내일부터의 할일이 부담스럽고 엄마엄마 부르는 아이가 있는 이 곳, 일상. 새삼 버겁다. 그래도 내 잠자리에서 달콤하게 일단 잠들자.
춥고 어두운 밤. 혼자 산책을 했다. 사람 없는 겨울밤 혼자 걸으니 조금 무서웠지만, 오래 걷고 나니 마음이 좀 시원해졌다. 집이 드문드문해지는 길 가에 혼자 불켜진 어느 집. 검푸른 밤하늘 아래 불켜고 앉아있는 집이 단단하고 씩씩해보여 한 컷. 여기 발 딛고 살아가는 건 바로 나, 그 누구도 아닌 나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겠네, 하는 심정으로. 산책 다녀와 옷 벗으며 거울을 보니 추위에 얼굴이 발그레진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나를 살피고 돌봐주고 나답게 사는 것. 나다울 때 가장 맘에 드는 나. 까먹지 말아야지.
아이가 아프다. 올겨울 들어 두번째 독감. 어떤 할재가 그랬는데. 아이가 아픈 건 전적으로 엄마 잘못이라고. 그 말 들을 땐 이건 무슨 개소린가 싶었는데 아픈 아이를 보면 자책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어린이집에서 다시 유행인 독감은 내 능력 밖 일임에도 불구하고, 더 잘 먹이고 더 잘 쉬게했다면 독감에 안걸렸을까, 하고 만약을 자꾸 생각한다. 자책과 우울이 섞인 마음이 나를 덮친다. 이럴 땐 백팔배를 하거나 산책을 하면 좋은데 내일까지 해야할 일에 쫓기는 y와 아픈 아이는 나를 돌봄과 살림 노동에 딱 붙어있게 만드네. 지금 나에게 거리를 두는 시간이 필요한데. 풍선 속 공기처럼 답답하다..
작년 초 일본 여행은 여러모로 고됐다. 직접 여행 루트를 짜야했고 낯익으면서도 실은 낯선 직장동료들과 함께 해야했고 일정도 빡빡했다. 급기야 약간의 갈등 때문에 마지막엔 좀 서먹하게 헤어지기까지 했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지나고 나니 그 때의 시간들이 좋았던 느낌으로 되새겨진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의외의 장면들이 있다. 하나는 M선생님과 둘이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 오전의 햇살이 드리운, 평범하기 짝이 없는 동네 버스정류장에서의 우리 모습이 왠지 그립다. 오늘 아침 떠오른 또 하나의 장면은, 눈덮힌 돗토리현을 다녀오던 길, 고속도로변 휴게소에서 만원 미만의 점심을 먹고 나와 작은 과일 가게에서 귤을 사던 장면. 한 봉지에 몇 천원 안했는데 엄청 맛나서 와 맛있다 했던 그 때. 배는 적당히 부르고 오늘..
- Total
- Today
- Yesterday
- 논문
- 토론토의 겨울
- 엄마
- 일상
- 인터뷰
- 켄싱턴 마켓
- 교육대학교
- OISE
- Toronto
- 졸업
- 봄비
- 여행
- 토론토
- 감기
- 열등감
- 일다
- 영어
- 박완서
- 맥주
- 봄
- 가을
- 교육사회학
- CWSE
- 선련사
- UofT
- 인도
- 아침
- 일기
- 기억
- Kensington Market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