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공 후배의 와이프를 다른 후배의 결혼식에서 마주쳤는데, 대뜸 이렇게 물었다, 내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애는... 안낳을 꺼야?" 나, 피식 웃으며 자리를 피했다. 그녀의 그 질문, 그 태도가 조금 당황스러웠거든. 그녀는 나의 초등학교 동창이다. 우연히 우리 전공 후배와 결혼을 했고, 가끔 마주칠 때가 있었지만, 뭐 별로 말 섞는 사이는 아니었다. 예전에도 안친했고, 시간이 훌쩍 지나 만난 그녀와도 친해지지 않더라구. 너무 극과 극의 성격, 스타일... 뭐 이런 것들 때문이었을까. 암튼, 별로 관심 없었다, 그녀에게. 그래서 마주쳐도 안녕, 정도의 가벼운 인사가 전부였다. 그러니 " 애는 안낳을 꺼야?"라는 질문은 그녀가 나에게 건낸 가장 길고 가장 구체적인 문장인 셈. 당연하..
한때 제법 친하게 지내던 꼬맹이가 있었다. 둘이 만나 한강 라이딩도 하고, 술도 마시고, 산책도 하고. 만나기만 하면, 얘기만 나누면, 눈만 마주치면, 죽이 잘맞아서 깔깔 많이 웃고, 같이 (취해서) 많이 울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이 꼬맹이가 나를 피하고, 만나도 눈도 안맞추고, 연락도 뚝 끊어버리더니, 결국엔 말도 않고 훌쩍 유학을 가버렸다. 그래서 한동안 그 꼬맹이 때문에 좀 아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걔랑 친했던 시간들을 좀 까먹을 즈음, 미국에 있던 꼬맹이와 인터넷 채팅으로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됐다. 미국은 밤, 여긴 낮이었는데, 밤의 감정을 잔뜩 묻혀 이렇게 말하는 거다: 그 때, 내가 언니를 싫어했던 건, 당시의 언니는 내가 좋아했던 언니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렇지..
20110220 @ 대구->서울, 길 위에서 몇년 전, 네이버에서 처음 만났고, 지금은 페북에서 만나고있는, 언젠간 오프라인에서도 만날 것 같은 ㅇㄲ님이, 이런 저녁 하늘빛을 '오렌지'라고 부른다. 노을 빛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걸 오렌지라 부르니, 이 시간의 햇볕을 느끼면 기분이 새삼스레 좋다. 입안 가득한 달콤새콤 오렌지 과즙이 따뜻하게 떠오르고, 그리고 ㅇㄲ님 생각이 난다. 생각의 자동연쇄고리. 나를 아는 누군가, 어디선가 무언가를 느끼면 나를 이렇게 떠올리기도 하겠지. 그렇게 우리는 모두 기억과 기억으로 연결되어있는 걸까.
간만에 일찍 집에 들어와 8시 뉴스를 보다가 얼핏 잠이 들었다. 잠깐 잤는데 꿈 속에서 엄마랑 두런 두런 이야기를. 그러다 잠이 깨는 순간, 아, 엄마가 더이상 내 곁에 없지, 하는 걸 알았다. 일어나 앉았는데, 아직도 이런 착각 하는구나, 내가, 하면서 눈물이 주루룩. 그 다음엔, 꿈 속에서 만난 엄마가 그리워져서, 오랫만에 한참을 울었다. 부재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이 섞여서 눈물이 되었다. 그리곤 눈에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채로 수업 게시판에 들어갔는데, 수강생 둘이서 게시판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아웅다웅. 그걸 보는데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는다. 눈에 눈물을 달고서, 흐흐흐. 이렇게 그리워하며 앉아있다는 거, 내가 죽는 날까지 엄마를 만날 수 없다는 거, 슬프지만, 난 또 이렇게 웃는..
그 여행의 마지막 날 밤, 간만에 뜨거운 물로 천천히 샤워를 하고 와인을 마시고 푹 잤다. 그 때 마신 와인 맛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 그 피로감, 아쉬움, 그러면서도 느껴졌던 충만감 같은 것은 선명하게 떠오른다. 다음날 아침, 부은 눈으로 일어나 분주하게 짐을 다시 싸고, 미련 때문에 긴여행 내내 들고 다니던 낡은 플랫슈즈를 버렸다, 기념 사진 한 장 찍고서. 그래서 Banff는 언젠가 다시 돌아가 새 신 한켤레 사야할 내 마음의 도시가 되었다. Jasper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 날이 너무 짱짱하게 맑아서 괜히 심술이 났던 것 같기도. 언제 여기 다시 올 수 있을까. 모든 순간은 돌이킬 수 없이 지나가버릴 뿐인데,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길고 넓은 길을 막막 달렸다. 꿈 같았던, 숲속에서의 시간들이 이..
슬슬, 떠나고 싶어진다. 어제는 태국, 오늘은 인도 뭐 이런식. 심지어 개고생 생고생 다했던 토론토에서의 날들도 괜히 그리워진다. 작년 삼월 사진을 들춰보니 아, 거기서도 이곳에서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구나 싶다. 학교 짐에 운동하러 가는 길 봄볕에 감탄하고, 교정 화단에 얼굴 내민 새싹들에 감동하고, 지겨워도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고, 때로 도시의 먼 곳에 나가서 마음에 바람을 넣기도 하고. 멀리 떠나도 여기 그냥 머물러도. 봄이 천천히 와도 성큼 다가와도. 어찌해도 괜찮아,
선물 받았다, 아래 기도문. 읽고있으니 캐내디언 록키, 원래 그들의 고향이었을 북미 대륙이 떠오른다. 기도문이 전부 너무나 이쁜 말들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반짝거린다. --------------------- 밤과 낮을 쉬지 않고 운행하는 어머니 대지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다른 별에는 없는 온갖 거름을 지닌 부드러운 흙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해를 향하고 서서 빛을 변화시키는 이파리들과 머리카락처럼 섬세한 뿌리를 지닌 식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비바람 속에 묵묵히 서서 작은 열매들을 매달고 물결처럼 춤을 춥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하늘은 쏘는 칼새와 새벽의 말없는 올빼미의 날개를 지탱해주는 공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 노래의 호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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