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장에서 나는 G와 M이 좋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좋아졌는데, 재미있는 건, 나는 참 무심한 척 굴었다는 거. 한 번도 그들에게 다가가 먼저 웃지 않았고 반가운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저 내 시선과 신경이 그들에게 가있었을 뿐. 돌이켜보니, 나는 늘 그들이 어디서 뭘 하나 지켜보고 있었다. 마지막 날, G가 나를 안으면서 토닥토닥 등을 두들겨줬다. "너를 보면서 우리 딸 생각이 많이 나더라." 그 때,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내가 좋아하는 그가 나를 안아줘서 반가웠는데, 그 순간의 내 마음은 왠지 서러웠다. 당혹스러움. M도 나를 안아주며 토닥였다. "그렇게 씩씩한 척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근데 그 순간에도 나는 울먹했다. G가 안아주었을 때와 비슷하게, 반가우면서도 서러웠다. 이 서러움의 ..
남동생의 이쁜 딸래미가 태어난지 어느새 일 년. 그 녀석 돌잔치 덕분에 오늘, 식구들이 모였다. 잔치 자리에서 든든하게 저녁 먹고, 집에 와서 간단히 한 잔, 그리고 찐하게 또 한 잔 하고 집에 들어오니 두시 반이 넘었네. 아, 나 디게디게 피곤한데, 하는 생각 너머로 살뜰한 식구들에 대한 애정이, 술 한잔 한잔 기울이는 그 순간을 빛나게 만든다. 내가 태어날 때의 시점으로부터 가까운 미래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서로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실컷 풀어낸 이 밤의 이 기분. 세수 하고 이 닦고, 내 로션을 이모랑 나눠서 바르는데, 이모가 이렇게 말한다. "난 이런 향기는 좀 외로워서 싫어." 아니, 향기가 외롭다니! 내 머리를 쾅 흔들어대는 이 표현!@.@ 날은 점점 봄으로 가고있고, 이모는 좀더 달콤한 향기..
가끔, "아, 이 대화를 몽땅 녹음해서 기록해두고 싶다" 하는 그런 대화가 있다. 내 마음과 생각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주는 키워드를 던져주는 대화, 서로가 서로에게 공명해서 마음이 뜨거워지는 대화, 간질간질 웃음과 말하는 재치가 넘치는 재미있는 대화, 내가 원하는 바로 그 부분을 어루만져주는 위로와 위안의 대화. 오늘, 마주앉아 밥을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서로의 이야기가 식탁 위에서 자주 쨍- 하고 부딪히는 바람에 내 엉덩이가 들썩들썩 했다. 이야기 말미에 얻은 어떤 통찰은 머리를 환화게 만들었다. 아, 시간이 있다면 더 길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하며 돌아서는데, 마음이 따끈해졌다.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지혜를 얻었고, 위로를 덤으로 받았다. 고맙다, 그리고, "인간을 그리워할 수 있단 건 대..
식탐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얼른 아침 맛나게 먹어야지! 하고, 저녁 먹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수퍼 들러 과자를 사오고, 과일이며 견과류, 꿀과 인삼까지... 집에 있는 먹을 것들을 마구마구 먹어치우고 있다. 덕분에 체중이 일주일 만에 1kg 늘었다. 속이 좀 꺽꺽, 하고 몸이 좀 무겁긴하지만, 간만의 식탐이라 좀 신기하기도 반갑기도 한 기분, 아직은. 이렇게 혀의 감각에 충실하게 살고 있는 요즘, 내가 헬렐레 좋아하는 음식들 좀 기록해두자, 하며 [음식열전] 시리즈를 시작. (언제까지일진 모르지만) 오늘은 그 첫 순서, 궁극의 누들(the ultimate noodle). 다음 편은 '영혼의 음식(soul food)' 편이 준비돼 있어욤. ^-^ 사진 출처: http://m.rimi..
인터뷰 하러 간 집 거실에 사석원의 그림이 걸려있었다. 검은 바탕에 컬러풀한 쏘가리 한마리가 화면 가득 그려져있었다. 보는 순간, 그 그림이 탐났다. 미술관도 아니고, 남의 집에 걸려있는 그림을 보고 이거 가지고 싶다, 하고 생각하긴 처음.ㅋ 그래서 집에 돌아와 사석원의 작품들을 좀 찾아봤다. 첫번째 그림이 그 쏘가리 그림이랑 제일 비슷하다. (그래도 생동감은 쏘가리 그림이 더) 두번째 그림도 좋다. (우리집 서재는 벽들이 책장으로 채워져있어 그림 걸만한 곳이 없긴 하지만) 둘 다 서재에 걸어두면 좋겠다 싶다. 노트북에 코 박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저 그림들을 보면 머리가 좀 쌩쌩해질 것 같다. 마지막 그림은, 흰당나귀도 아니고 눈도 쌓여있지 않은데 괜히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생각났다. ..
02042011 @ 대구, 앞산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1. 요즘, 할 말이 많다. 수첩에도 블로그에도 다이어리에도 메모지에도 자꾸 뭔가를 쓰고 남긴다. 내 안에 이야기할 뭔가가 많아서만은 아니다. 아마, 그것들이 언어로 풀어낼 정도로 정리되고 숙성되었다는 의미일 거다. 하이퍼 상태 땐 오히려 언어화되지 않는다. 속에서 긍긍긍긍 그렇게 끓고만 있을 뿐. 들뜨지도 않고 가라앉지도 않은, 조곤조곤 이야기 꺼리가 많은 요즘의 이 상태, 딱 좋다. 2. 체스를 배웠다. 그리고 첫 판에서 이겼다. 꺄울~! 대각선으로 움직일 수 있는 말이 있다는 점에서, 장기보다 더 다이내믹하다. 국민학교 사학년 땐가, 처음 장기를 배웠을 무렵, 자려고 누우면 천정에 장기판이 보이곤 했다. 이번엔 그 정돈 아니지만, 재밌다! 예..
며칠 전, 이번 학기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이 나의 성장과정이 궁금하다며 이야기해달라고 했을 때, 내가 별 머뭇거림 없이, 그리고 별 감정의 동요없이, 어린시절 여자아이로서 차별받은 경험과 가난의 상처들과 엄마의 교육열을 술술술술 얘기하는 걸 보고, 좀 놀랐다. 예전엔 어린 시절의 어떤 것들을 떠올리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괴롭고 우울하고 슬펐는데. 십년 전, 어떤 글에서 나의 성장과정과 대학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제법 구체적으로 써본 적이 있고, 학생들 앞에서 몇 번 내가 왜 이런 저런 것들에 관심을 두고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어린시절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의 대상이 아닌 사회과학적 분석의 대상이 된 것 같다. 나라는 인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분석의 결과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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