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아침 물+사과 (일주일에 두 번 마스크팩)
할 일이 많았지만 아침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걸었다. 날이 흐리고 비가 흩뿌려 더 좋았던 가을날. 걷기에 좋은 신발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단 걷자, 하고 걸었다. 아침 산책 중엔 마음이 차분하고 조용해지는 걸 보았다. 숲 속 나무들 사이에 놓인 내 마음이 가라앉아 편안해졌다. 오후엔 호수 저 너머 하늘과 물에 비친 하늘이 좋아서, 가을 풀과 꽃들이 좋아서 내내 웃었다. 발걸음이 가벼워져서 종종 걸었다. 산책 다녀와 할 일 해내느라 조금 쫓겼지만 그래도 걷길 잘했다. 계절이 지나가고 나도 매일 달리는 기분이다. 걷기는 달리고 있던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게 한다. 지나가는 계절을 정지 화면으로 보게 한다. 걸으면서야 숨을 깊게 들이 쉬고 내 쉰다. 걷다보면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고 그들에게 인정받으려 애쓰는..
작년 가을 상담을 받으면서 나에 관해 새로운 것들을 알게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내가 스스로를 칭찬하는 데에 인색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나의 성과들 앞에서 나는 늘 다른 사람들 덕분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게 겸손만은 아니었던 거다. 스스로 열심히 유능하게 일하고 공부했기 때문에 얻은 성과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나에게 상담 선생님이 물었다. 그걸 인정하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려운 거냐고. 울먹이며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잘난 척하는 사람, 교만한 사람이라고 비난할까봐 두렵다고. 그 뒤론 스스로를 부러 칭찬하려고 연습하곤 한다. 내가 노력해서 이룬 것들의 내 몫도 인정해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여름방학 때 하려고 했던 공부와 논문은 거의 진척을 못시켰는데 내일 개강이다. 비현실적이지만 진짜 ..
10년 전 이맘 때, 첫 직장 출근을 앞두고 마음이 들쑥날쑥했던 기억이 난다. 임신하고 졸업하고 아이 키우며 지내다보니 입을 만 한 옷이 없어서 중저가 오피스 수트를 파는 로엠 아울렛 매장에 가서 블라우스 2개, 바지 2개를 샀던 어느 날. 새로 산 구두 때문에 발뒤꿈치가 다 까져버렸던 첫 출근 날. 낯설은 거 투성이인 회사에서 살아남으려고 짐짓 쎄보이는 척 했던 초반의 날들.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어리고 미숙했는데 그 땐 내가 그런지도 몰랐다. 그 때랑 비교하면 많이 말쑥해지고 노련해지고 단단해졌다. 기댈 수 있는 선배나 선생님 없이, 맨 땅에 헤딩하며 그렇게 변화해온 내가 장하다. 가끔 뿌듯하기도 하고. 그런데 나에게는 여전히 낯선 회사에 입고 갈, 비싸지않으면서도 그럴 듯해 보이는 옷을 고르던 그 ..
시래기 된장국을 데우고 계란말이를 해서 아이와 간단히 아침을 먹고 집에서 십분 거리 도서관에 아이를 내려주고 근처 스터디 까페에 도착했다. 키오스크로 해야하는 입실과 결제 절차를 마치고 작은 방에 들어오니 졸음이 밀려온다. 아이스 커피믹스 한 잔 타서 자리에 앉고, 노트북 와이파이 연결을 한 후, 수업을 위한 줌 회의실을 연다. 수업을 마치면 아이를 데리러 도서관에 들러 차에 태우고, 점심을 해결한 뒤, 오후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 어느새 열두 살이 된 아이는 제법 어른스러울 때도 있지만, 여전히 엄마 손이 필요한 나이이기 때문에 오후에 내 공부를 할 시간을 내는 것이 안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래서 계절 수업 기간에는 5시 기상하여 공부와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고, 오늘 아침엔 5시 30분에 일어나 젠..
이전 직장을 다닐 때, 나는 어떤 면에서 외톨이였다. 회사 사람들이 나누고 옮기는 말들이 싫었고 사내 정치에 휘말리기보다는 본업에 충실하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혼자 점심을 먹는 날이 많았고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김밥을 먹고 나면 시간에 남기 때문에 점심 산책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 산책길 중 하나, 회사 정문 길 건너편 작은 골목에는 오래된 작은 집들이 줄지어있었고, 나는 그 중에서도 파란 대문집을 좋아했다. 담장도 높고 언제나 대문이 꽁 닫혀있어 그 집 안을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빛 바랜 파란 대문과 담장을 오르던 담쟁이가 예뻐서 그 집 대문을 찍어둔 사진이 여러 장이다. 어제 문득 그 파란 대문집이 그리웠다. 이제사 돌아보면 나는 그 시절 외톨이로 지내며 나다운 나를 지키려고 애썼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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