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십년이 넘었지만 아이와 종일 같이 있는 건 여전히 어렵다, 내게. 작정하고 같이 놀자! 하고 마음 낸 시간이 아니라 나에게도 할 일이 있고 고민할 거리가 있는 일상의 시간은 더 어렵다. 아무 때나 내 시공간을 점유하는 아이. 그것에 대해 잘 대응해줘야할 것 같은 묘한 압박. 아이 끼니를 너무 대충은 아니게 챙겨줘야 하는 책임. 아이의 감정적 오르내림에 반응해야하는 감정노동까지. 물론 즐거운 순간, 충만한 시간도 당연히 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존재와 함께 있는 건 어떤 만족감을 준다. 그래서 아이와 한참 붙어있다가 그 시간이 종료되면 아쉽고 서운한 느낌이 든다. 요며칠 울적해서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힘든 건가 생각했는데 실은 아이와 너무 오랫동안 붙어있어서 울적한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
어제 밤늦게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발견했던 것. 그동안 했던 연구들이 나를 키웠지만 당분간은 그런 형태의 연구를 하고싶지 않다는 것. 그런 형태의 연구,라는 게 뭔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겠지만 내 몸과 마음은 알고 있다. 내가 지금 하고싶어하지 않는 그것이 무엇인지. 지난 12월에서 1월로 넘어가던 때, 내가 생각했던 두 가지는 참지 않기와 뭔가 도모하기. 오랫동안 견디고 참고 뭔가를 해내는 데에 내 온 에너지를 쓴 것 같다. 그러는 사이 나는 많이 지쳤다. 내게 주어졌기 때문에 잘 해내야할 일들 말고, 평등하고 매력적인 관계들 안에서 재미난 일들을 더 해보고싶다. 새로운 일, 나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 되지만 그 도전이 재미나서 엉덩이 들썩이게 되는 일, 실패하거나 틀려도 툭툭 털고 일어나 해볼 만한 ..
2022년 올해의 영화: 헤어질 결심 올해의 드라마: 작은 아씨들 올해의 커피: 이화에 월백하고에서 마신 드립 커피 올해의 음료: 투썸 아이스 애플민트쥬스 올해의 여행: 양양 강릉 일박이일 여행 올해의 슬픔: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신 것 올해의 만남: 정준 선생님 올해의 학생: ㅇㅊㅎ과 ㅇㅊㅎ 올해의 책: 므레모사 올해의 잘한 일: 거의 매일 요가한 것 올해의 연구: 초등돌봄 연구들 올해의 수업: 평생교육원 젠더 수업, 여름학기 교육과 젠더 올해의 힘들었던 일: 코로나 앓고 난 후부터 휘몰아친 일일일 2023년 하고싶은 것 첼로 레슨 근력 운동 참지 않기 여자들과 도모하는 일들을 제일 앞에 더 많이 뜨겁게 사랑하기
하필 엄청 추워진 날, 이사 중. 구년 전 늦가을 이 동네로 이사 오던 때가 떠오른다. 낯이 설은 동네에서 새 직장으로 출근을 시작했던 그 가을과 겨울의 날들. 이제 돌아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네. 살면서 제일 열심히 일하고 가장 많이 울고 제일 뜨겁게 사랑했던 날들이 이 동네 구석구석에 묻어있다. 세무대 운동장과 풀밭과 나무들, 정자 주변의 숲과 벤치와 내리막길, 광교산 호수와 둘렛길과 플라타너스 공원, 파장동 골목 구석구석, 위트러스트 까페와 목욕탕과 놀이터, 조원동에서 파장동까지 이어지는 언덕길, 광교산 산길과 산 아래 식당들... 걷고 자전거 타고 때로 뛰어다니며 누볐던 이 동네의 내 장소들. 아이가 돌을 갓 넘겼을 때 와서 이제 열 한 살 소년이 되는 시간동안 무탈하게 자랄 수 있는 품..
말도 안되게 빡빡한 일정들이 폭풍처럼 지나가고 집에 가서 쉬어야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쇼핑몰에 왔다. 사야할 물건들을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후다닥 구입했다. 근데 집에 가는 게 괜히 망설여져서 쇼핑몰 안 까페에서 미숫가루 한 잔 시켜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졸음이 몰려온다. 입장과 관점이 다른 동료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다거나 얼마나 비싼 물건은 마음 편히 사도 되는지 헷갈린다거나 사이사이 주어진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알 수 없다거나 하는, 아직도 이런 것들을 모르고 있구나 싶어 스스로 한심하지만 여전히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들에 관해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고 싶다. 더 정확하게는 이런 걸 모르는 나를 판단하거나 타박하지 않고, 이런 사소한 건 별 문제 아니라는 식으로 대하지 않는 누군가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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