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을 잘 못쓰는 사람이다. 비싼 거, 좋은 거 살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쓸 만한 물건은 오래 되어도 버리지 않고 쓰고, 디자인을 위해 쓰던 물건을 바꾸는 일은 거의 없다. 아이를 낳은 후엔 아이 옷이나 물건에도 이런 소비 습관이 적용되었다. 금새 자라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옷, 비싼 옷은 사입히는 일이 드물었다. 물려받은 옷만으로도 이쁘다 하며 입힌 시절도 꽤 길다. 그런데 아이가 크니까 그게 잘 안될 때가 있다. 이젠 제법 유행도 따지고 디자인이나 스타일 면에서 다른 아이들 옷과 비교하기도 한다. 아이 옷 중에는 겨울 외투가 제일 비싸다. 방한용 패딩 점퍼는 이삽십 만원 가량도 한다. 그동안은 저가 브랜드 아동복 세일 때 십만원 미만으로 외투를 사입혔다. 재작년에 넉넉한 사이즈로 샀던 외투가 올..
아직도 해야할 일들이 주루룩 남아있지만 어제 종강을 했다. 한 학기동안 학생들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뭘 배우고 어떤 연습을 했는지 이야기해주고 고마운 마음, 대견한 마음을 전했다. 학생들의 수업 소감도 들었다. 이번 학기도 배우고 가르치며 괴로웠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마무리하는 순간은 좋았다. 학교에 와서 다섯 번째 학기, 전체로 치면 서른번째 학기 정도 될까. 그동안의 가르치는 몸이 하나의 매듭을 짓는 일에도 익숙해져있다는 걸 느낀다. 그런 나의 몸에게도 수고했다, 고맙다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밤에 깨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학생들은 내가 의도한 대로 변하지 않는다. 내가 준 틀과 경계를 넘나들며 배운다. 나의 프레임이 기준이 되지만 그걸 언제나 초과하고 흔드는 것은 학생들이다. 나는 결과를 알 수 없는..
제가 생각이라는 걸 정말 하고있다고 여겨지는 수업인 것 같아요. 제 사고의 범위를 매번 확장할 수 있게 되는 유익한 수업과 토론의 장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업 올 때마다 너무 즐겁고 기대돼요! 이렇게 많은 사회의 문제를 다루면서 다같이 의견을 나누는 수업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암기식, 강의식 수업보다 훨씬 가치 있는 수업임을 알고 있어서 이 수업이 소중했습니다. 한 학기동안 많은 질문을 해주셨는데, 답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말문이 막히는 질문들이 많아서 답하기 힘들었습니다. 정말 많이 부족한 학생이었는데 교육사회학 강의를 통해 조금이나마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우리과 학생들이 이렇게 열심히 발표하고 질문하는 것을 처음 봤다. 그래서 이번 주제가 우리과 학생들도 관..
엄마 기일을 보내고 난 아침. 어느새 15년이 흘렀다. 나는 최근에서야 엄마 생전에 나에게 준 심리적 고통을 꺼내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러고나서야 15년 전 세상을 떠난 엄마와의 인연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엄마의 여러 면을 돌아보는 것은 엄마와의 관계또한 여러 면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엄마는 나에게 말로 할 수 없는 사랑을 준 사람이면서 동시에 나에게 괴로움과 부담감을 오랜 시간 안겨준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 엄마에게는 그것이 최선의 삶의 방편이었을 거다. 여전히 엄마가 보고싶다. 세상 누구도 나에게 줄 수 없는 평안과 따뜻함이 그립다. 엄마의 쾌활함과 천진함이 그립다. 말로는 표현 못하는 유대와 연결감이 엄마와 나 사이에 있다. 그렇지만 엄마로 인해 내게 주어졌던 부담과 고통도..
오랫만에 주말 연구실 출근을 했는데 긴 기간 비워뒀던 공동연구실에 쥐가 살고 있는 듯한 흔적들이 발견되었다. (마주칠까) 무섭고 (세균이 득실댈 거라 추정되는 쥐의 흔적이) 더럽게 느껴졌지만, 써야할 원고는 있는데 작업할 곳이 마땅찮았기 때문에 눌러앉아 서너 시간 혼자 일을 했다. 중간에 점심 먹고 들어오는 길, 연구실 옆 벌판에 가서 꽃을 꺾어와 종이컵에 꽂았다. 쥐가 들락거리는 연구실이지만 예쁜 건 좋은 거니까. 가을 꽃 빛깔과 늦은 오후의 볕이 잘 어울린다. 꽃은 언제나 위안을 준다. 명절 연휴부터 이번 연휴까지 내내, 어쩌면 개강 후 내내, 쉬지 않고 달리기만 했던 걸 원고를 중간쯤 쓰고 일단은 보내고 난 지금에야 알겠다. 숨 차게 뛰는 동안에도 알아채줄 걸.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는 시간이 되..
요가 아침 물+사과 (일주일에 두 번 마스크팩)
할 일이 많았지만 아침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걸었다. 날이 흐리고 비가 흩뿌려 더 좋았던 가을날. 걷기에 좋은 신발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단 걷자, 하고 걸었다. 아침 산책 중엔 마음이 차분하고 조용해지는 걸 보았다. 숲 속 나무들 사이에 놓인 내 마음이 가라앉아 편안해졌다. 오후엔 호수 저 너머 하늘과 물에 비친 하늘이 좋아서, 가을 풀과 꽃들이 좋아서 내내 웃었다. 발걸음이 가벼워져서 종종 걸었다. 산책 다녀와 할 일 해내느라 조금 쫓겼지만 그래도 걷길 잘했다. 계절이 지나가고 나도 매일 달리는 기분이다. 걷기는 달리고 있던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게 한다. 지나가는 계절을 정지 화면으로 보게 한다. 걸으면서야 숨을 깊게 들이 쉬고 내 쉰다. 걷다보면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고 그들에게 인정받으려 애쓰는..
작년 가을 상담을 받으면서 나에 관해 새로운 것들을 알게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내가 스스로를 칭찬하는 데에 인색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나의 성과들 앞에서 나는 늘 다른 사람들 덕분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게 겸손만은 아니었던 거다. 스스로 열심히 유능하게 일하고 공부했기 때문에 얻은 성과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나에게 상담 선생님이 물었다. 그걸 인정하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려운 거냐고. 울먹이며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잘난 척하는 사람, 교만한 사람이라고 비난할까봐 두렵다고. 그 뒤론 스스로를 부러 칭찬하려고 연습하곤 한다. 내가 노력해서 이룬 것들의 내 몫도 인정해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여름방학 때 하려고 했던 공부와 논문은 거의 진척을 못시켰는데 내일 개강이다. 비현실적이지만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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