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육십사일째 _ 2010년 1월 21일 목요일 내가 사는 콘도미니엄의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십오년 전 중학생이었던 아들과 딸을 데리고 토론토로 이민오셨다. 서울 방배동에서 집안 일 봐주는 분과 기사까지 있었던 형편이라 하니, 꽤 잘사셨을텐데, 왜 그곳에서의 생활을 다 정리하고 여기까지 오셨을까 생각해보면...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아이들 교육 문제가 분명히 큰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여기 와서 아이들 학교 보내고 일주일만에 평소에 말 잘듣고 공부도 곧잘하던 딸내미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자 마자 가방이며 옷을 다 집어던지면서 "학교 가기 싫어-" 했단다. "바보짓도 일주일이면 족하다"는 게 딸의 설명이었다고. 그 얘길 듣는데, 너무 공감이 되는 거다. 영어에 익숙하..
토론토 생활 육십삼일째 _ 2010년 1월 20일 수요일 일주일이 금새 흘러간다. 어느새 내일이 또 수업이다. 수업이 끝나는 날 저녁! 맥주 한 캔을 홀짝이며 '무한 웹써핑'을 하던 게 바로 어제 같은데... 본격적인 수업을 처음 들었던 지난 주 목요일 이후 틈틈히 아티클 읽고 정리하고 생각하고... 했는데도, 막상 수업을 앞둔 오늘, 내일 수업 들어가려니 ... 부담 스럽고, 수업 가기 싫고... 이런 상태. 그래도 아티클 읽는 건 재미있다. 페미니스트 관점의 교육학 연구를 읽는 것 자체도 재미있고, 한국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대학 내 학생, 교수, 연구자, 강사, 행정직원들의 경험이 드러나 있어서 흥미롭다. 이번 주 수업에서 다루는 아티클들의 초점은 '좋은 학생(good student)'에 있다...
영어로 소통하면서 경험한 것들 몇 가지 1. 나의 한 자아는 영어로 말을 하고 있고 또 하나의 자아는 그 말의 영어 문법을 체크하고 있다. 그리고 시제나 단/복수에 따른 동사 사용이 틀릴 때마다, '아으-' 하고 마음 속에서 외친다. 이 마음 속 외침은 문법 고단수가 회화 초보에게 야단치는 목소리. 대부분의 경우는 상대방의 반응보다 나의 또다른 자아의 야단에 주눅 드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2. 네이티브 스피커가 하는 영어를 들을 때, 나는 온 몸과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 귀로는 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입의 모양과 표정, 제스쳐까지 따라잡는다. 아마 후각과 감각을 이용할 수 있다면 코와 손도 동원되었을 테다. 이렇게 집중 하고 들으니 쉬이 피곤해진다. 오분 정도를 간격으로 집중력이 저하되었다가 다시 ..
토론토 생활 오십오일째 _ 2010년 1월 12일 화요일 오늘은 체육관에 두 번째로 갔다. 토론토 대학 학생은 체육관 이용이 무료지만(학비에 체육관 이용료가 포함. 그러니 귀찮다고 바쁘다고 체육관 안가는 학생이 바보. 근데 케빈은 기숙사가 체육관 바로 옆인데도 한 번도 안갔단다.ㅋ), 나처럼 비지팅 신분이면 4개월에 148불 내고 멤버십을 만들어야 한다. 이용료를 한국 돈으로 치면 한달에 사만원 정도 하는 거라 여기 물가 비하면 비싼 건 아니다. 그래도 넉달동안 자유 이용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체육관 가서 운동 하자, 하는 모드다. 필라테스 수업이 저녁 8시라 너무 늦어서, 오늘은 체육관 삼층의 실내 트랙을 좀 뛰었다. 날씨는 춥고 바닥은 늘 눈으로 얼어있거나 질척하니 실외에선 달리기 할 곳이 없다...
토론토 생활 오십일째 _ 2010년 1월 7일 목요일 _ 첫수업 생각만큼 안들리고, 기대보단 안쫄았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하는 학생들이 부러웠지만 괴로울 정도는 아니었다. 애커 선생님처럼 좋은 할머니 선생님이 되고 싶다. 65세 정도 쯤 됐을 때의 롤모델이 생겼다는 건 나에겐 정말 큰 행운. 과연 12주 간의 수업을 서바이브할 수 있을까 지금도 실은 의심스럽기만 하지만, 수업 마치고 애커 선생님에게 한 말 처럼, I will try this. _ 오십일 토론토 도착한 그 날, 캐나다에서 지낼 날짜를 꼽아보니 딱 220일이었다. 그 첫날, 여기서 지내는 220일 동안 매일 일기 쓰기, 영어 공부 하기, 아침 기도 하기, 운동하기를 다짐했다. 오늘로 딱 오십일이 지났다. 영어 공부와 운동은 빠지는 ..
토론토 생활 사십구일째 _ 2010년 1월 6일 수요일 오늘은 종일 영어 책 읽고 영어 작문하고 영어를 어떻게 하면 잘할까 고민하고 나는 왜 영어를 잘 못할까 상심했다. 그러면서 후덜덜 내일 청강 수업 첫시간을 두려워하는 중이다. 그러다가 마주친 구절, 내가 대학에서 만난 남자 교수들은 종종 학생들과의 약속을 잊어버리고, 그에 대해 설명하거나 사과하지도 않으며, 그들의 교육과정 내용에 대해 질문하면 성질을 낸다. 그들은 학생들의 어떤 질문에도 토론하거나 대답할 시간이 없다고 표방하거나, 그것들에 관심 없다고 명시적으로 이야기한다. (남자 교수들의) 이런 행동들은 아카데미 안에서 숨겨진 권력 남용의 예들이다. - Murray (2008), Bridging the Gap in Whose University ..
토론토 생활 구일째 _ 2009년 11월 27일 금요일 오늘, 토론토 대학 아이디 카드를 만들었다. 이메일 계정도 생겼고 무선 인터넷과 학내 컴퓨터 접속이 가능해졌다. 물론 도서관 책 대출도 가능하고 도서관 웹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자료들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토론토 대학 중앙 도서관의 장서 규모는 굉장하다고 하던데, 12월 중순부터 말까지, 여기 사람들 겨울 방학에 들어가서 센터도 오이즈(OISE)도 썰렁해지면, 중앙 도서관 여성학 섹션에서 좀 놀아볼까 한다. 점심은 아이디 카드를 만들었던 중앙 도서관 2층에 있는 푸드 코트(우리로 치면 학생 식당 같은 곳?)에서 먹었다. 따뜻한 커피 사서 하숙집 아주머니가 싸주신 볶음밥을 꺼내놓고 먹는데, 다들 집에서 싸오거나 어디서 사온 점심 도시락을 꺼내놓고..
토론토 생활 팔일째 _ 2009년 11월 26일 목요일 오늘은 여기 와서 처음으로, 세 끼니 중 두 번을 바깥에서 먹었고, 양의 서른 네번째 생일이었고, 세 시간 넘게 북미 출신 네이티브 스피커와 대화를 나눈 날이다. 내가 비영어권 출신의,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내가 여자라는 사실만큼이나 나에게 복잡하고 들쑥날쑥한 감정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에스니서티와 내셔널리서티를 가진 사람들이 마구 섞여사는, 그러나 소통 언어는 '영어'인 대도시 토론토에서 문법과 읽기로 치면 영어에 능숙하지만 말하기와 듣기는 꽝인 동아시아 출신의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곧 영어와 관련된 정체성과의 끝없는 만남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어와 관련하여 오늘 떠올렸던 문장은 이것이다. "부러..
요즘의 한국사회는, 워낙에 재밌는 기사들이 많은 요지경이긴 하지만, 오늘의 짱은 이 기사인 듯. ------------------------------------------------------------------------------------------------------- '국어'도 영어로 강의 못하면 탈락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9.02.09 16:52 (공주=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공주대가 올해 신임교수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영어 강의 능력이 부족한 지원자는 모두 탈락시켰다. 영어 강의 능력에는 체육과는 물론 국어과 등 모든 학과에서 똑같이 적용시켜 국제화 시대에 영어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9일 공주대에 따르면 2009학년도 1학기 신임교수 공개채용(22개 학과) 과정에서 자격 기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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