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이십이일째 _ 2009년 12월 10일 목요일 어젠 새벽부터 눈이 내리더니 오늘부턴 꽁꽁 얼었다. 일기예보를 보지 않고 집을 나섰는데 칼바람이 쌩쌩 불어 정신을 못차릴 정도. 올핸 예년보다 춥지 않구나, 하는 얘기만 들으며 방심했다가 뒷통수를 맞는 기분이랄까.ㅎ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자, 여기 사람들도 잘 준비해둔 연장들로 무장을 하고 나온 듯, 눈 내린 길에서 신기 좋은 고무 장화, 센 바람이 불어도 끄덕없을 귀마개와 털모자, 길고 굵은 목도리, 모자가 달린 긴 패딩 코트 등을 착장하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 뉴스를 보니 영하 9도란다! 아마 조금 더 추워질 것이고, 이런 추위가 오래오래 계속될 것이다. 현지 사람들만큼은 아니라도 내게도 몇 가지, 아직 꺼내지 않은 연장들이 있다 : 내복,..
토론토 생활 이십일일째 _ 2009년 12월 9일 수요일 이십대 땐, 늘 여행을 떠나고 싶어했던 것 같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돈만 있으면, 시간만 있으면 어디든 떠나고 싶어 안달이었다. 서른살을 조금 더 지나고 나니 그 '떠나고싶음'이 실은, 일상과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란 걸 알겠더라. 돌아오면 다시 그 자리인 나,를 여러 번 발견하고나서야 얻은 깨달음. 최근엔, 이십대 때와 반대로, 집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내 마음을 발견하곤 했는데, 그러니까 이번 토론토행은 사실, 일종의 도전인 거다. 일상에서 도망치지 말고 거기 뿌리 박고 살아보자는 마음이 치우쳐, 한 곳에 내 마음의 집을 짓고 거기다 식물도 키우고 내 물건도 정리해두고 나한테 딱 최적화된 공간으로 구석구석을 만들어갔던 것 같다. 그랬..
토론토 생활 이십일째 _ 2009년 12월 7일 화요일 _ 토론토가 워낙에 추운 곳이라고는 해도, 여기 도착했던 이십일 전은 가을이었다. 12월 접어들어서야 바람이 차가워지더니, 어젠 눈이 왔다. 여기도 완연한 겨울이다. 도착했을 즈음 찍었던 사진들과 요며칠 사진들을 보니 가을과 겨울의 차이를 알겠다. 시간이 더디 가는 것 같아도 어김없이 계절은 변하고 시간은 흐른다. 나에겐 이제서야 길고 혹독하다는 토론토의 겨울이 시작된 것 같다. 토론토 도착한지 삼일째 되던 날인가, 아침 운동 나가서 ::: 어제, 첫눈이 내리는 거리를 걸으며 ::: _ 한동안, 영어 듣는 것, 말하는 것이 잘 안돼서 마음 고생을 좀 하다가, 어제를 기점으로 그 문제에서 좀 놓여난 것 같다. 영어 실력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지금의 내..
토론토 생활 십구일째 _ 2009년 12월 7일 월요일 서울에서 다니던 학교에선 개강과 종강 시즌에 저녁 식사 모임을 하곤 했다. 우리 전공에서는 보통 돼지 삼겹살 파는 식당을 예약해서 저녁 식사를 함께 먹고 2차는 맥주집, 3차는 노래방, 4차는 소주집, 5차는 양주집 (3차부터는 옵션. 근래엔 2차 혹은 3차 정도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뭐 이런 식으로 저녁+밤을 음식과 술로 채우곤 했었다. 여기선 개강은 잘 모르겠고, 종강 시즌엔 전공이나 센터별로 포트락(pot-luck) 파티를 한다. 오늘은 내가 속해있는 센터(CWSE: 교육에서의 여성연구 센터)와 양이 초대받은 CIDEC(비교 국제 발전교육 센터)의 포트락 파티가 있었다. 우린 파트너를 데리고 와도 된다는 초청장을 받고 두 센터의 종강..
토론토 생활 십팔일째 _ 2009년 12월 6일 일요일 지난 금요일 오후엔 캐나다 정부가 지정한 '기억의 날' 행사에 다녀왔다. 1989년 12월 6일, 몬트리올의 기술학교에 무장 강도가 나타났다. 그는 교실에 들어가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여 세운 뒤에 여성들만 한 사람씩 14명의 여성들을 쏘아 죽였다. 살인의 이유는 그들이 여성이기 때문. '몬트리올 학살'로 알려진 이 살인 사건이 있었던 이 날은, 그 후로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기억의 날이 되었다. 12월 6일, 기억의 날(Day for Remembering) 2009년 12월 6일은 몬트리올 에콜 폴리테크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2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몬트리올 학살로 알려져있는 이 사건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고자 하는 국가적 노력의..
토론토 생활 십칠일째 _ 2009년 12월 5일 토요일 처음 여기 와선 먹는 것 자는 것 다니는 것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온 에너지가 다 들어갔는데, 이젠 쉬는 것과 노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보니, 이곳에 제법 익숙해졌구나 싶다. 뭘 하면서 놀아볼까, 고민하다가... '세인트 로렌스 마켓(St. Lawrence Market)'에 다녀왔다. 이 시장은 옛 토론토 시청이었던 큰 건물인데, 1층과 지하에 온통 고기와 생선, 치즈, 올리브, 빵, 야채, 과일, 향신료, 잼 등을 파는 가게들이 들어차있다. 아직 요리다운 요리를 안해먹어봐서 잘은 모르지만, 도심에 있는 마트들에 비해 식재료가 신선하고 다양하고 값이 싼 것 같았다. 그리고 치즈나 올리브, 각종 햄들은 한국에서 잘 못보던 거라 신기하기도..
토론토 생활 십육일째 _ 2009년 12월 4일 금요일 어느새 금요일. 확실히 지난주보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매일 학교와 집을 오가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마음의 상태와 몸의 컨디션은 날씨가 변하듯 들쑥날쑥하다. 어떤 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아가 작아졌다가, 또 어떤 땐 가슴과 어깨를 펴고 당당히 걷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자꾸, 서울에서의 나,를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어제 떠올린 질문은 이런 것이다. "서울에서 나는 언제 즐거웠지? 뭘 하면서 놀았지? 어디서 쉬었지?" 맛있는 것 먹고, 보고싶었던 영화를 보고, 여자 친구들을 만나면서 즐거워했고, 술집이나 쇼핑 센터나 집의 티비 앞에서 쉬었던 것 같다. 불자가 된 후로는 법당에 가서 교리나 법문 들으며 즐거웠고, 대구 내..
토론토 생활 십오일째 _ 2009년 12월 3일 목요일 매일 아침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옷도 몇 가지 없지만, 날씨에 따라 입을 것의 두께를 결정해야하니깐. 오늘은 -1도에서 6도라는데, 안에 얇은 옷을 입었기 때문에 겉엔 긴 패딩코드 입고 머플러를 둘렀다. 내복이나 털모자, 토끼털 목도리, 무스탕 등 더 강력한 방한 복장들이 있지만 아직은 킵 해둔다. 영하 십도 이상으로 떨어지는 진짜 한겨울을 예비하기 위해.ㅎ 집을 나서니, 과연 일기예보를 보고 따뜻한 옷을 입고 나온 보람이 있다. 날은 흐리고 바람은 쌩쌩 분다, 아이코, 코끝이 시리고 머리가 얼얼. 암튼, 오늘 옷입기는 성공! 서울에 있을 때, 나 나름 패셔니스타,였다. 남들이 (이상하다, 특이하다, 없어보인다...등등) 뭐래도 이 옷 저 옷 매치해..
토론토 생활 십사일째 _ 2009년 12월 2일 수요일 오전엔 밍기적거리다가 등교했더니 정오가 다됐다. 점심 먹고 들어가자 싶어 밥 먹을 곳을 찾다가 45분 정도 헤맸다. 우여곡절 끝에 태국 식당에서 팟타이로 점심을 해결하고 학교 들어가니 오후 2시가 다돼간다. 서울에서 인터뷰해간 것 녹취를 풀고 책도 조금 읽고 메일도 한 통 쓰고... 그러다보니 금새 해가졌다. 가방엔 집에서 싸들고 온 잼 바른 식빵도 있었고, 집에 가면 밥도 2인분 쯤 있었는데, 괜히 마음이 허전해서, 학교 앞 맥주집으로 향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맥주집에선 눈이 튀어나오게 맛있고 동시에 비싼 생맥주를 팔았다. 흑맥주 한 잔, 노란맥주 한 잔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 취한다... 낮엔 맑고 춥지 않은 날씨라 점심 먹..
토론토 생활 십삼일째 _ 2009년 12월 1일 화요일 토론토 육개월 생활계획표를 만들었다. 이건 서울에서도 곧잘 하던 일이었는데, 공부가 잘 안되거나 뭔가 불안할 때 이렇게 계획표를 만들곤 한다. 서울을 떠날 때, 소기의 목적을 잘 이루고 돌아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때마다, 내 목적은 무엇일까, 살짝 떠올려보다가 말았다. 그 땐, 떠나는 일 자체에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걸 오래 생각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그 목적에 대해선 오히려 여기 와서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여기 내가 온 목적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보다는, 여기 내가 왜 와서 이런 개고생이지?ㅋ 하는 질문을 더 많이 떠올리게 된다. 어떻든,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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