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삽십이일째 _ 2009년 12월 20일 일요일 오늘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일요일 아침 아홉시 반에 있는 선련사 법회에 가려고 서둘러 나갔는데, 조금 늦었다. 파란눈 '고수 법사님' 지도 하에 명상하고 법문 들으니 한 시간이 후딱 갔다. 지난 주에 삼우 스님께서 일요일 아침 법회에 오면, 된장찌개와 김치 점심 공양이 있다길래 큰 기대를 품고 온 거였는데, 오늘은 삼우 스님이 안계셔서인지 따뜻한 차만 나눠마셨다. 그래도 절에 보시 들어온 빵이 많다면서 좀 가져가라길래 큰 식빵 두 개 얻어왔다. 그걸로 다음 주 점심 도시락은 해결되겠다 생각하니 어찌나 기쁜지. 역시 절에 오면 그 공덕으로 뭐든 얻는 게 있구나,라는 수준 낮은 종교 의식을 조금 발동시켜 본다.ㅋ 절에서 나오니 날씨는 추운데 하..
토론토 생활 삼십일일째 _ 2009년 12월 19일 토요일 _ 늦잠 자고 일어나 느즈막히 밥 해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구멍난 양말도 꼬매고, 해질녘에 집을 나서서 드디어 '방한-방수-미끄럼방지 부츠'를 하나씩 장만했다. 장장 세시간여의 쇼핑 끝에 겨우 고르고 샀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그나마 세일을 한 것. 지지난 주인가, 갑자기 추워지고 눈이 꽤 왔는데, 가지고 온 신발들로는 감당이 안되더라. 부츠 딱 사고 나니, 간사하게도, 추위야 어서와라, 눈아 어서와라~ 하면서 벼르고 있다.ㅋ _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맥주가 마시고 싶어서, 주류 판매 가게를 찾아가서 하이네켄을 사왔다. 캐나다에선 술과 담배를 아무 데서나 살 수 없고, 허가받은 가게에서만 살 수 있는데, 주류 판매 가게는 지하철 역 가까이에 ..
토론토 생활 삼십일째 _ 2009년 12월 18일 금요일 _ 약간의 낭만 토론토 지하철의 두 개 노선이 만나는 영 앤 블로어(Yonge & Bloor) 역은 서울의 신도림역이나 종로 삼가역처럼,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그런데 그 역에 가면 항상 음악하는 분들이 있다. 이름하여 거리의 악사. 어떤 날은 기타를 구성지게 치는 남미 아저씨가 있고, 어떤 날엔 자기 몸보다 큰 첼로를 들고 나와 연주하는 빼빼마른 동양인 남자가 있다. 또 어떤 날엔 해금같이 생긴 중국 악기와 첼로가 협주를 할 때도 있고, 젊은 로커가 생소한 노래를 연주하는 날도 있다. 그들의 악기통은 몇 개의 동전이 담겨있고, 그들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아무래도 그들이 연주하는 음률을 닮아있다. 어떤 날은 신이 나고, 어떤 날은 느..
토론토 생활 이십구일째 _ 2009년 12월 17일 목요일 오늘은 일본군 성노예 생존자 중의 한 분이시자, 1991년에 자신의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공개했던 김학순 할머니 추모행사가 남한에서 열렸습니다. 김학순 할머니는 용기있게 앞으로 나아갔고 TV에 나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시아 전역의 전(前) "위안부" 여성들을 위한 국제적인 지지 운동 재단이 만들어졌습니다. 매주 수요일에는 전 "위안부" 여성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조직들이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로부터의 공식적인 사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는 슬프게도, 생존하고 있는 한국인 "위안부" 여성 중 한 사람인 김옥선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생존자들은 나이가 많아서 일본 정부로부터 ..
토론토 생활 이십팔일째 _ 2009년 12월 16일 수요일 오늘, 샌드라 에커(Sandra Acker) 선생님을 뵙기로 한 역사적인 날이었으나, 못뵈었다. 편찮으시다고, 학교 나오기 힘드신다고 메일이 왔다. 근데 이상하게, 기분이 조금(많이?ㅋ) 가벼워졌다. 아니다 아니다 했어도 영어로 말하기가 두렵고 긴장되고 부담스러웠나 보다. 언제든, 선생님 편하실 때 뵙자고 답장을 보내고 하루를 시작, 논문 작업도 하고 이것저것 자료도 찾고... 제법 활력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에커 선생님으로부터 메일이 또 왔다. 다음주 초쯤에 만나자고 하면서, 1월부터 시작하는 수업 강의계획서를 보내주셨다. 이 수업은 약 육개월 전, 서울에서 OISE 홈페이지를 검색하다가 발견, 내 반드시 청강하리라, 했던, 바로 그 ..
토론토생활 이십칠일째 _ 2009년 12월 15일 화요일 _ 내일 뵙게 될 샌드라 에커 교수의 책을 읽고 있다. 오늘따라 무지 산만하고 집중이 잘 안돼서 몇 페이지 읽지 못했지만, 자신이 왜 이 분야의 학자가 되었는지 스스로의 연구사를 되짚은 글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이 글은 개인사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페미니스트 노교수의 눈으로 본, 영국과 북미의 교육사회학 및 페미니스트 교육학의 연구사이기도 하다. 1994년에 출간된 이 글을 이제서야 읽고 있는 나는, 왜 한국의 그 많은 교육사회학 개설서 및 논문들에 에커 교수를 포함한 페미니스트 교육사회학자의 이름과 글은 소개가 안되었을까, 그들의 연구와 업적과 역사는 그 많은 영미권 학자들과 이론들과 논문들을 소개해온 한국 교육학계에서 왜 지워져버렸을까를 곰곰히..
토론토생활 이십육일째 _ 2009년 12월 14일 월요일 토론토 물가 비싸다는 얘기는 오기 전에도 많이 들었지만, 와서 생활하면서 늘 놀라는 부분. 특히 음식, 식료품 값과 교통비, 집세가 비싸다(써놓고 보니 생활에 필수적인 것들이 다 비싸네!).옷이나 악세서리는 서울이랑 비슷한 것 같고, 공연비, 생활체육비 같은 것은 약간 싼 것도 같다. 그리고 교육비나 의료비는 직접 안내봐서 잘 모르겠다. 들은 바로는 시민들에게는 거의 무료로 제공된다고 한다. 집세는, 아파트 렌트가 아니라 방 하나만 렌트한 데다 다운타운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 비교적 싼 값에 해결했고, 교통비는 매달 먼슬리 메트로 패스(100불 정도 되는 가격인데, 이것만 있으면 한 달동안 무제한으로 지하철, 버스, 전차 이용이 가능하다)를 사서 쓰..
토론토생활 이십오일째 _ 2009년 12월 13일 일요일 아침 9시 반에 열리는 선련사 법회에 가면 점심으로 된장국과 김치를 준다기에 혹해서 가보려고 했는데, 어제 여기저기 쏘다닌 탓인지 눈을 뜨니 벌써 8시가 넘었다. 요즘들어 늘 예정보다 늦게 잠에서 깨어나던 걸 문제시하고 있던 중이라 조금 속이 상했지만, 이내 오늘 하루는 좀 쉬어야겠다고 마음을 바꿔먹고 느즈막히 아침을 해먹고, 좀 빈둥댔다. 그러다 늦은 오후, 내가 사는 곳(토론토 북쪽 경계에 있는 핀치역 근처)에서 가까운 노스욕(North York) 시티 센터 수영장에 놀러갔다. 토론토에는 동네마다 공공 도서관과 수영장, 체육관 등이 있고, 토론토에 거주하는 사람(시민, 방문객 포함)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가본 건..
토론토 생활 이십사일째 _ 2009년 12월 12일 토요일 시간이 갈 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 주말이 되니, '어느새 일주일이 흘렀구나' 한다. 그만큼 이 곳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의미이겠지. 그런데, 다른 사물이 그런 것처럼, 이 곳또한 알면 알수록 낯설고 또 새롭기도 하다. 오늘은 토론토 시내에서 '데모'가 있을 거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따뜻하게 입고 구경나갔다. 내년 초부터 교통비가 인상되는 것에 대한 반대 집회였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한번 타는 비용은 현재 2.75불인데 3월이면 이게 3불이 된다. 점심 식사가 평균 6불 정도 하니깐, 높은 물가를 고려해도 비싼 교통비인 셈이다. 토론토 빈부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노숙자나 거지들이 눈에 자주 보이고, 거리에 따라 주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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