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육십이일째 _ 2010년 1월 19일 화요일 요즘 토론토 날씨가 별로 안춥다. 영상의 날씨였다가 오늘 살짝 추워져서 영하 이도 정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내려서 지상으로 나오니 눈발이 히끗히끗 날린다. 가로등에 비치는 눈송이가 반짝 반짝 빛나는 게 예쁘다. 밤사이 요 눈송이들이 땅에 얼어붙어 내일 아침 등교길엔 미끈거리겠다 싶지만, 지금 이 순간은 좋다. 논문 작업 진도가 느려서, 거기다 청강하는 수업 준비까지 하느라 조바심이 났던 며칠 후로, 이젠 그냥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인터뷰해 온 내용 들으며 전사(transcription) 중인데, 인터뷰 하면서 그리고 녹음된 것으로도 몇 번 들었던 이야긴데도, 나도 모르게 어떤 부분에선 가슴 졸이고 어떨 땐 박..
토론토 생활 육십이일째 _ 2010년 1월 18일 월요일 오늘 낮엔 체육관의 요가 교실 가서 운동했다. 지난 번에 달리기를 했던 실내 트랙의 가운데 타원형을 세 개의 공간으로 자르고 간이 벽 같은 것을 쳐서 요가 교실이나 농구 연습 공간으로 활용하는 모양이다. 바깥 트랙에선 조깅하고 있는데, 여기서 무슨 요가를 할까 싶었는데, 큰 앰프로 고요한 음악을 틀어놓고 높은 천정을 바라보고 누우니 제법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사십대 중반쯤 됐으려나 인도계의 키가 훌쩍 크고 얼굴엔 온화한 미소를 띤 여자 강사의 운동 지도도 좋았다. 천천히 몸의 긴장을 풀고 호흡과 자세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는 듯. 처음엔 몰랐는데, 요가 하다가 둘러보니, 대부분 여자들로 이루어진, 요가 교실 학생 오십여명의 사람들의 나이..
토론토 생활 육십일째 _ 2010년 1월 17일 일요일 오늘은 간만에 선련사 오후 법회에 갔다. 오랫만에 파란 눈 고수 법사님 만나니 좋았는데, 어제 마신 맥주 때문인지, 낮게 집에서 너무 열심히 녹취 작업을 하다가 가서인지, 법회 내내 졸았다. 다들 고요하게 명상하는데 졸면서 경련까지 막 했다.ㅋ 그나마 다행인 건 법당이 어두컴컴 했다는 거. 그래도 아마 다들 알았을 것 같다...ㅎ 법회 끝나고, 전에 먹었던 '블루베리 크림치즈 브라우니'를 혹시 살 수 있을까 하고 잠시 걸어서 켄싱턴 마켓(Kensington Market)에 가봤다.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내 사랑 'My Market Bakery'도 간발의 차이로 문을 닫고 있었다. 가게 유리 밖에서 내가 안타까운 표정..
토론토 생활 오십구일째 _ 2010년 1월 16일 토요일 다들 아바타 아바타 할 때, 관련 기사도 안보고 참았다. 나도 극장 가서 3D로 꼭 보리라, 하면서. 오늘 저녁에 양, 케빈, 나 이렇게 셋이서 드디어 보러 갔다, 아바타. 토론토 다운타운 근처의 꽤 럭셔리한 극장에서 일인당 15불씩이나 내고 보느라 처음엔 돈이 쪼금 아까웠는데, 세시간 동안 3D로 펼쳐지는 팬도라 별의 아름다움을 흠뻑 빠져있느라, 관람료 따윈 잊어버릴 정도였다. 제임스 카메론이 그린 외계는 사실 몇백년 전의 아메리카 대륙이었고, 나비족도 사실 아메리칸 인디언 '나바호'인 거라고 생각하니 그저 재미로만 볼 수 없는 영화더군. 그들이 이루고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만큼 그것을 파괴하는 폭력은 잔인하고 그 폭력 속 그들은 슬펐다. 영화를..
토론토 생활 오십팔일째 _ 2010년 1월 15일 금요일 목요일 수업이 끝나면, 마음이 조금 들떠서, 계획했던대로 공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금요일 오전엔 평소보다 인터넷 서핑을 좀 '심하게' 하게 되고, 책 들여다 보다가도 이런 저런 아이디어들 떠올라서 자꾸 옆길로 새곤 하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엔, 그 조금 '심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전순옥 씨와 여성 미싱 노동자들이 함께 만든 사회적 기업 "참 신나는 옷"을 알게됐다. 는 읽자 읽자 하다가 못 읽고 여기 왔는데, 돌아가면 꼭 읽어봐야지 싶다. 그가 전태일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지운다 하더라도, 영국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학계로 들어가지 않고, '거기서' 이런 창조적인 일을 꾸려나간다는 것에 내 마음이 두근두근 했다. 서울에 가면,..
토론토 생활 오십칠일째 _ 2010년 1월 14일 목요일 오늘... 청강하고 있는 두 번째 수업이 있었고, 다짐했던대로 맥주 한 캔을 마셨고, 간만에 토론토 날씨가 0도에 가까워졌고, 잊고 있었는데 박종철 열사의 기일이었다. 트위터 하다가 아이티 후원을 해야겠다 마음 먹었고, 몸과 마음이 피곤해서 긴 일기는 못쓰겠다 싶은 날이다. 그냥, 요즘 사진으로 몇 장, 오후 다섯시에서 여섯시 사이의, 집 앞 풍경. 무지 흔들렸지만, 차가운 토론토가 따뜻하게 보여서 좋은, 오늘 점심 메뉴는 학교 근처에서, 아메리칸 스타일로. 따뜻한 게 맛나더라. (바빠서 도시락 못싸고 간만에 비싼 점심 식사- ㅇㅊ와 ㅈㅇ는 건너편 반지에 주목하라!ㅋ) 지난 화요일, 운동하고 나온 직후 체육관에서, 1. 앞머리 일자로 자른 거 봐라..
토론토 생활 오십육일째 _ 2010년 1월 13일 수요일 '내가 가르치는 수업의 준비와 내가 배우는 수업에 대한 준비 중 어떤 것이 더 부담스러울까?' 청강하는 수업 준비 하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가르치는 수업의 경우, 언제나 강의 시작 오분 전에 준비 완료 상태가 되곤 했다. 그래서 커피 한 잔 만들어갈 새도 없이 강의실로 후다닥 뛰어들어 간 게 한 두번이 아니었던 것 같으네. 배우는 수업은, 준비가 좀 덜되도, 일단 강의실 들어가서 앉아있는 걸로 학생으로서의 자격은 충분하고, 어떤 날은 선생님과 다른 사람들 이야기 듣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으니까 가르치는 수업에 비해 부담이 확실히 적다. 그러나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배우는 수업이라 해도 준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듯. 내일이 두 번째 수업..
토론토 생활 오십오일째 _ 2010년 1월 12일 화요일 오늘은 체육관에 두 번째로 갔다. 토론토 대학 학생은 체육관 이용이 무료지만(학비에 체육관 이용료가 포함. 그러니 귀찮다고 바쁘다고 체육관 안가는 학생이 바보. 근데 케빈은 기숙사가 체육관 바로 옆인데도 한 번도 안갔단다.ㅋ), 나처럼 비지팅 신분이면 4개월에 148불 내고 멤버십을 만들어야 한다. 이용료를 한국 돈으로 치면 한달에 사만원 정도 하는 거라 여기 물가 비하면 비싼 건 아니다. 그래도 넉달동안 자유 이용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체육관 가서 운동 하자, 하는 모드다. 필라테스 수업이 저녁 8시라 너무 늦어서, 오늘은 체육관 삼층의 실내 트랙을 좀 뛰었다. 날씨는 춥고 바닥은 늘 눈으로 얼어있거나 질척하니 실외에선 달리기 할 곳이 없다...
토론토 생활 오십사일째 _ 2010년 1월 11일 월요일 CWSE에 나가서 공부한지 어언 사십일이 넘었는데, 나는 거기 가면 묵언 수행하는 스님처럼 거의 말을 안한다.ㅋ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센터 일정을 보면, 정오 즈음에 코디네이터 제이미가 와서 문을 열고,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조교인 세라, 스테파넬, 애슐리, 렌 등의 학생들이 정해진 요일의 오후 한시쯤 온다. 그리고 오후 네다섯시가 되면 각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오후 즈음에 간간히 센터장 록산나 교수가 들러서 제이미와 회의를 하기도 하고, 행사 관련 연구자들이나 예술가들, 센터의 원로 등이 들러서 수다를 떨다 가기도 한다. 나는 센터장, 센터 코디네이터, 센터 관련 페미니스트들, 센터의 조교들이 왔다 갔다 일을 하고 만나고 회의를 하는..
토론토 생활 오십삼일째 _ 2010년 1월 10일 일요일 불과 이틀 전, 토론토에서의 서너달 간의 '꽉찬' 일상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일기를 썼는데, 오늘은 푸욱 다운. 수업도 없고 논문도 없는 따뜻한 나라에 가서 종일 빈둥거리고 싶어라, 했다, 오전 내내. 그러다 오후엔 챙겨 입고 도서관 갔는데, 막상 책상 앞에 앉으니 저녁 때까지 열혈 모드로 아티클 리딩이 가능. 오늘 읽은 글들은 영국과 아일랜드의 아카데미아 내 젠더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몇 년간 대학원 생활 하면서 내가 느꼈던 모순들, 불만들, 답답하고 숨막히는 관행들이 이렇게 구조적이고 이론적으로 서술될 수 있는 거구나 싶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국에선 언제쯤 이런 '내부 고발적인' 논문이 저널에 실리는 게 가능할까 싶어 좀 답답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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