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칠십삼일째 _ 2010년 1월 30일 토요일 결혼 후 간만에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질문 자주 받았다. "결혼 하고 나니 어때요? 생활이 많이 달라졌죠?"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달라진 게 별로 없는데... 혼자 자취하다가 둘이 자취하는 느낌이랄까?" 한 동네에서 각자 자취하다가 결혼하고는 그냥 그 동네에서 방을 합쳐서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시댁도 멀고 시부모님이 나한테 요구하시는 것도 별로 없고 내가 하던 일도 결혼 후 변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으니, 일상의 변화가 별로 없었다. 나는 오랫동안 혼자서 자취하면서 가사노동을 최단 시간으로 줄이고 공부나 사회적인 관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노하우를 잘 발달시켜 온 편이었다. 그런 만큼 자취방은 늘 어지럽혀져 있었고 빨래도 진..
토론토 생활 칠십이일째 _ 2010년 1월 29일 금요일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일기예보를 보니, 영하 16도에 체감온도는 영하 이십도 보다 더 낮다. 방안에 앉아있어도 춥다. 전기 담요를 가져온 게 정말 다행이라고 몇 번씩이나 다시 말할 정도. 이렇게 추운데 오늘, 여기저기 종일 돌아다녔다. 오전엔 젠더 스터디 센터 일층에서 공부하다가 옆 건물 라운지에 갔더니 중고책 세일을 하더라. 슬슬 구경하다가 벨 훅스의 {Teaching to Transgress}를 1불에 건졌다. 비디오테잎이랑 디비디도 팔던데 {South Park} 보니 ㅇㅎ이 생각이 나더군. 난 이 만화영화 보면서 '캐나다'라는 나라를 처음으로 머릿 속에 인식시켰달까. 하나 사다 줄까 망설이다가 말았는데, 담에도 또 있으면 ..
토론토 생활 칠십일일째 _ 2010년 1월 28일 목요일 수업이 끝난 목요일 오후 네시. 11층에 있는 강의실의 한쪽 면은 온통 남쪽으로 난 유리창이다. 이 도시의 남쪽엔 큰 호수가 있다. 오늘은 차고 맑은 날씨, 유리창 너머 도시의 남쪽 저 끄트머리에 반짝 하고 빛나는 호수의 한 자락이 보인다. 이 곳에 와서 가장 이쁜 도시 풍경이다. 열 명 남짓한 수강생들은 책가방과 외투를 챙겨 하나 둘 강의실을 빠져나가고 나는, 수업 시간에 몇 마디 못한 게 아쉬워서인지 선생님께 연구 방법론에 관한 질문 한 두 가지를 서툰 영어로 건넨다. 반쯤의 친절과 반쯤의 사무적인 태도를 갖춘 이 노교수는 다음 시간까지 너에게 도움 될 만한 것을 찾아와보겠노라고 신뢰로운 약속을 해준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하는데, 한 마디 ..
토론토 생활 육십구일째 _ 2010년 1월 26일 화요일 북미에서 가장 왼쪽 편향이라 소문난 여기, OISE를 처음 구경 온 날, 내 눈길을 확 끌었던 건 사실, 아프리카에서나 볼 것 같은 컬러의 두건을 쓴 어떤 여자였다. 로비 구석탱이의 전화 부스 앞에서 공중 전화 붙잡고 있던 그녀를 보면서, 아, 진보적인 교육 공간인 이 곳은 역시 '풰션(fashion)'도 다르구먼, 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날 이후로 그녀를 다시 본 일이 없다. 또한 그녀와 같은 완전 튀는 풰션으로 내눈을 확 끌어댕기는 존재를 본 것도 그날 이후론 없음. 대도시라 그런지, 속으로만 진보적인 건지는 모르지만, 좀 세련된 사람들은 있어도, 독특하거나 재기발랄하거나 의외의 복장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 재기..
토론토 생활 육십팔일째 _ 2010년 1월 25일 월요일 아침부터 콧물 줄줄 나오더니 재채기 계속 나오고 머리 띠잉하고 열난다. 감기 걸린 듯. 하하하. 토론토 날씨는 영상 육도에 육박하는데... 감기라니! 이상한 게, 마음이 한참 힘들고 긴장되고 괴로울 땐, 몸은 멀쩡하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적응하고 긴장이 풀어지고 리듬이 어떻게 반복되는지 눈치 챌 즈음, 감기 같은 병치레를 한다. 그래서 늘 헷갈린다.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는 신호인지, 아니면 다시 긴장 땡기라는 경고인지. 오늘은, 아침기도만.
토론토 생활 육십칠일째 _ 2010년 1월 24일 일요일 _ 몸이 안좋아 종일 집에 있었다. 일요일, 날씨는 흐리고, 양은 책 읽으러 도서관 가고,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좋더라. ㄴ선생님 인터뷰 전사하고 미뤄뒀던 '토론토 일기' 쓰고, 낮잠도 자고, 아보카도랑 쵸쿄바도 먹고 레몬차도 한 잔 했다. 느리게 혹은 빠르게 시간이 지나가고 지금은 일요일밤. _ 일월 초 운동을 시작해서 이틀에 한 번 요가와 필라테스 수업을 들었는데, 그 덕분인지 심하던 생리통이 나아졌다. 오십분 정도 수업 듣고 샤워하고 사우나 하는 게 전부인데,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몸의 순환과 균형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금방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도 꾸준히 해서 뭔가 얻는 것, 이런 게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인 듯. _..
토론토 생활 육십육일째 _ 2010년 1월 23일 토요일 어제 낮부터 엄청 피곤하다 느껴져서, 오늘은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집에서만 빈둥거리자, 마음 먹고. 낮잠도 푸욱 자고 반경 1~2미터 내만 돌아다니다가, 밥 먹은 거 소화도 안되고, 마음도 답답해서, 늦은 저녁, 모자쓰고 목도리 두르고 꽁꽁 싸맨 다음,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만큼 걸어서 마트에 다녀왔다. (토론토는 큰 도시라 그런 지 마트가 엄청 많고 크고 쾌적하다. 주말즈음 일주일치의 장을 봐서 일주일 먹고 또 가서 장보고... 이런 식의 사이클이 된다. 서울에서보다 자주 간다.ㅋ) (양파 종류도 무지 다양. 이런 저런 야채 구경도 재밌다. 가만 보면 눈감고 웃고 있다, 혼자) 여긴 물가가 높은 만큼 마트에서 파는 물건들도 한국보다 대부분 비싸..
토론토 생활 육십오일째 _ 2010년 1월 22일 금요일 오늘은 음력 12월 8일. 석가모니가 도를 깨우쳤다는 날이다. '저 벼랑에서 떨어져 바위에 부딪혀 죽는 한이 있어도 깨닫기 전에는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던 석가모니는 깊은 선정에 들어, 드디어, 깨달았던 날, 성도재일. 지난 해 이맘 때쯤 나는 인도에 있었다. 그냥 거기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떠났던 길이었는데, 거기서 붓다의 태어남과 깨달음과 가르침 그리고 죽음의 길을 보았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드가야의 그 나무 아래에는 지금도 수없이 많은 불교 신도들이 기도하고 절하고 머리를 맞대고 입을 맞추고 있을 것 같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던 보드가야에서 나는 맛있는 짜이와 길거리 과자를 사먹었다. 시장을 한참 돌아다니고..
토론토 생활 육십사일째 _ 2010년 1월 21일 목요일 내가 사는 콘도미니엄의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십오년 전 중학생이었던 아들과 딸을 데리고 토론토로 이민오셨다. 서울 방배동에서 집안 일 봐주는 분과 기사까지 있었던 형편이라 하니, 꽤 잘사셨을텐데, 왜 그곳에서의 생활을 다 정리하고 여기까지 오셨을까 생각해보면...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아이들 교육 문제가 분명히 큰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여기 와서 아이들 학교 보내고 일주일만에 평소에 말 잘듣고 공부도 곧잘하던 딸내미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자 마자 가방이며 옷을 다 집어던지면서 "학교 가기 싫어-" 했단다. "바보짓도 일주일이면 족하다"는 게 딸의 설명이었다고. 그 얘길 듣는데, 너무 공감이 되는 거다. 영어에 익숙하..
토론토 생활 육십삼일째 _ 2010년 1월 20일 수요일 일주일이 금새 흘러간다. 어느새 내일이 또 수업이다. 수업이 끝나는 날 저녁! 맥주 한 캔을 홀짝이며 '무한 웹써핑'을 하던 게 바로 어제 같은데... 본격적인 수업을 처음 들었던 지난 주 목요일 이후 틈틈히 아티클 읽고 정리하고 생각하고... 했는데도, 막상 수업을 앞둔 오늘, 내일 수업 들어가려니 ... 부담 스럽고, 수업 가기 싫고... 이런 상태. 그래도 아티클 읽는 건 재미있다. 페미니스트 관점의 교육학 연구를 읽는 것 자체도 재미있고, 한국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대학 내 학생, 교수, 연구자, 강사, 행정직원들의 경험이 드러나 있어서 흥미롭다. 이번 주 수업에서 다루는 아티클들의 초점은 '좋은 학생(good student)'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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