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사십이일째 _ 2009년 12월 30일 수요일 살다보면 어제와 다름없던 오늘의 풍경 속에서 문득,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자기의 긍정적 실체와 조우하는 경험이 주는 벼락같은 인식의 전환과 힘은 비할 바가 없습니다. 자신의 불완전성을 명료하게 의식하면서도 자기 존재의 긍정성을 홀대하지 않고 토닥일 수 있다면 그 또한 능력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렇게 지나온 시간을 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내가 두 개라면 이럴 때 하나의 내가 다른 하나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을 것 같다’는 소설의 한 구절이 꽂히듯 마음에 와 닿습니다 - 정혜신의 그림 에세이, '오늘 알았다' 중에서 돌이켜보면, 아주 꼬마였을 때도, 누구나 그랬겠지만, 어른들에게 야단맞는 게 너무 싫었다. 다 자..
토론토 생활 사십일일째 _ 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오늘은, 토론토의 추위를 실감케 하는 날씨! 낮 최고기온이 영하 8도, 최저기온은 영하 16도. 그나마 바람이 안불어서 걸어다니는 게 고통스럽진 않았지만, 거리에서 잠시 마스크 없이 숨을 쉬니깐 목이랑 코가 막 아프다. 그리고 지금은, 북향인 방에 앉아있으니 엉덩이가 시렵다...ㅎㄷㄷ 여전히 도서관엔 사람이 없다. 텅 빈 도서관에 앉아 오늘도 책 읽었다. 크리스마스-연말-연초, 해서 짧은 방학이라 학교가 썰렁하다. 나는 2009년 마지막 날과 2010년 첫날을 제외하곤 매일 학교 갈 예정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남들 놀 때 공부하는 맛이 쏠쏠하다.ㅋ 우연히, 비슷한 사이트 두 개를 발견했다. http://userstorybook.net/ http..
토론토 생활 사십일째 _ 2009년 12월 28일 월요일 날씨가 추워지려는지 창 밖 바람 소리가 우우- 며칠 놀다가 오늘 간만에 열공해서 그런지, 열시도 안됐는데 좀 피곤하다. 그리고 이런 피곤함이 조금 좋다. 어렸을 때, 밤에 자려고 누워서, 얼른 아침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순간들이 기억난다. 가능하다면, 잠을 자지 않고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서 이불 속에서 안달이 났던 순간들. 반대로, 자라고 나선, 피곤에 찌들어, 얼른 따뜻한 내 방에 가서 씻고 잤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많았다. 잠이 어렴풋이 깼는데도, 일어나서 시작할 일상이 버거워서 계속 뒤척이곤 했던 많은 아침들. 오늘은 이렇게 조금 더 깨어있어도 좋고, 얼른 자도 좋겠다. 내일 아침도 뒤척이지 말고 싹, 하고 일어났으면 좋겠고...
토론토 생활 삼십구일째 _ 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여기서도 일요일 하루는 금새 지나간다, 서울에서 처럼. 오전엔 청소하고 오후엔 좀 놀다가 저녁 나절엔 장보러 다녀왔다. 저녁 먹고 티비 좀 보다가 시계보니 열시가 다돼가네. 해가 일찍 지는 토론토에서 오후 열시는 한밤중인 것 같다. 아침 나절에 '10 아시아'에서 배우 윤여정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 길을 걸으며,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고 절망도 했지만, 지금도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보면, 힘이 난다. 그 덕분인지 종일 마음이 한결 풍성하다. 기분을 좋게 만드는 그녀의 사진 한 장. 그 한결 풍성해진 마음으로 근 오년만에 ㄱㅈ 선생님께 편지를 한 통 썼다. 메일 주소가 맞는지, 잘 전해질지, 답장이 올지, 미지수지만, 그냥 ..
토론토 생활 삼십팔일째 _ 2009년 12월 26일 토요일 드디어, 오늘이 박싱 데이(boxing day)! 토론토의 온갖 신문과 뉴스, 광고지에서 떠들석하게 예고하던 그 날! 쇼핑몰들은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사람들은 어깨와 어깨가 부딪힐 만큼 몰려들어 쇼핑 전쟁을 한다는 날. 위키피디아 박싱 데이 설명: http://en.wikipedia.org/wiki/Boxing_Day 어젯밤 잠들기 전, 박싱 데이 세일에 아침 일찍부터 가기 위해 자명종을 맞춰놓았다. 근데 쇼핑이 절받하지 않았던 것인지 늦잠을 자고... 점심 때부터는 생리통이 시작돼서... 오후 두시가 돼서야 집을 나섰다. 이렇게 늦게 가면 쇼핑몰의 물건들 다 팔리고 한산하겠다, 그래도 구경이나 하자 하면서. 그러나, 막상 다운타운의 이튼 센터에..
토론토 생활 삼십칠일째 _ 2009년 12월 25일 금요일 늦잠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다. 아점을 해먹고 빨래 돌리며 인터넷 서핑 좀 하다가, 마침 떨어진 커피 믹스도 살 겸, 바람도 쐴 겸 집 가까이 있는 한국 수퍼에 가기로 했다. 집에서 입던 옷에 세수도 않고 점퍼만 걸친 채 우두두 나갔다. 토론토의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설이나 추석 명절 같다더니 정말로 거리엔 사람도 없고 상점도 문을 다 닫고 바람만 쌩쌩 분다. 집에서 오분 떨어진 한국 수퍼는 좀 작아서 그런지 가격이 비싼 편이라 한 번 휙 둘러보고 조금 더 떨어진(지하철로 반 정거장?) 큰 수퍼에 가봤다. 세일 가격에 커피 믹스를 사고, 온 김에 간장과 마늘 다진 것, 쌀도 10 파운드쯤 샀다.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
토론토 생활 삼십육일째 _ 2009년 12월 24일 목요일 기독교인도 아니고, 떠들석하게 크리스마스 보내는 거(트리 만들기, 선물 주고받기, 공연 보러 가기 등등) 싫어했었는데... 여기 오니깐 크리스마스를 맞는 기분이 이전과 다르다. 토론토는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의 도시이지만, 영국을 위시한 유럽 문화가 이 곳의 주류 문화라 그런지 크리스마스는 일년 중 가장 큰 명절이고,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연초까지는 연달아 쉬는 회사도 많다. 이브 저녁에는 종교의 여부를 떠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해 부모님 댁에서 모여 저녁을 함께 먹고 다음날 아침엔 모두들 선물 풀어보기를 한단다. 그래서 도시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서울과 사뭇 다르다. 오늘 저녁 6시가 되니 술집과 식당을 제외한 모든 상..
토론토 생활 삼십오일째 _ 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오늘은 여기 와서 '처음으로' 저녁 약속이 있었다. 여기 오기 전 내 머릿 속에 있었던 '이상적인 토론토 생활'은 별다른 사회적 관계들 없이, 학교와 집만 오가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삶이었다. 그런데 막상 진짜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서울에서의 그 '관계들'이 그리워지는 거다. 처음엔 여자 친구들과 나누던 공감 백배의 수다들과 수년간 하나하나 찾아내어 즐겼던 내 입에 딱 맞고 분위기도 딱 맘에 드는 맛난 음식들과 음식점들이 그리웠는데, (가끔 잠들기 전에 문득 생각난다, 낙성대 아이스크림 가게 아포가또와 와플!!! T.T) 시간이 지나면서는, 그저 '관계' 자체 혹은 저녁이나 술약속 그 자체가 좀 그리워지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 저..
토론토 생활 삼십삼일째 _ 2009년 12월 21일 월요일 오늘부터 토론토는 공휴일 분위기에 들어간 것 같다. OISE도 1층 도서관만 개방하고 있고, 도서관도 오후 5시면 문을 닫는다. 아침에 본 일기예보로는 어제보다 기온이 올라간 것 같아 조금 가볍게 입고 나갔는데, 썰렁한 학교에 도서관에 눈발까지 날리는 쌀쌀한 날씨라 종일 오돌돌 떨었다. 오후엔 여기 센터(CWSE)로 올 때 도움을 받았던 한국인 박사과정 선생님을 만났다. 토론토 페미니즘 서점(Toronto Women's Bookstore) 맞은 편 작은 까페에서 차 마시며 한 시간 정도 이런 저런 얘기 나눴다. 간만에 만난 한국 사람인데다, 여기 계신지 오래됐고, 여성학과 교육학에 관심을 가지신 분이라 많은 얘기 나누고 싶었는데 한 시간이 후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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