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에 등원해서 오후 5시 반쯤 하원할 때까지,아이는 내가 모르는 생활 속에 있다. 처음엔 이 점이 엄청 불안했다.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와 교사들에 대한 신뢰가 생겼고, 지금은 불안보다는 궁금증이 더 큰 것 같다. 평소 아이는 나에게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나는 이런 저런 집안일을 하면서 듣느라 실은 아주 집중해서 듣지는 않는다.그래도 가끔은 재미있는 이야기에 같이 깔깔 대기도 하고,제법 심각한 이야기를 해서 둘이 머리를 조아리기도 한다. 저 사진은 11월 30일, 나들이를 갔다가 찍은 사진이다.이 날 저녁에 아이는 나에게, "무지개 다리에 갔는데, 바람이 엄청 많이 불어서, 너어무 추웠어!" 했다.나는 아이의 "추웠다"에 마음이 쏠려서는, 정말? 얼마나 추웠어? (옷을 너무 얇게 입혔나? 감기 ..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또래를 둔 엄마들과 본격적인 관계를 맺다보니 알겠다, 내가 얼마나 아이를 애틋하게 여기고 있는지. 이 애틋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암튼 이것 때문에 나의 육아기는 좀 고달프고 진하고 애닲은 건 사실인 듯.ㅋ 간밤에 잠자리에 누웠는데 녀석이 갑자기 업어서 재워달라고 보챘다. 다 큰 형아는 업히지 않고 누워서 자는 거라고 이야기하며 달래는데 아무래도 업혀야하겠단다. 그래서 업어서 둥가둥가 재우다가 졸음이 좀 오는 거 같아서 눕혔더니 엄마 몸 위에서 잠이 들어야겠다 한다. 아가 때처럼 내 배 위에 올려놓고 토닥토닥 하니 이내 잠이 든다. 녀석에게 엄마가 필요한 순간이었나, 잠이 들고서야 아이 마음이 이해가 된다.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 이게..
1. - 엄마 내가 엄마 얼마나 좋아하는 줄 알아? - 얼마나? - 엄청 많이 좋아해. 엄청엄청엄청엄청엄청. 2. - 엄마 냄새가 좋아. - 은규 냄새도 좋아. - 아냐 엄마 냄새가 더 좋아. 3. (온몸에 두드래기가 나서 며칠 나 먼저 잠들고 아빠가 아이를 재웠음) - 엄마 아픈 게 빨리 나았음 좋겠다. - 왜? - 엄마가 혼자 자는 게 싫어서. - 왜, 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 - 응. - 왜? - 엄마 냄새가 좋잖아! 또 있는데 생각이 안난다. 달달한 말은 아니지만 이쁜 말들도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 엄마 비가 와서 우리 밭 아이들이 아 맛있다 하면서 좋아하겠다 그치? - 엄마 나는 엄마도 좋고 아빠도 좋지만 나는 나도 좋아. - 우리 아파트 청소해주는 아저씨 참 고맙다 그치? 물론 미운 ..
오늘 아침은 늦잠이다. 날은 덥고 어젠 늦게 잠들었으니 힘들만도 하다. 기다려주다 더는 안될 거 같아 녀석을 깨운다. 짜증내며 눈을 뜬 아이 기분을 달래려고 간질간질 스킨십. 나도 덕분에 웃고 부비부비 좋으네. 앗차 시간은 벌써 9시로 가고 있다. 보고싶다는 만화 틀어주고 옆에서 밥을 떠먹인다. 밥 먹다 말고 끙아 마렵다 해서 우여곡절 끝에 뒷처리까지 끝내고 나니 9시 반이 후딱 넘었어.ㅎㄷㄷ 마을버스 타러 가는 길에 차 놓칠까 한바탕 뛰고 겨우 엄마 일찍 와야해 당부하는 아이에게 고개 끄덕이며 들여보내놓고 나니 10시. 7시 반부터 2시간 반동안 폭삭 늙은 기분이다.ㅜ 아이를 등원시키는 그 시간동안 내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한지 오늘 순간순간 새삼 느꼈다. 심호흡을 하고 아이 중심으로 말하고 행동하려 ..
더운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아침부터 더워. 아이는 간밤에 잠을 많이 자고 일어나 기분이 좋은 것처럼 보였는데 밥 먹다 말고 아 갑자기 기분이 안좋아, 한다. 왜 그럴까, 너무 더워서 그런가? 선풍기 켜줄까? 하니 응. 선풍기 살살 틀어줬더니 기분이 다시 좋아졌단다. 밥 먹이고 옷입히고 똥 싼 거 닦아주고 이제 얼른 어린이집 가자, 하니 폴리랑 로이 변신을 해야겠단다. 좀 기다려줘, 제.발. 하길래 현관에서 기다리니 뚝딱뚝딱 혼자서 변신을 시킨다. 로봇으로 변신한 장난감 두개를 현관 앞에 딱 세워두고는 말한다. 너희들 넘어지지 말고 잘 기다려 알았지? ㅋㅋㅋㅋㅋㅋㅋ 아고 웃겨. 벌써 이만큼 컸나 싶다. 매일매일 녀석 때문에 웃고 놀라고.ㅎ
낮에 열이 오르고 젖이 부어올라서 겁이 났다. 엿기름 물을 만들어 마시고 양배추 잎을 차게 해서 붙였다. 열은 조금 내리고 젖은 아직 별로 변화가 없네. 내일 아침까지 가라앉았으면 좋겠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엄마쮸쮸를 찾으며 울던 아이는 금새 진정했고, 아침 먹기 전엔 "인제 나 엄마쮸쮸 대신 맛있는 거 먹을 거야!" 라고 선언까지 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가서는 종일 기분이 다운되어 잉잉- 했단다(선생님의 전언). 저녁에 샤워할 때 문득 이렇게 말한다: 오늘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 (응? 어린이집에서?) 응, 오늘 엄마 생각이 자꾸 나더라구. 그래서 이야기해줬다. 엄마도 어릴 때, 그런 날이 있더라. 엄마 생각이 무지 많이 나는 날. 쮸쮸를 못먹으니 엄마 생각이 더 났나보다. 짠하다. 저녁에 엿기름..
일주일 마지막 등원일인 금요일. 아이는 왠일인지 기분이 안좋다. 많이 자고 일어났는데 왜이럴까, 나는 오늘 오전에 세미나가 있어서 아이 빨리 등원시키고 늦지 않게 가고 싶은데. 아침도 시원찮게 먹고(내가 먹어봐도 주먹밥 양념이 싱거워 맛이 없었엉;;;;), 땡깡 부리기 시작. 냉장고 문을 자신이 닫아야 하는데 엄마가 닫아버려서 화가 나버린 것. 그 때부터 몇 분동안이었을까, 울며불며 다시 시간을 되돌리라고 땡.깡. 아이 요구대로 해주려다가 어느 순간 나도 화가 확! 나버려서 야!!! 하고 고함을 질러버렸다. 그 순간 움찔 놀라는 아이. 그러더니 더 큰 소리로 나에게 꽥 고함을 지른다. 아이에게 소리지르는 그 순간, 어느 그림책에서였나, 엄마가 고함을 지르면 아이는 불에 댄 듯 아파진다고 한 표현이 내 머..
- Total
- Today
- Yesterday
- 논문
- 교육대학교
- 인도
- 감기
- 박완서
- 교육사회학
- 영어
- 가을
- 엄마
- 일상
- CWSE
- 아침
- 기억
- 인터뷰
- OISE
- 일다
- 선련사
- 켄싱턴 마켓
- Kensington Market
- 봄
- 토론토의 겨울
- 봄비
- 열등감
- 일기
- 졸업
- 토론토
- UofT
- Toronto
- 맥주
- 여행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