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가 일박이일로 여행을 가고, 은규와 둘이 보낸 시간들.처음엔 혼자서 아기 돌보며 시간 보내야 한다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었는데,막상 둘이 있으니 좋았다. 밥 먹이고 씻기고 같이 놀다가 잠들고 하는 시간은 참 평범하고 별 거 없는데, 그냥 그런 시간이 좋았다, 이상하게도. 어제 저녁엔 천도복숭아를 안먹으려고 해서 한번만 먹어봐, 하고 먹였더니 맛있다고 냠냠 먹더라.이젠 새로운 뭔가에 대한 반감도 크고, 하라는 거 절대 안하는 반항아임.ㅋ그러면서도 시도해보고 좋아하고 신나하고 그러는 게 이쁘다. 잠들기 전에 집게차 이야기, 얼굴없는 포크레인 이야기 해달라고 한다.낮잠도 밤잠도 이야기를 들으며 졸리는 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종일 쮸쮸를 많이 찾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본격적으로(?) 먹지는 않는다.좀..
어제 저녁에 타요 에피소드 중에 한 개를 봤다. 소방차와 구급차가 위급한 상황에서 역할을 해서 위기를 극복한다는 스토리. 그 스토리를 밤에 잠들기 전에 해줬더니 좋아한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타요 한 편을 봤는데, 오늘 것은 중장비의 역할에 관한 거였다. 그 스토리 역시 내가 다시 말로 해줬더니 좋아한다. 그러면서 집게차 이야기, 얼굴없는 포크나인(포크레인) 이야기도 해달란다. 아무렇게나 지어내서 해주는 데도 좋아한다. 진지하게, 손가락으로는 뭔가를 만지작대면서, 장면이 바뀌는 대목마다 나랑 눈을 맞추며 흥민진진하게. 아기를 갓 낳았을 때, ㅈㅇ이가 옛날 이야기 책을 선물해줬었는데, 이제사 그 필요를 알겠다. 은규는 이제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된 것이다. 내가 몇 가지 이야기를 지어내서 해주고 나니..
아기가 태어난지 4주쯤 되었을까, 아침에 일어나 나를 보고 싱긋 웃는 게 너무 신기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돌을 한참 넘기고도 걷지 않던 녀석이 어느날 문득 걷기 시작했을 때도 너무너무 신기했었지. 요즘은 매일 새로운 말을 할 줄 아는 게 참 신기하다. 매일매일 어휘가 늘고 문장을 이어붙이고 표현력이 늘고 있다. 어떤 보상도 약속되어 있지 않지만 은규는 하루하루 너무 열심히 말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엔 마루에 누워있는 토끼인형을 보더니, "잘 잤어?" 한다. 그러더니 "맘마- 먹어야지", "얼굴 좀 보자"를 연이어 말한다. 이거 모두 내가 아침마다 은규한테 하는 말들인데.ㅋ 다른 것도 그렇겠지만, 내 말들을 따라하니 어깨가 무거워진다. 더러운 말 나쁜 말은 쓰지 말아야겠다, 은규 덕분..
은규를 낳은지 21개월이 넘었고, 직장을 다닌지 7개월이 넘었다. 아기가 내 인생에 들어온 후로, 늘 정신없이 살아왔지만, 일터가 생긴 후로는 정말 여유가 없다. 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 모른다,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낸다, 와 같은 문장들이 그동안의 내 생활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집에서 혼자 아기만 돌볼 때는 얼른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러면 뭔가 여유 같은 걸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아홉시부터 여섯시까지의 시간이 여유로운가 하면 그렇지 못하다. 근무 시간 안에 처리해야할 일들은 늘 쌓이고, 내 마음은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동동동동 달리기를 하는 것 같다. 이게 사는 건가, 싶어 우울해지는 나날도 있고 새삼 감사함에 충만해지는 날도 있다. 혹은 하루에도 이랬다 저랬다 한다. 엄마로..
은규가 쑥쑥 자라고 있다. 매순간 같이 있을 수 없는 나도 그 빛나는 성장을 알아챌 정도로.색종이를 가져와서 종이접기 흉내를 내고, Y와 내가 물건을 못찾아서 쩔쩔매면, 어디선가 찾아서 들고 온다.(그저께는 리모콘을, 어제는 지 양말 한 짝을 어디선가 찾아왔음.ㅋ)매주 가는 법회에서 누구를 만나 뭘 하는지 빤히 알고 있고, 이야기를 들려주면 꽤 오랫동안 귀를 기울인다.알리바바와 사십인의 도둑 이야기를 (기억도 잘 안나는데 대충 지어내서 해주면) 중요한 부분에서 맞장구를 친다."열려라 참깨" 같은 부분에선 막 흥분도 하고. ㅋ뽀로로 노래 중 하나인 '꼭꼭꼭'을 불러달라고 해서 부르면, 부분부분 아는 체를 한다.'파란 하늘을 날고 싶어' 하면, '파, 파, 파' 하고, '두둥실 흰구름 넘어로' 하면, '두둥..
보고서 마감일이 다가오니 몸과 마음이 긴장된다. 일터에서는 일, 집에서는 아기와 아기아빠! 이렇게 마음 먹었지만, 이번주부턴가 일을 집으로 싸가지고 오기 시작했다. 밤에 아기 자고 나서 혹은 새벽에 아기 자고 있을 때, 서재로 와서 한두시간 정도 작업을 한다. 오늘도 다섯시 좀 넘어 깨서 저녁에 있을 전문가협의회 준비를 했다. 아기는 지금 안방에서 새근새근 잔다. 아기가 세돌이 될 때까지는, 내 삶의 중심은 아기,라고 다시 새겨본다. 내 정체성 중 가장 먼저의 것은 엄마. 모성애가 뻗쳐서도, 아기가 이뻐서만도 아니고, 아기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지금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 일터에서의 일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더 잘할 수도 있지만, 은규 엄마 노릇은 은규 엄마인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으니깐..
밤젖 끊기 엿새째였던 목욜밤, 은규는 열한시쯤 자서 다섯시에 깼음! 이것만으로도 너무너무 기적같은 일이었지만, 일단 토닥이고 재운 다음, 7시쯤 또 깼길래 젖먹여 다시 재웠다. 이때도 난 감기기운과 두통으로 골골. 드디어 대망의 일주일째였던 금욜밤. 우리 은규는 열시반쯤 잠들어 일곱시까지 내리 주무셨다! 근데 난 두어번 깼다. 너무 덥고 쉬도 마려워서.ㅋ 그래도 우리 아기가 이렇게 길게 자다닛!!!!!!! 너무 기뻤음. 히히힣히. 오늘은 낮잠을 조금 자고 오후 내내 졸려하다가 8시 반쯤 취침. 세상에 나는 은규 재워놓고 목욕 느긋하게 하고 맥주도 한캔 드셧다.ㅋㅋㅋㅋㅋ 좀전에 아기가 깨서 들어갔는데 좀 징징대다가 곧 잔다. 이제 밤엔 젖먹는 거 아니라는 걸 잘 아는 은규. 이제 은규 엄마의 삶도 달라지는..
돌이 지나도 한참 지났는데 혼자 걷지 않던 은규가, 태어난지 499일째였던 어제, 걸.었.다. 아이들마다 속도가 있고 그 속도를 존중해야지,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내심 왜 걷지 않을까 걱정도 하고, 걸음마 연습을 안시켜주고있는 내 탓인가, 자책도 좀 했던 것 같다. 은규가 아장아장(이라고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너무 귀여워! 걷는 모습!!!) 걷는 걸 보니, 너무너무너무너무 기뻤다. 아기의 성장이 주는 기쁨! 고마워, 은규야. 니 성장 하나하나가 다 고맙고 장하다~^^
은규에게 밤에는 쮸쮸 안먹는다고, 어제 저녁에도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밤 내내 쮸쮸 안먹고 잠 잘자줘서 고맙다고도 이야기하고. 어젯밤엔 잠들기 전에 쮸쮸를 실컷 먹고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가습기를 붙들고 서서 끙끙대며 똥을 한 판 싸더니 시원한 듯 뒹굴대다가 젖 조금 먹고 잠이 들었다. (어둠 속에서 가습기 붙들고 끙끙대는 거 진짜 귀여웠음. 근데 배변에 방해될까봐 웃지도 못하고 모르는 척 해줬음ㅋ) 아기 키우면서 신기한 것 중 하나는, 밤에 아기가 잠을 깨려고 하면 그것보다 조금 더 전에 실은 내가 깬다는 것. 아기 옆에 같이 있으면서 리듬이 서로 맞아 떨어지는 건지, 아기의 뒤척거림에 민감한 채로 잠을 자는 건지 모르겠지만. 간밤에도 아기가 깨기 전에 내가 먼저 잠이 깨서 아..
밤엔 뜌뜌 안먹기, 3일째였던 어젯밤. 아기가 잠든지 한 시간만에 일어나서 칭얼칭얼한다. 난 이틀째 잠을 설친 뒤라 너무너무 피곤했는데, 은규는 징징 울면서 내 목을 끌어안고 안아서 재워달라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은규아바이가 눕힌 채로 재워보자 제안해서, 안고 토닥토닥 했더니 의외로 솔솔 잠이 들었다. 그렇게 잠드는 아기를 보면서, 나는 아기가 울면서 뭔가 요구하면 늘 들어주는 편이구나, 안고 재우면 힘드니깐 안돼, 누운 채로 재워보자 하는 은규아바이가 훨씬 지혜롭네!라고 생각했다. 아기를 안고 일어나 재우지 않으니 훨씬 편했지만, 은규는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일어나서 그 때마다 토닥토닥 하느라고 나는 밤새 자는둥 마는둥.ㅜ 6시 40분쯤 또 깨길래, (아직 날은 밝지 않았지만, 시간 상으로는)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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