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속이 안좋았다.식전부터 동거인과 대화하다가 또 퐁퐁퐁 울었고.낮에, 일년만에 목욕을 다녀왔고, 또 한 번 퐁퐁퐁.한숨 자고 일어나 아기 낳고 그동안 여기 메모했던 기록들을 다시 읽으며육개월 남짓 어떻게 지내왔나 돌아봤다.많이 지쳤구나, 몸도 마음도.지친 마음과 몸으로 동거인에게 의존하려고 했는데,논문 수정 중인 그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듯.체중이 자꾸 줄고 크진 않지만 병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요즘 자기연민 증폭되기도 했고. 종일 생각도 많이 하고 목욕도 하고 속도 안좋고 울기도 많이 울고.저녁을 먹고 나니 무지 피곤하다.다행히 이유식은 만들어뒀고 설거지도 끝냈으니 이제 청소만 하면 된다.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이제 제대로 돌아왔나봐, 편안하다. 공포스러웠던 건, 지금 이 시간들이 불행한 순..
2012/12/01 01:30 [+144] 동거인은 논문 막바지라 너무너무 바쁘고 나는 논문 수정에 강의에 할일이 많았고 아기는 급성장기인지 밤에 자주 깨고 단 삼십분도 아기를 대신 돌봐줄 사람은 없어 아침부터 밤까지 혼자 아기를 보면서, 내 기분은 오르락내리락 마구 바뀌었던 지난 일주일. 그런데도 하루하루 어찌 지나갔다. 아기가 너무 예뻐서 꼭 껴안아주던 몇 순간, 동거인과 싸구려 과자를 아작거리며 하루를 마감하던 순간들, 피곤에 쩔은 눈으로 논문을 들여다보던 순간들,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따뜻한 눈빛을 나누던 순간들, 아기를 재우며 혼자 과거의 시간들로 왔다갔다 하던 순간들... 이런 순간순간들이 차례로 지나가면서 하루하루가 간다. 그 순간들 속에서 아기는 자라고 나는 내 삶에 성큼 걸어들어온 이 존재..
2012/09/16 23:08 [+69] 이틀에 걸쳐 건축학개론을 봤다. 아기가 온 후 처음 보는 영화.^^ 이제 이 생활에 적응이 됐구나, 싶다. 그동안 너무 긴장해있었던가 싶기도 하고. 낮에 문득 아기가 없는 내 생활을 상상해봤는데 좋지만은 않더라. 자유롭게 어디든 다니고 여유있게 먹고 자고 입고 놀고 싶기도 하지만 아기를 돌보며 지내는 이 생활도 나쁘지 않다는 마음. 몸이 조금만 더 적응을 하면 더 좋겠다.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될까. 아기가 내 마음을 몸을 변화시키고 있다. 짧은 시간, 강렬한 힘으로. 아기는 무럭무럭 자란다. 옹알이도 제법 다양한 목소리로 하고 방긋방긋 잘 웃고 목도 좀 가누고 허라와 다리에 힘도 생긴 듯. 낮에 잠투정 하는 건 여전하지만, 밤잠을 안정적으로 자주는 게 고맙다. ..
2012/08/27 09:21 [+49] 지금 이순간에 깨어있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지금 내가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지금 내가 원하는 것, 지금 내 마음이 향하는 곳, 지금의 날씨와 바람. 이렇게 다시 하루를 시작해본다. 2012/08/31 09:40 [+53] 아기는 끊임없이 현재에 깨어있기를 요구한다. 재울 때는 재우는 그 순간, 놀 때는 노는 그 순간, 먹일 땐 먹이는 그 순간. 나는 습관처럼 과거나 미래 어느 시점에 가 있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기는 귀신같이 알아채고 보채거나 운다. 늘 지금 이순간만을 살아가는 아기는 내게 선생님 노릇을 하는 것 같다. 2012/09/01 14:56 [+54] 간만에 아기가 길게 잔다. 아기 잘 띠 뭐뭐뭐 해야지, 하고 생각해둔 게 많았는데, 막상 여유..
2012/07/12 19:44 [+2] 이제 곧 마흔 여덟시간이 된다. 근데 제법 긴 시간이 흐른 느낌이다. 브레이크가 없는 자전거를 타고 완만한 경사의 내리막을 내려가는 듯한. 아무리 완만해도 속도는 점차 높아질 것이다. 지금의 속도를 즐겨야하는데 자꾸 겁을 집어먹는 것 같다. 2012/07/14 11:08 [+4] 지독한 활자중독. 누군가에게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된다는 것. 두려움이 현재를 덮치는 일. 숲과 바다. 2012/07/15 18:27 [+6] 51.5kg/ 3.07kg. 2012/07/17 06:44 [+8] 8일째날 아침. 내 몸에서 달큰한 젖냄새가 난다. 늘 그리웠던, 바로 그 엄마 냄새. 2012/07/18 13:51 물론, 젖냄새보다 더 압도적인 건, 땀냄새지만....;; 2012/..
멘탈의 위기가 온 것 같다. 매일 징징징징. 그간의 기록들을 다시 읽어본다. 2013/01/05 07:08 [+180] 아기가 간만에 세시간 반 간격으로 자주시네. 어제 지도교수님 댁에서 하는 신년모임에 데려갔다와서 늦게 자더니 피곤했나보다. 나도 너무너무 피곤했는데 길게 자주시는 아가 덕분에 좀 잤다. 한번에 세시간 넘게 자는 게 호사가 되다니, 아기 돌보는 일은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되는 일인 듯. 동거인이 종일 외출할 거라 오늘도 밤까지 아기랑 둘이 있어야한다. 콩나물국 사태를 계기로 아기와 둘이 보내는 시간에 깨어있어보자, 싶은데 오늘 한 번 해보지, 뭐. 두눈 질끈 감은 채 젖먹더니 쌕쌕 잘 자는 아기. 나도 좀더 자둬야겠다. 2013/01/07 09:28 [+182] 그제 그리고 어제 저녁 또..
그동안 안부게시판에 메모처럼 남겨두었던 기록들. 2012/12/11 01:13 [+154] 시간이 어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매일매일들. 꼽아보니 집안에서만 아기랑 둘이 지낸지 오늘로 나흘째. 그러니 좀 마음이 지칠만도 하다. 꽁꽁 싸매고 집 앞이라도 나가볼까, 했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 모레쯤 날이 풀린다니 정말 아기랑 어디든 좀 나갔다와야지. 아기는 어제부터 옹알이가 늘었다. 제법 인상을 써가며 뭔가 길게 말하고, 내가 노래를 부르면 따라부르는 듯 소리를 낸다. 아고 예뻐라, 소리가 절로 나오는, 빛나는 성장 중의 내 아기. 난 오늘 좀 답답했고 불안하기도 했고 편두통이 심해졌고 피로도 여전하다. 아 그래도 체중이 좀 늘었다. 요즘 아기는 밤에 한시간 반 간격으로 일어나 칭얼대는..
아기가 참 이쁘다. 언젠가 했던 말인데, '이쁘다'라는 말이 왜 있는지 알겠다. 아기를 표현하기 위한 말이구나, 싶다. 매일 먹고 자고 싸고 울고를 반복하는 듯 보이지만 아기는 매순간 자라고 있는 것 같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라고 어른들이 그랬는데, 정말 그렇다. 그래서 매일 새삼스레 이쁘고 귀엽다. 오늘 아침엔 잠에서 깨자마자 나를 보더니 싱긋 웃는다. 그 미소가 얼마나 이쁜지, 밤 사이 여러번 깨서 젖먹여 재웠던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 (물론 피로가 가시는 느낌만 들 뿐, 피로는 그대로 남아있음..ㅋ) 제 손에 쥐어주는 장난감에만 관심을 두던 아기가 이제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것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리모콘, 핸드폰, 아이패드 같은 것들을 막 잡으려고 하고, 노트복 마우스도 이리저리 ..
아기랑 보내는 시간은 내가 이전에 보내던 시간과 많이 다르다. 몇시 몇분 정해져있는 게 없고, 오직 아기의 리듬에 맞춰서 흘러간다. 물론 대략적인 시간의 덩어리는 있다. 젖은 세시간쯤에 한 번 정도 먹고, 잠자고 일어나 두시간쯤 뒤면 졸리기 시작하고, 오후 아홉시에서 열한시 사이에 밤잠을 자고, 밤엔 두세시간 간격으로 일어나 젖을 먹는다. 아기가 이렇게 먹고 자고 하는 동안 나는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기저귀 갈고 같이 놀고 안아주고 업거나 안은 채로 집 안을 걸어다닌다. 아기가 혼자 노는 짧은 시간동안 나는 설거지나 빨래, 화장실 다녀오기, 집안 정리 등을 하고 밥도 샤샤샥 먹어야 한다. 아기가 자는 (비교적) 긴 시간동안 나는 옆에서 같이 자거나 (밤잠을 길게 이어서 못자기 때문에 낮에 잠을 보충해야한..
정오쯤, 독감 주사를 맞으러 동네 병원에 다녀왔다. 오전에 강의를 하고 온 동거인이 아기를 잠깐 봐주는 사이.매섭게 추운 날씨. 그런데 날이 너무 맑아서 좋은. 토론토의 겨울 날씨도 슬쩍 떠올랐고, 간만에 혼자 나와서 걷는 것도 좋았고.주사를 맞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디 까페에 가서 차라도 한 잔 마시고 싶은 기분이 슬며시 들었다.그런데 아기를 대신 돌봐줄 사람이 없다. 동거인은 논문 막바지라 일분일초를 아껴써야하고, 아기를 맡길 만한 가족들은 너무 멀리 살고. 이 때부터, 아 힘들다, 지금의 내 상황, 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마침 오늘 아기는 무지 안자고 칭얼거렸다. 낮잠을 삼십분도 안자고 깨고, 잠을 푹 못자니 컨디션이 안좋은지 계속 안아달라하고.그런 아기와 열시간 넘게 낮과 저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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