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수유 끊기 도전 중이신 은규와 은규엄마. 첫날이었던 토요일(11/16) 밤, 새벽 1시 쯤 일어나 쮸쮸를 찾다가 안주니까 울다가 자다가를 반복. 뜌뜌, 하면서 내 가슴을 헤집어도 "안돼, 밤에는 쮸쮸 안줄거야. 아침에 먹자. 쮸쮸 먹지말고 한번 자보자" 하면 엉엉엉엉 울고, 체념한 듯 내 품에 안겨서 자다가 다시 뜌뜌 달라고 하는 식으로. 그러다가 아예 불을 켜고 마루에서 놀다가 다시 졸리면 뜌뜌, 그러다 안되면 울고. 새벽 4시가 다돼서야, 결국은 아빠 품에 안겨 잠들었다. 나는 방에 누워 자는 척하고, 은규는 아빠 품에서 엄마엄마엄마엄마-를 찾고. 둘째날이었던 일요일(11/17) 밤은 11시 반쯤 잠들어 2시 50분 일어나 뜌뜌를 찾는다. 다행히 뜌뜌 찾다가 안돼, 하면 울고 자고를 두세번 밖에는..
오늘이 딱 69주차 된다, 은규가 태어난지. 그래, 월요일 밤에 태어났었지, 하고 다시 기억을 해본다. 은규는 아직 걷지 않고/못하고 있지만, 하는 행동이나 표현 등을 보면 '인간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의사표현도 점점 정확해지고, 말귀도 잘 알아듣고, 고집도 생기고 표정도 다양해져간다. 우선, 몸언어와 몇 가지 단어로 의사를 전달하거나 어떤 장면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이모이모이모이모" (손으로 머리를 가르키면서) "쿵" -> 의미: 이모가 머리를 쿵 하고 부딪혔다. 이런 식이다. 어제 뭐 했어? 하고 물으면 이런 방법으로 나름의 의사를 전달한다. 이렇게 의사를 전달할 때 아기 표정을 보면 엄청 진지하다. 못알아들으면 갸우뚱한 표정을 짓고, 잘 알아들으면 흡족해한다. 칭찬을 해주면 의기양양해한..
주말동안 아기랑 부비부비하다가 일터에 오면 좀 낯설다. 괜히 아기 사진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아기는 쑥쑥 자란다. 잠시도 쉬지 않고 자기 소임을 다하고 있는. 나도 아기따라 그렇게 자란다. 아기에게 배우면서, 그를 따라하면서. 쉽지 않다, 아기를 돌보는 일이. 집에만 있을 땐 그게 그렇게 싫더니, 일터에 나오기 시작하니 이것도 고되다. 아기와 떨어지기 싫고 아기 생각하면 애틋해지고. 일터엔 일이 가득, 집에 가도 일이 가득. 그래도 나에게 와준 이 예쁜 존재, 나를 가르치는 이 위대한 존재와 함께 하면서 생기는 고됨,이라면 해볼만 하다, 싶다. 이렇게 또 하루 가보자.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마음이 종종걸음을 걷는다. --- 지난 일요일 법회에서 어떤 엄마의 질문 끝에 법륜스님이 이렇게 따라 하라고 하셨다. "나는 잘 하고 있습니다. 나는 좋은 엄마 입니다." 그 말에 질문한 엄마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좋은 엄마"라는 단어를 소리냈다. 그 떨림,에 나는 공감했다. 나는 좋은 엄마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하는 사람은 그렇게 떨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기를 낳기 전부터 이런 말을 자주 봤다. "좋은 엄마가 되려고 하지 마세요." 맞는 말이다. 좋은 엄마가 되려고하면, 좋은 선생이 되려고하는 것 만큼이나 마음도 몸도 힘들어질테니. 그런데 내 마음과 몸은 끊임없이 좋은 엄마가 되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 피곤해도 배고파도 졸려도 아파도 아기의 요구에 응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긴 하루가 끝나간다. 오전에 아기가 작은 박스 위에 올라가 놀다가 머리가 바닥에 꿍하고 넘어지면서 다쳤다. 액자 뒷쪽 나무 조각에 오른쪽 이마가 주욱 긁혔다. 우는 아기를 안고 달래다가 눈썹 위쪽으로 난 상처를 보고 너무 놀란 나는 우리 아기 어떡해어떡해 하며 울었다. 병원에 달려가니 다행히 상처는 안깊단다. 곧 나을 것 같지만, 내가 다녀온 곳은 분명 지옥이었다. 어쩌면 지금도 지옥에 있는 건지도 모르고. 샤워하다가 아기 상처가 생각 나 속이 상한다. 아프지 않아도 될 것을, 내 잘못으로 아프게 되어서 미안하고 속상하고 나도 아프다. 아기가 박스 위에 올라가 노는 걸 옆에서 나는 봤는데, 얼른 아래쪽으로 내려놓지 않고, 걸레질 하면서, 곧 내려오겠거니 했다. 전에도 몇 번 올라가서 놀다가 내려온 적이 ..
오후엔 미친 듯이 힘들었다가밤에 샤워하면서는 부족한 게 뭐가 있나 싶다.미쳐있다가 제정신이 드는 건지오르락 내리락 조울증인지ㅋ 아기 목욕시키다가 변기 부근의 뾰족한 데에 등이 부딪혀 꽤 아팠는데,내가 아파하니까 아기가 놀라서 나를 쳐다봤다.나의 안위가 아기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구나, 체감했달까.목욕 다 하고 나와서 아기 아빠가엄마 여기 아프네, 호 해주자 하면서 시범을 보이자아기가 내 등에 입을 맞추며 위로하는 듯 호, 한다.하하하하.니는 효도 다했다, 앞으론 악행만 저질러도 괜찮다! 해줬다.아기가 날 위로해즐 날이 오다니!다 키웠다, 다 키웠어!ㅋㅋㅋㅋ 부엌 바닥을 걸레로 닦는 내 옆에 같이 엎드려바닥 닦는 시늉을 하고졸리지 않아도 내 팔을 베고 누워 노래를 하는 듯 이야기를 하는 듯한참을 옹알댄다...
간만에 만난 이모에게 그랬다.아기는 갈 수록 더 이뻐지는 것 같다고.이모가 대답했다. 당연하지!엄마는 점점 아기에 대해 알아가고 아기는 점점 엄마를 더 사랑하게 되니까.우리 둘의 관계가 점점 더 좋아져서 언젠간 정점을 찍겠지.그 때가 언제쯤일까? 사춘기 직전? 독립 직전?아니면 돌 지나고 고집이 세지기 시작할 때?무튼, 지금이 아기와 가장 좋은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눈을 맞추고 감정을 나누고내 목소리나 행동을 흉내내고장난을 같이 친다.매일 참 많이 컸구나 싶다. 그렇지만이 시간들이 나에게 주는 기쁨을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이 시간들을 둘러싼 맥락들도 부정할 수 없다.그래서 지고의 기쁨을 누리는 순간,이라고낭만화하기 어려운 것 같다.이성애 정상가족 안에서 내가 하고 있는 역할내게 주어진 자원들이 자원들이 ..
하루가 금새 지나간다.이유식 먹이고 씻기고 기저귀 갈고 놀고 재우고,를 세 셋트 하면 어느새 저녁.날씨 좋은 날엔 외출도 하고 시장도 가고 산책도 한다.저녁 되면 목욕시키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재우기.아기 재우고 밀린 일 좀 하면 자정. 허겁지겁 방에 들어가 자면 다시 또 새 하루. 오랫동안 새롭게 시작되는 하루가 두려웠다.막상 시작되면 어떻게어떻게 하루가 금새 굴러가지만.아기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외롭게 느껴지고 내 하고싶은 일 못하는 게 답답했고.지금도 이 외로움과 답답함은 여전하지만요즘은 새 하루가 주어져서 좋다는 느낌이 좀 든다.아기 냄새 맡고 실컷 만지고 부비고 눈 맞추고 이야기 하고노래 같이 부르고 안고 업고 젖먹이는 일이 좋아서.끝없이 반복되는 집안일, 구질구질한 집안꼴, 불안한 미래 같은 ..
아 진짜 힘들다, 하는 소리가 자꾸 나오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인 것 같아. 아기가 이유식 잘 안먹고 먼지구덩이만 찾아다니고 기저귀 가는데 가만 있지 않고 움직이고 자꾸 안아달라고 응응으으- 할 때, 아고 엄마 오늘 힘들다, 하고 여러번 이야기했다. 밖은 찬란한 봄인데 나만 구질구질하게 작은 집을 아기랑 맴도는 것 같고 설거지 청소 빨래 아기 이유식 만들어먹이기 기저귀 갈기 씻기고 로션바르기 등등의 일들이 끝없는 반복인 것 같고 몸은 안아픈데가 없고 피로는 언제부터인지 계속 되고 길게 잔 날이 까마득한 것 같고 거울 속 내 얼굴 내 몰골이 엉망이고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생각마저도 찌질한 것 같고 내일이나 다음달 혹은 내년쯤엔 뭔가 좋은 상태일 것이라는 예상도 잘 안되고 무엇보다 당분간 내게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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