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아기가 엄마,라고 한다.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엄마엄마엄마마마-너무 졸린데 엄마가 아닌 아빠 품에 안겨있을 때 나를 부르는 소리.눈빛으로 나를 찾거나 두 팔로 나를 향해 안아달라고 할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이제 우리가 엄마와 아기로 더 단단하게 묶여지는 것 같은?역시 불러줘야 존재가 되는구나, 싶다. 두어달 전 선물로 받고 언제쓰나 싶어 넣어뒀던 빨대컵을 꺼내줬더니제 손으로 컵 손잡이를 잡고 빨대를 쪽쪽 빨아서 물을 먹는다.다컸다 다컸어 소리가 하루에도 몇번씩 나올 만큼, 정말 쑥쑥 자라는 우리 아기. 봄이 오면 자주자주 아기랑 나가야지, 했는데봄은 더디오고 봄비에 황사에...그래도 오늘은 맑은 일요일.봄꽃 피었다는 캠퍼스 좀 누벼볼까.아기랑 같이 보내는 이 봄이 좋고나.
엄청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은규.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늘 그랬겠지만, 요즘은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많이 움직이고 매일 다른 기술을 보여주고 나랑 교감하는 폭과 깊이가 더해져서일 거다. 배밀이로 집안을 다니면서 온갖 것들을 만지고 물고. 물건을 잡고 일어서느라 다리 허리 팔 힘이 쎄지고 있다. 오늘은 서 있는 내 두다리를 잡고 혼자 일어서더라. 물론 일어서고 나서는 감당이 안돼서 비틀댔지만.ㅋ 은규한테 뭐라고 뭐라고 천천히 이야기하면 알아듣는 듯 가만히 있는다. 노래 불러주면 으으응으응 따라하고. 안고 흔들어주면 손으로 내 등을 토닥토닥 다리를 달랑달랑 나름 리듬을 맞춘다. 책을 보여주면 특정 페이지에서 어헝- 하고 반응을 보이고. (예를 들면, [모두 달아났네]에서 나비가 나오는 페이지) 내가 아야..
남원에서 지내면서 힘든 것 중의 하나는 은규 엄마인 나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내가 워낙 의견 존중 받는 걸 중시하는 인간이라 이 문제에 민감한 건 사실이다.그렇지만, 아기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는 특히 내 의견은 별로 안 중요하게 여겨졌다.아기 볼과 턱의 침독 흔적에 대해, 그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면서 아기가 자라면 나아지는 거라고 여러번 이야기했지만이렇게 뒀다간 얼굴에 훙터 생긴다고, 스테로이드 연고라도 발라서 낫게 하는 게 급선무라고 믿는 시부모님은 내 의견을 전혀 곧이 듣지 않으셨다.결국 소아과에 가서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라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이 문제는 일단락.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하는 걸 보신 이 분들, 그래도 그래 니 말이 맞구나..
삼박사일동안 만 세살 다은이, 돌을 앞둔 재은이와 지내다온 은규가 완전 달라졌다. 다은 재은 자매들과 있을 땐 조용하던 녀석이 남원으로 돌아오자 목소리도 커지고 요구사항도 많아지고자기 원하는대로 안되면 떼를 쓰고 몸놀림도 훨씬 강해졌다.오늘 저녁엔 배밀이를 쓱쓱 해서 모두를 놀라게 했고, 머리 감길 때, 옷 갈아입힐 때, 기저귀 갈 때 가만히 있질 않아서 진땀이 난다.엄마는 점점 기력이 딸리고 아기는 점점 에너제틱해지고... 앞으로의 날들이 어찌 펼쳐질지.ㅋ 자기 욕구가 분명해지고 그 표현도 강해지는 것.점점 자아가 만들어지고 있나보다. 몸이 자라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성장과정이겠지.이제까진 아기가 이쁘기만 했는데, 점점 아기의 고집과 내 고집이 부딪히는 순간들이 늘어날 것 같다.지금보다 더 끈끈한 관계..
낮에 하늘이 파랗게 개었길래 아기 안고 시립도서관에 갔는데가는 날이 장날이리고 휴관일. 유리문 안으로 서가를 좀 흠쳐보다가 발길을 돌려동네 산책 삼십분 정도 하고 귀가.산책하다가 며칠 전에 들렀던 아동복 가게가 기억나서거기 들러 다은이 생일선물을 샀다.인디언핑크 꽃무늬 블라우스랑 민트 꽃무늬 핀 하나.가격도 깎아주고 친절한 옷가게 주인 언니는 알고보니 나랑 동갑.나보고 "너무 눈치 보지 말고 시댁에서 편히 있다 가세요" 라고 말해주더라.남원 있는 동안 자주 놀러가고 싶은데 살 옷이 없네.ㅋ날씨가 좀 더 따뜻했으면 광한루까지 가볼까 했는데햇살은 좋아도 바람이 씽씽 불어서 마음을 접고,잠든 아가를 토닥거리며 돌아오는 길,서점 하나, 문구점 하나를 눈여겨 봐뒀다.내일은 도서관이랑 서점에 가봐야지. 밤중 수유하..
아기는 자고 동거인은 논문 편집중. 난 졸려죽겠는데 블로그 창을 연다. 육개월즈음부터, 아기는 밤에 나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안보이면 두리번거리고 많이 졸릴 때 내가 없으면 울기도 한다. 낮에도 잠이 오면 나를 찾는다. 할아버지가 아무리 재미있게 놀아주셔도 졸리면 나한테 안기겠다고 내 쪽으로 팔을 뻗고 몸을 돌린다. 드디어 엄마에 대한 아기의 애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기에 대한 나의 애착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으니, 이렇게 우리 둘 사이는 꽁꽁 묶이고 있는 중. 아기와 나는 서로에게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어가는 중인 거다.
내 마음 속 어린 아기가 아직 덜 자라서가끔 눈물이 후두둑 터져 나온다.아기 낳고 돌보면서 그동안 모른 척 했던 그 아기의 존재를더이상은 무시하지 못하고 자꾸 만나게 된다.나눔의 장 끝나고 한 언니가, 엄마 없는 사람끼리 포옹 한 번 하자, 했을 때그 때 마음은 뭔가 서러우면서도 가벼웠다.그래, 나 엄마 없어서 많이 슬프고 때로 서러워,그런데 뭐가 문제야? 하는 기분이었달까.아직 어린 아기를 품고 때로 엉엉 우는 내가아기를 돌보는 엄마가 돼있다.그런데 뭐가 문제야? 이모양 이꼴로 이렇게 엄마로 사는 거지 뭐. 오늘도 퐁퐁퐁 울었다.오늘도 울고나니 개운하다.요모양 요꼴로 요렇게 조금씩 자라는 거지, 뭐.
아기는 밤엔 여전히 두서너번 깨지만, 수면의식을 한 뒤론 밤에 비교적 쉽게 잠이 든다.오늘은 아홉시 반 넘어 수면의식 시작하고 삼삽분 안돼서 폭 잠이 든다.근데 재밌는 게 반드시 사십분 안에 한 번 깬다. 그 때 다시 재우고 나면 밤잠 시작. 재우느라 아기랑 같이 누워 뒹굴대다가, 두께가 좀 있는 라텍스 침구 위에서 아기가 떨어졌다.정확하게 말하자면 아기 몸은 러택스 위에 있고, 얼굴이 침구 아래쪽으로 쿵 부딪힌 것.아기는 아앙 울고 놀란 나는 아가를 안아들고 달래고.이삼분 울던 아기는 금새 다시 웃었지만 놀란 내가 오히려 진정이 안돼서 한참을 아기에게 묻는다,괜찮어? 괜찮어? 아기야 괜찮아?다행히 다친 곳 없는데도 이렇게 놀라고 마음이 아프다.대체 이 조그만 존재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고 있는 건지...
남원에 오니 좀 편하다.아기 할머니 할아버지 계시니 아기 돌보는 손이 늘었고,세끼 밥에 간식까지 챙겨주시는 어머니 덕분에 잘 먹는다.집안일이 줄어들고 아기 잘 땐 무조건 자라고 하셔서 하루 두번씩은 쉬고.서울에서 종일 혼자 종종걸음 칠 때보다 덜 피곤하고 더 여유롭다.그래도 종일 내 첫번째 관심은 아기, 내 제일 임무는 아기 돌보기.아기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안아주고 기저귀 갈아주다보면 하루가 호로록 간다.아기 엄마로 살아가는 내 일상은 어디 가든 잘 변하지 않는다. 어머니와 종일 붙어있었던 어제, 아기 돌보는 일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어서 살림도 육아도 서툴고결국 이렇게 체력이 방전돼서 여기 피난온 거라고 가볍게 말씀드리니어머니도 허허 웃으시고 받아들여주신다.뭐든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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