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시부모님과 통화하는 걸 보면서 들었던 생각: 엄마를 떠나보내는 건 내 유년 시절을 통째로 잃는 것. 자식들에게 무관심한 아버지를 둔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엄마 가시고 난 후 한참을 어린 시절 친구들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었구나. 아이를 낳아 키우니 아이의 지금 이 모습이 내 어린 시절을 닮았나 문득 궁금해진다. 엄마가 없으니 확실한 증언자가 없다. 그나마 가끔 만나는 이모가 내 아이 모습이 꼭 나 어릴 때 모습 같다고 증언해주시는데 그럴 땐 어릴 적 외가에 종종 맡겨졌던 게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나는 기억 못하는 내 어린 시절을 가장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 지금도 여전히 아프고 허전한 건 이 때문이기도 하겠네. 많이 기록해두고 남겨줘야지 싶기도 하다. 물론 살아..
어제 저녁, 스무살 때 만났던 여자 친구들을 이십년만에 만났다. 나를 제외하곤 다들 가끔 만나왔던 것 같지만, 이렇게 여럿이 한꺼번에 모인 자리는 처음이라 그런지 다들 들떠있었다. 두근대는 마음 때문에 약속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부자연스러울 정도였다. 모임이 정해지면서 의기소침한 마음도 있었다. 나만 아줌마로 촌스럽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데 막상 만나서 눈맞추고 이야기 나누니 내 처지를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는 마음보다는 잘 살고 있는 친구들 모습에 안도하는 마음이 더 크게 났다. 좀 신파같기도 하지만, 지난 이십년 동안 죽지도 많이 아프지도 않고 이렇게 건강하게 만날 수 있어서 고마웠달까. 아기엄마가 셋, 싱글이 셋이었는데, 서로의 상황을 무턱대고 부러워하거나 동정하지 않았던 것도 좋았다. 아기를..
1. 아기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서 나올 때,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이른 아침 일어나 아침 준비해서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등원시키기까지 쌓이는 피로를, 아니 그 전날부터 쌓였던 피로를 커피 한 잔으로 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외투를 벗자마자 냉동실에서 커피콩을, 부엌 선반에서 그라인더를 꺼낸다. 그리고 콩을 갈면서 꿀같은 휴식 시간을 시작한다. 2. 오랫만에 밤에 일어나 일을 했다. 공고 연구 중 수업 부분을 대학원 전공 세미나에서 발표하려고 다듬는 중인데 생각보다 진도가 안나가서 고생 . 새벽 3시쯤 드래프트를 겨우 마무리를 해서 공동연구진인 박선생님에게 보내고 나니 마음이 왠지 허하다. 인터넷 공간을 여기저기 쏘다녀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 마침 잠이 깬 Y와 두런..
_기어이 블로그를 연다.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을 여기에 남겨두고 싶었나보다. _단유를 계획 중인데 벌써부터 마음이 허전하다. 이별엔 젬병. 외로움도 허전함도 많이 느끼는. _몇 권의 읽어보고픈 책들이 생겼는데, 3주 후 있을 발표며 투고해야할 원고며 일의 압박이 있다. 나의 휴직은 쉬는 건가 아닌가 막 헷갈려. _오늘은 빨래를 세 번 돌리고, 안방 바닥 청소, 부엌 바닥 청소를 하고 밥을 세 번 차리고 두 번 치웠다. 아기 씻기고 재우고 재활용 쓰레기 정리도 하고 빨래도 조금 갰다. 샤워도 하고 육아 까페도 들리고 아침엔 108배도 했다. 엄청 열심히 살았네, 잘했어.ㅎ _사지는 않겠지만 읽어보고 싶은 책을 찾을 수 있는 도서관이 가까이 있어서 다행이다. 내일 황사가 좀 걷히면 도서관도 가고 동네 미용실..
새벽에 잠이 깼다. 어제 마신 맥주 때문인 것 같았다. 한 캔 반쯤 마셨을 뿐인데, 숙취가 느껴졌다. 일어나 물 마시고 간만에 아침 108배나 할까 하고 핸드폰을 드는데 전화가 온다. ㅈㅇ이 이름이 뜬다. 이 새벽에 무슨 일인가 싶어 얼른 전화를 받았는데, 별일 아니라며 나중에 통화하자 한다. 무심하게 전화 끊고 잠시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다시 울리는 전화기. ㅈㅇ이가 다시 건 전화였다. 오래오래 통화를 했다. 나도 울고 ㅈㅇ이도 울고. 나한테 서운하다고 했다. 괜찮다고 말한 그 마음 뒤에는 기대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나는 오랫동안 그녀의 '괜찮다'는 말만 믿으려고 했던 거 같다. 그녀도 사람인데, 엄만데 힘든 게 없을 리가 없지. 난 내가 힘들었던 그 시..
어젠 J네와 우리 그리고 S네가 모였다. 검암의 S네 집에서 만났는데, 정말 오랫만이었는데도 편하고 좋았다. 내 아이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친구들의 눈빛을 보는 게 좋다. 나는 참 부자다, 싶었던 저녁. 6년 전 인도여행을 함께 갔던 우리는 모두 맨몸이었는데, J는 5살, 나는 3살 아이의 엄마, 그리고 S는 한달 후 엄마가 된다. 시간이 우리에게 마술을 걸어버린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 늦게까지 이야기 나누고 먼지 투성이 델리의 거리를 걷고 공항에서 하염없이 비행기를 기다릴 때처럼, 우리들의 눈빛은 반짝거렸다. (물론 모두들 눈 속에 피로감이 가라앉아있긴 했지만.ㅎ) 검암에서 돌아와 밤이 늦었음에도 Y와 마주앉아 한 시간쯤,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형태의 삶, 새로운 질서 속..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어? 그 때문에 얼마나 상처받았는데, 아팠는데..." 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 못질을 했겠구나 싶어 퍼뜩 정신이 차려진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악담들, 내가 휘둘렀던 나의 힘들 때문에 아프고 쓰렸을 사람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내 마음도 아프다. 심지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내가 그랬겠지. 내 분에 못이겨,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내가 아프고 상처받은 것처럼, 그들도 아팠을 거다. 정말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 생각과 마음을 잊지 말고, 살피며 살아야지. 기억해둘려고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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