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아이티의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해보시길. 경찰의 보고에 의하면 여성과 어린 소녀들이 지금 지진 참사 이후 수도에 만들어졌고 현재는 그들의 집인 임시 캠프에서 강간을 당하고 있다. “아이티 수도가 무너져 내린 이후 전기가 들어오지 않자, 강도들은 텐트 안에 있는 여성들과 어린 소녀들을 마음대로 성희롱하고 강간하고 있다”고 경찰국장 Mario Andresol이 말했다. “지진이 나던 날 저녁 국가 교도소에서 거리로 도망친 7000명이 넘는 수감자들이 있으며, 이들을 체포하려면 5년은 걸릴 것이다. 오늘날 이들은 수도를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있다. 7.0 강도의 지진 이후 백만명 이상의 홈리스들이 생겼고, 수많은 사람들이 수도의 임시 캠프에서 살고 있는데, 이들..
토론토 생활 칩십오일째 _ 2010년 2월 1일 월요일 지난 시월, 서울에서 Angela Lytle을 만났을 때, 사실 그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토론토 태생의 백인 여자가 왜 한국까지 와서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돕고 두레방을 후원할 사람들을 찾고 있는지. 왜 한국의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한국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을 비판하고 한국 대통령 MB를 싫어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그리고 그가 이렇게 한국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연대감이 느껴진다기 보다는 이상하게 불편했다. 불편함과 당황스러움, 그러면서도 약간의 반가움이 섞인 마음으로 그 때 나의 잠정적인 결론은, 아, 백인들은 비판적인 감수성 마저도 자기 나라와 자기 사회를 넘어서는 스케일을 가졌구나. 이것이 백인들의 지구화, 인터내셔널리즘의 한 측면이구나..
토론토 생활 칠십사일째 _ 2010년 1월 31일 일요일 오늘은, 어쩌다가, 라는 기부 행사에 자원 봉사 다녀왔다. 여기서 알게 된, 한국인 이민자 한 분이, 토론토에서 아이티 어린이를 돕는 행사가 있는데, 한국어 할 줄 아는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메일을 보냈길래, 선뜻, 한 번 해보겠다고 답장을 했던 것이 오늘 일의 시작이었다. 자원 봉사 가기 전에 사전 조사를 해봤더니, 이 행사는 토론토에 사는 다양한 인종과 언어의 사람들이 자신들 모국어로 편하게 아이티 어린이를 위해 기부할 수 있도록 토론토 방송국들과 핸드폰 회사인 벨(Bell)사, 각 국 출신의 이민자 단체 등이 함께 개최한 것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케이블 방송으로 아이티 기부 호소 방송과 전화번호를 내보내면 각국의 언어가 가능한 ..
토론토 생활 칠십삼일째 _ 2010년 1월 30일 토요일 결혼 후 간만에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질문 자주 받았다. "결혼 하고 나니 어때요? 생활이 많이 달라졌죠?"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달라진 게 별로 없는데... 혼자 자취하다가 둘이 자취하는 느낌이랄까?" 한 동네에서 각자 자취하다가 결혼하고는 그냥 그 동네에서 방을 합쳐서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시댁도 멀고 시부모님이 나한테 요구하시는 것도 별로 없고 내가 하던 일도 결혼 후 변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으니, 일상의 변화가 별로 없었다. 나는 오랫동안 혼자서 자취하면서 가사노동을 최단 시간으로 줄이고 공부나 사회적인 관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노하우를 잘 발달시켜 온 편이었다. 그런 만큼 자취방은 늘 어지럽혀져 있었고 빨래도 진..
토론토 생활 칠십이일째 _ 2010년 1월 29일 금요일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일기예보를 보니, 영하 16도에 체감온도는 영하 이십도 보다 더 낮다. 방안에 앉아있어도 춥다. 전기 담요를 가져온 게 정말 다행이라고 몇 번씩이나 다시 말할 정도. 이렇게 추운데 오늘, 여기저기 종일 돌아다녔다. 오전엔 젠더 스터디 센터 일층에서 공부하다가 옆 건물 라운지에 갔더니 중고책 세일을 하더라. 슬슬 구경하다가 벨 훅스의 {Teaching to Transgress}를 1불에 건졌다. 비디오테잎이랑 디비디도 팔던데 {South Park} 보니 ㅇㅎ이 생각이 나더군. 난 이 만화영화 보면서 '캐나다'라는 나라를 처음으로 머릿 속에 인식시켰달까. 하나 사다 줄까 망설이다가 말았는데, 담에도 또 있으면 ..
토론토 생활 칠십일일째 _ 2010년 1월 28일 목요일 수업이 끝난 목요일 오후 네시. 11층에 있는 강의실의 한쪽 면은 온통 남쪽으로 난 유리창이다. 이 도시의 남쪽엔 큰 호수가 있다. 오늘은 차고 맑은 날씨, 유리창 너머 도시의 남쪽 저 끄트머리에 반짝 하고 빛나는 호수의 한 자락이 보인다. 이 곳에 와서 가장 이쁜 도시 풍경이다. 열 명 남짓한 수강생들은 책가방과 외투를 챙겨 하나 둘 강의실을 빠져나가고 나는, 수업 시간에 몇 마디 못한 게 아쉬워서인지 선생님께 연구 방법론에 관한 질문 한 두 가지를 서툰 영어로 건넨다. 반쯤의 친절과 반쯤의 사무적인 태도를 갖춘 이 노교수는 다음 시간까지 너에게 도움 될 만한 것을 찾아와보겠노라고 신뢰로운 약속을 해준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하는데, 한 마디 ..
토론토 생활 육십구일째 _ 2010년 1월 26일 화요일 북미에서 가장 왼쪽 편향이라 소문난 여기, OISE를 처음 구경 온 날, 내 눈길을 확 끌었던 건 사실, 아프리카에서나 볼 것 같은 컬러의 두건을 쓴 어떤 여자였다. 로비 구석탱이의 전화 부스 앞에서 공중 전화 붙잡고 있던 그녀를 보면서, 아, 진보적인 교육 공간인 이 곳은 역시 '풰션(fashion)'도 다르구먼, 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날 이후로 그녀를 다시 본 일이 없다. 또한 그녀와 같은 완전 튀는 풰션으로 내눈을 확 끌어댕기는 존재를 본 것도 그날 이후론 없음. 대도시라 그런지, 속으로만 진보적인 건지는 모르지만, 좀 세련된 사람들은 있어도, 독특하거나 재기발랄하거나 의외의 복장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 재기..
이럴 때가 있다, 공부가 드럽게 안될 때. 단 십분 동안의 집중도 안될 때. 그럴 때, 인터넷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가방 싸서 휙 도서관을 나가버리기도 하고, 극장에 가 앉아있거나 오래된 공원에 가거나 친구를 불러내기도 했던 것 같다. 일찍 귀가해 티비 앞에 붙어있기도 하고 낮술을 마시러 학교 앞 술집에 가기도 하고. 최근의 깨달음으로는, 이런 경우에도, 스스로 정한 시간만큼은 앉아있는 게 낫더라. 단 십분 어치의 성과밖에는 못 얻어도, 그냥 하기로 한 만큼은 앉아있기. 그러다보면 들썩이던 엉덩이도 숨이 죽어 잠잠해지고, 절대 안될 것 같은 집중도 조금씩 된다. 무엇보다 몸이, 가만히 앉아서 읽고 쓰고 생각하는 리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된다. 그래서 물리적으로나마, 나를 여기 책상 앞에 가만히 둔다,..
토론토 생활 육십팔일째 _ 2010년 1월 25일 월요일 아침부터 콧물 줄줄 나오더니 재채기 계속 나오고 머리 띠잉하고 열난다. 감기 걸린 듯. 하하하. 토론토 날씨는 영상 육도에 육박하는데... 감기라니! 이상한 게, 마음이 한참 힘들고 긴장되고 괴로울 땐, 몸은 멀쩡하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적응하고 긴장이 풀어지고 리듬이 어떻게 반복되는지 눈치 챌 즈음, 감기 같은 병치레를 한다. 그래서 늘 헷갈린다.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는 신호인지, 아니면 다시 긴장 땡기라는 경고인지. 오늘은, 아침기도만.
토론토 생활 육십칠일째 _ 2010년 1월 24일 일요일 _ 몸이 안좋아 종일 집에 있었다. 일요일, 날씨는 흐리고, 양은 책 읽으러 도서관 가고,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좋더라. ㄴ선생님 인터뷰 전사하고 미뤄뒀던 '토론토 일기' 쓰고, 낮잠도 자고, 아보카도랑 쵸쿄바도 먹고 레몬차도 한 잔 했다. 느리게 혹은 빠르게 시간이 지나가고 지금은 일요일밤. _ 일월 초 운동을 시작해서 이틀에 한 번 요가와 필라테스 수업을 들었는데, 그 덕분인지 심하던 생리통이 나아졌다. 오십분 정도 수업 듣고 샤워하고 사우나 하는 게 전부인데,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몸의 순환과 균형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금방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도 꾸준히 해서 뭔가 얻는 것, 이런 게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인 듯.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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