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육십육일째 _ 2010년 1월 23일 토요일 어제 낮부터 엄청 피곤하다 느껴져서, 오늘은 아무 데도 나가지 말고 집에서만 빈둥거리자, 마음 먹고. 낮잠도 푸욱 자고 반경 1~2미터 내만 돌아다니다가, 밥 먹은 거 소화도 안되고, 마음도 답답해서, 늦은 저녁, 모자쓰고 목도리 두르고 꽁꽁 싸맨 다음,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만큼 걸어서 마트에 다녀왔다. (토론토는 큰 도시라 그런 지 마트가 엄청 많고 크고 쾌적하다. 주말즈음 일주일치의 장을 봐서 일주일 먹고 또 가서 장보고... 이런 식의 사이클이 된다. 서울에서보다 자주 간다.ㅋ) (양파 종류도 무지 다양. 이런 저런 야채 구경도 재밌다. 가만 보면 눈감고 웃고 있다, 혼자) 여긴 물가가 높은 만큼 마트에서 파는 물건들도 한국보다 대부분 비싸..
토론토 생활 육십오일째 _ 2010년 1월 22일 금요일 오늘은 음력 12월 8일. 석가모니가 도를 깨우쳤다는 날이다. '저 벼랑에서 떨어져 바위에 부딪혀 죽는 한이 있어도 깨닫기 전에는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던 석가모니는 깊은 선정에 들어, 드디어, 깨달았던 날, 성도재일. 지난 해 이맘 때쯤 나는 인도에 있었다. 그냥 거기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떠났던 길이었는데, 거기서 붓다의 태어남과 깨달음과 가르침 그리고 죽음의 길을 보았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드가야의 그 나무 아래에는 지금도 수없이 많은 불교 신도들이 기도하고 절하고 머리를 맞대고 입을 맞추고 있을 것 같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던 보드가야에서 나는 맛있는 짜이와 길거리 과자를 사먹었다. 시장을 한참 돌아다니고..
토론토 생활 육십사일째 _ 2010년 1월 21일 목요일 내가 사는 콘도미니엄의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십오년 전 중학생이었던 아들과 딸을 데리고 토론토로 이민오셨다. 서울 방배동에서 집안 일 봐주는 분과 기사까지 있었던 형편이라 하니, 꽤 잘사셨을텐데, 왜 그곳에서의 생활을 다 정리하고 여기까지 오셨을까 생각해보면...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아이들 교육 문제가 분명히 큰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여기 와서 아이들 학교 보내고 일주일만에 평소에 말 잘듣고 공부도 곧잘하던 딸내미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자 마자 가방이며 옷을 다 집어던지면서 "학교 가기 싫어-" 했단다. "바보짓도 일주일이면 족하다"는 게 딸의 설명이었다고. 그 얘길 듣는데, 너무 공감이 되는 거다. 영어에 익숙하..
토론토 생활 육십삼일째 _ 2010년 1월 20일 수요일 일주일이 금새 흘러간다. 어느새 내일이 또 수업이다. 수업이 끝나는 날 저녁! 맥주 한 캔을 홀짝이며 '무한 웹써핑'을 하던 게 바로 어제 같은데... 본격적인 수업을 처음 들었던 지난 주 목요일 이후 틈틈히 아티클 읽고 정리하고 생각하고... 했는데도, 막상 수업을 앞둔 오늘, 내일 수업 들어가려니 ... 부담 스럽고, 수업 가기 싫고... 이런 상태. 그래도 아티클 읽는 건 재미있다. 페미니스트 관점의 교육학 연구를 읽는 것 자체도 재미있고, 한국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대학 내 학생, 교수, 연구자, 강사, 행정직원들의 경험이 드러나 있어서 흥미롭다. 이번 주 수업에서 다루는 아티클들의 초점은 '좋은 학생(good student)'에 있다...
토론토 생활 육십이일째 _ 2010년 1월 19일 화요일 요즘 토론토 날씨가 별로 안춥다. 영상의 날씨였다가 오늘 살짝 추워져서 영하 이도 정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내려서 지상으로 나오니 눈발이 히끗히끗 날린다. 가로등에 비치는 눈송이가 반짝 반짝 빛나는 게 예쁘다. 밤사이 요 눈송이들이 땅에 얼어붙어 내일 아침 등교길엔 미끈거리겠다 싶지만, 지금 이 순간은 좋다. 논문 작업 진도가 느려서, 거기다 청강하는 수업 준비까지 하느라 조바심이 났던 며칠 후로, 이젠 그냥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인터뷰해 온 내용 들으며 전사(transcription) 중인데, 인터뷰 하면서 그리고 녹음된 것으로도 몇 번 들었던 이야긴데도, 나도 모르게 어떤 부분에선 가슴 졸이고 어떨 땐 박..
토론토 생활 육십이일째 _ 2010년 1월 18일 월요일 오늘 낮엔 체육관의 요가 교실 가서 운동했다. 지난 번에 달리기를 했던 실내 트랙의 가운데 타원형을 세 개의 공간으로 자르고 간이 벽 같은 것을 쳐서 요가 교실이나 농구 연습 공간으로 활용하는 모양이다. 바깥 트랙에선 조깅하고 있는데, 여기서 무슨 요가를 할까 싶었는데, 큰 앰프로 고요한 음악을 틀어놓고 높은 천정을 바라보고 누우니 제법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사십대 중반쯤 됐으려나 인도계의 키가 훌쩍 크고 얼굴엔 온화한 미소를 띤 여자 강사의 운동 지도도 좋았다. 천천히 몸의 긴장을 풀고 호흡과 자세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는 듯. 처음엔 몰랐는데, 요가 하다가 둘러보니, 대부분 여자들로 이루어진, 요가 교실 학생 오십여명의 사람들의 나이..
토론토 생활 육십일째 _ 2010년 1월 17일 일요일 오늘은 간만에 선련사 오후 법회에 갔다. 오랫만에 파란 눈 고수 법사님 만나니 좋았는데, 어제 마신 맥주 때문인지, 낮게 집에서 너무 열심히 녹취 작업을 하다가 가서인지, 법회 내내 졸았다. 다들 고요하게 명상하는데 졸면서 경련까지 막 했다.ㅋ 그나마 다행인 건 법당이 어두컴컴 했다는 거. 그래도 아마 다들 알았을 것 같다...ㅎ 법회 끝나고, 전에 먹었던 '블루베리 크림치즈 브라우니'를 혹시 살 수 있을까 하고 잠시 걸어서 켄싱턴 마켓(Kensington Market)에 가봤다.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내 사랑 'My Market Bakery'도 간발의 차이로 문을 닫고 있었다. 가게 유리 밖에서 내가 안타까운 표정..
토론토 생활 오십구일째 _ 2010년 1월 16일 토요일 다들 아바타 아바타 할 때, 관련 기사도 안보고 참았다. 나도 극장 가서 3D로 꼭 보리라, 하면서. 오늘 저녁에 양, 케빈, 나 이렇게 셋이서 드디어 보러 갔다, 아바타. 토론토 다운타운 근처의 꽤 럭셔리한 극장에서 일인당 15불씩이나 내고 보느라 처음엔 돈이 쪼금 아까웠는데, 세시간 동안 3D로 펼쳐지는 팬도라 별의 아름다움을 흠뻑 빠져있느라, 관람료 따윈 잊어버릴 정도였다. 제임스 카메론이 그린 외계는 사실 몇백년 전의 아메리카 대륙이었고, 나비족도 사실 아메리칸 인디언 '나바호'인 거라고 생각하니 그저 재미로만 볼 수 없는 영화더군. 그들이 이루고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만큼 그것을 파괴하는 폭력은 잔인하고 그 폭력 속 그들은 슬펐다. 영화를..
토론토 생활 오십팔일째 _ 2010년 1월 15일 금요일 목요일 수업이 끝나면, 마음이 조금 들떠서, 계획했던대로 공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금요일 오전엔 평소보다 인터넷 서핑을 좀 '심하게' 하게 되고, 책 들여다 보다가도 이런 저런 아이디어들 떠올라서 자꾸 옆길로 새곤 하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엔, 그 조금 '심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전순옥 씨와 여성 미싱 노동자들이 함께 만든 사회적 기업 "참 신나는 옷"을 알게됐다. 는 읽자 읽자 하다가 못 읽고 여기 왔는데, 돌아가면 꼭 읽어봐야지 싶다. 그가 전태일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지운다 하더라도, 영국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학계로 들어가지 않고, '거기서' 이런 창조적인 일을 꾸려나간다는 것에 내 마음이 두근두근 했다. 서울에 가면,..
토론토 생활 오십칠일째 _ 2010년 1월 14일 목요일 오늘... 청강하고 있는 두 번째 수업이 있었고, 다짐했던대로 맥주 한 캔을 마셨고, 간만에 토론토 날씨가 0도에 가까워졌고, 잊고 있었는데 박종철 열사의 기일이었다. 트위터 하다가 아이티 후원을 해야겠다 마음 먹었고, 몸과 마음이 피곤해서 긴 일기는 못쓰겠다 싶은 날이다. 그냥, 요즘 사진으로 몇 장, 오후 다섯시에서 여섯시 사이의, 집 앞 풍경. 무지 흔들렸지만, 차가운 토론토가 따뜻하게 보여서 좋은, 오늘 점심 메뉴는 학교 근처에서, 아메리칸 스타일로. 따뜻한 게 맛나더라. (바빠서 도시락 못싸고 간만에 비싼 점심 식사- ㅇㅊ와 ㅈㅇ는 건너편 반지에 주목하라!ㅋ) 지난 화요일, 운동하고 나온 직후 체육관에서, 1. 앞머리 일자로 자른 거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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